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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동시 온다, 마중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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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1 17:08 조회 7,41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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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문학의 현실이 참으로 스산하다. 무엇을 위해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그 책을 읽는지, 작가도 출판사도 독자들도 모두 잊어버린 것 같다. 작가, 독자, 출판사 모두 가벼운 읽을거리를 시대의 흐름이라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 어린이문학은 가벼움을 지나 천박하다. 지금의 어린이문학계는, 작가들은 쉽게 작가연할 수 있는 터전이고, 출판사는 쉽게 책을 만들어내도 되는 시장이고, 독자들은 가벼운 읽을거리로 자기만족을 할 수 있는 인스턴트 독서의 장이 되어버렸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어릴 때 어떤 책을 읽었는지 기억할 거리가 있을지 의문이다. 문학이 인간의 삶에 주는 위안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 어린이문학은 지금 이 땅의 어린이들에게 위안이 되지 못한다. 과연 이런 현실에 대한 고민을 누군가는 하고 있는 것일까 늘 답답했었다.

격월간 잡지 <동시마중>은 어쩌면 이런 의문에 대한 작은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2010년 5·6월호로 창간을 했으니 이제 일 년이 좀 지난 잡지다. 처음 이 잡지를 만난 첫 느낌은 생소함이었다. 동시, 그리고 잡지, 어린이문학 중에서도 가장 어려워 보이는 두 가지를 묶어서 시작하는 사람들이 무모해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발행 원칙은 더욱 당차서, 광고 없고 무가지 없고 정기구독자만으로 꾸려나간다고 했다. 의아하고 걱정됐다. 의욕이 남아 있을 때까지 한두 권 나오고 전설이 되어버린 잡지가 많은 현실에서 이 책도 그런 책이 되는 건 아닐까했다.

어느 달엔가는 편집위원 네 명이 아파트 한구석에서 잡지 발송을 위한 작업을 하느라 쭈그려 앉은 사진이 실렸다. 발송까지 스스로 한다고 했다. 애잔함이 더했다. 그런데 어느덧 일 년이 지나, 아홉 번째 책을 우리 앞에 선보였다. 이백 명이면 족하겠다던 정기구독자는  생각 외로 그 수를 넘어섰다. 자본주의 시대에 상업성을 배제한 무모함, 그 무모함 덕분에 시나 문학의 본분에 대해 홀가분하게 고민할 수 있었다. 그런 고민을 독자들도 함께하고 있다.

김찬곤, 김환영, 이안, 탁동철 이렇게 네 명의 편집위원은 1호부터 여전히 시 쓰고, 기사 쓰고, 청탁하고, 신인들의 시를 가려내는 일을 변함없이 하고 있다. 그림엽서 형태의 독특한 책 디자인도 여전하다. 바뀌고 있는 것은 책 내용이다. 기존 작가의 동시가 실리고, 신인 작가의 동시가 선택되고, 동시 문학의 역사나 동시작가들의 대담이나 의견들이 이 책을 이루는 근간이다. 이런 근간 위에 책의 호수가 거듭될수록 눈길을 끄는 것은 유쾌한 독자들의 반응이다. 특히 학교 선생님들을 통해 알게 된 청소년과 초등학생들의 시에 대한반응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과연 아이들이 동시를 읽을까 하는 고민에 대해, 좋은 시를 만난다면 그런 고민은 기우가 된다는 것을 아이들은 매우 경쾌하게 보여준다.



“… 학교에 <동시마중>을 들고 다니며 자랑했다. 지우가 쓴 시가 12편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제일 친한 친구의 시를 읽으며 친구의 생각을 알아가는 길은 재미가 쏠쏠했다. 혼자 걸어도 지우가 옆에서 따라 걸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해서 절로 웃음이 난다. 「덥다」를 읽을 땐 덥다고 투정부리고 「멸치 대가리」를 읽을 땐 삼겹살 생각에 입맛을 다신다. … (김민지/충북 충주여고 1학년)” (2011년 9·10월호 8쪽)

이번 호부터 실린다는 ‘백창우의 동시와 놀다 저절로 얻는 노래’ 꼭지도 눈길이 간다. 이 잡지 지난 호에 실린 시 중에 몇몇이 노래가 되어 실렸다. 동시가 생활에 좀 더 가까이 가는 모습처럼 보였다. 잘 만든 잡지의 특징 중 하나는 과월호도 재미있다는 건데, 이 잡지가 그렇다. 어쩐지 이 잡지, 스산한 어린이문학 현실에 작은 등불인 것 같다. 이 작은 등불이 굳건한 등대로 우뚝 설 수 있을까? 이번 호 머리말을 읽으니 언젠가 등대가 된 <동시마중>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냥 재미있는 놀이 같다. 호를 거듭할수록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정신상태가 되어가는 것이 유쾌하다. 이 마당엔 당최 무엇을 해야 한다거나,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당위 따위가 없어서 좋다. 무엇보다 언제든지 망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 생각할수록 뿌듯하고 대견스럽다. 그러니 애써 구할 것은, 의무와 책임과 진리가 아니다. 우리에겐 더 많은 농담과 무책임과 무목적의 유희정신이 필요하다. 이렇게도 놀아보고 저렇게도 놀아보고, 놀다가 지치면 쉬었다 놀고, 쉬는 게 더 좋겠다 싶으면 영영 쉬는 것도 한세상이겠다.” 동시가 우리에게 오고 있다. 마중 나가도 되겠다. 신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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