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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4 23:05 조회 7,31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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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게 비가 내리거나 더위가 계속되는 단조로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여름은 늘 유난히 짧게 느껴지곤 한다. 방학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는 아이들의 한숨을 흉내 내 중얼거리다가도, 얼마 전 폭우로 목숨을 잃거나 피해를 입은 분들의 마음을 헤아리면, 철없이 솟아나는 여행의 바람이 조심스러워졌다. 제임스라는 남자아이로 태어나 여자로 살아가고 있는 영국의 노작가 쟌 모리스의 『50년간의 세계여행』(바람구두)은 2005년에 소개된 유럽여행기에 이어 감상이 아닌 사색으로 쓰인 묵직한 여행기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2년 4개월간 스쿠터를 타며 시골 동네다방을 찾아다니는 『다방기행문』(유성용, 책읽는수요일)은 흥미로운 테마를 여유로운 시선으로 담아내었다. 섬 순례자로 알려진 시인이 섬을 돌며 만난 이야기를 쓴 『그 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강제윤, 홍익출판사) 등 단순한 여행정보지를 뛰어넘으려는 기행글들은 잠시나마 우리를 위로한다.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오은정, 안그라픽스)은 출간일은 꽤 지났으나 뒤늦게 서가에 띈 책으로 묵직한 볼륨과 그리기에 대한 두려움을 지우며 꽤 실용적인 조언이 담겨있다. 좀 더 편안한 접근을 원한다면 『내 맘대로 Drawing』(칼라 손하임, 예경)이 더 낫겠다. 미술관 대신 그림이 태어나고 화가가 머물렀던 집을 둘러보고 싶다면 『화가의 집』(제라드 조르주 르메르, 아트북스)을 펼쳐보자. 문 밖을 나서지 않는 생각의 여행은 가방 대신 마음에 드는 책 한권을 기차표 대신 꺼내들게 하니, 유난히 하늘을 할퀴어대는 먹구름도 발길을 막지 못할 것이다.
왕지윤 인천 경인여고 국어교사


남겨진 역사 잃어버린 건축물
조너선 글랜시 지음 | 백자은 옮김 | 멘토르 | 412쪽 | 2011.06.15 | 25,000원 | 고등학생|영국 | 건축
건축은 인간의 창조능력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구조물이자 권력의 표현이기도
하다. 스탈린과 히틀러는 ‘쓸모없음’을 구실로 전쟁 상대국의 건축물을 부수고 오
만함을 드러냈다. 상업주의에 충실한 ‘업자’들은 경제적 효과를 이유로 파괴를 합
리화했다. 고대 로마 건축 양식을 새롭게 해석,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특별한 존재
로 만들어 준 미국 펜실베니아의 펜스테이션과 영국 런던 유스턴 아치 같은 건축
물이 지금까지 남아있다면 어땠을까. 영국에서 건축과 디자인 전문 에디터로 활약
중인 저자는 9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을 통해 성서 속 바벨탑과 흔적으로 남은 신
전, 자연재해, 전쟁과 개발과정에서 제 운명을 다하지 못하고 20세기에 대부분 ‘사
라진 건축물’, 모형과 도면으로 남은 정보를 수집하여 재구성하였다. 기록으로 남
겨진 사진과 함께 읽는 가운데, 거만하고 지루한 건축물 형태와 더불어 사람의 마
음을 움직이는 건축가의 상상력을 느낄 수 있으며, 없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길윤웅 학부모


내 인생의 도시
오태진 글·사진 | 푸르메 | 310쪽 | 2011.06.22 | 12,800원 | 고등학생 | 한국 | 기행
한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스물한 명 예술가들의 삶의 터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은 이 책은 사람과 자연 그리고 치열하고도 아름다운 삶을 만나게 해 준다. 작품
의 배경이 되기도 하고 영감을 주기도 하는 그들의 삶의 공간을 들여다보면 어느
새 그 도시가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화가 사석원의 동대문시장은 따뜻한 인간애
가 가득하고, 소설가 조경란의 봉천동 생활은 옥탑방도 친근하다. 강화는 시인 함
민복과 더불어 우리의 역사를 생각하게 하고, 해남을 떠올리면 미황사 지게스님이
궁금해진다. 카프카의 프라하, 오르한 파묵의 이스탄불처럼 작가 은희경은 일산에
서 소설을 쓰면서 비로소 자신의 인생이 시작됐다고 한다. 영화감독 곽경택의 부
산, 판화가 이철수의 제천, 민속학자 황루시의 강릉 등 맑은 영혼으로 삶을 풍요롭
게 하고, 깨어있게 하여 작품 세계를 넓혀주는 ‘내 인생의 도시’를 접하며 이들의
안식처가 많은 이들에게 오래도록 의미 있는 곳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
게 된다. 진연후 자유기고가


안나라수마나라 1~3
하일권 글·그림 | 소담출판사 | 각 344쪽, 328쪽, 328쪽 | 2011.07.04 | 각 11,500원 | 고등학생 | 한국 | 만화
퇴락한 유원지에서 아이가 되기를 거부하고 살아가는 마술사 ‘리을’과 하루빨리 어른이 되어 배고픔과 상처를 잊고 싶은 ‘윤아이’, 그리고 우월한 유전자와 환경으로 고공성적을 유지하며 세상을 내려다보던 ‘나일등’의 이야기다. 피터팬의 외모로 예측할 수 없는 위로를 건네는 마술사는 윤아이의 아픈 기억을 “사라지게” 하고, 콘크리트길을 일방통행으로 달리는 나일등에겐 해바라기 핀 꽃발길을 “나타나게” 한다. 흑백톤으로 점철된 창백한 배경에 포인트처럼 심어진 색들은 영리한 마술처럼 지면을 밝혀준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선에서 맴돌고 있는 ‘리을’의 마술은 천막 안에 눈을 내리게 했지만, 천막 밖에 있는 어른들의 세상을 바꾸진 못했다. 대신 유리창을 깬 나일등의 모습과 구겨진 종이 위에 써지던 윤아이의 편지지가 슬그머니 “바뀐다.” 비오는 날의 또렷한 그림자나 웹툰의 특성상 지면에 색감이 충분히 살아나지 못한 건 아쉽다. 서커스 천막 안에서 펼쳐지는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만화의 주문이 우리를 흔든다. 왕지윤 인천 경인여고 국어교사


여행 사진의 아우라
이홍석 지음 | 시공사 | 311쪽 | 2011.07.01 | 14,500원 | 고등학생 | 한국 | 사진
넘쳐나는 사진 기술서 중에 유독 눈에 띄는 책 한 권. 표지 속 눈부시게 파란 하늘 아래 네 명의 일행이 이쪽에 등을 진 채 걷고 있고, 그 중 한 사람은 샛노란 우산을 쓴 채 어서 따라오라고 재촉하는 것처럼 이쪽을 돌아보고 있다. 그에게 이끌리듯 책을 펼쳐보니, 멋진 사진과 진솔한 문체로 써내려간 맛깔스러운 문장들이 그득그득 담겨있다. 바로 이 책, 『여행사진의 아우라』가 기존 사진 서적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사진을 찍을 때의 태도와 자신만의 노하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메라의 장비나 기술도 중요하겠지만, 사진도 결국은 사람이 찍는 것이기에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이 담겨야 다른 사람의 마음에도 울림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제목을 보면 여행사진을 찍는 법에 대해 무게를 두는 것 같지만, 일상생활에서 사진을 찍을 때도 염두에 두어야 할 만한 것들이다. 책 말미에는 저자의 후보정 노하우도 살짝 공개되어 있으니, 사진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이라면 솔깃할 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한민희 자유기고가


이 노래, 아세요?
윤희정 지음 | 나비 | 396쪽 | 2011.06.01 | 15,800원 | 중·고등학생 | 한국 | 음악
이 책은 부제처럼 재즈 가수 윤희정의 친절한 재즈 이야기이다. 재즈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자신의 삶과 함께한 재즈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총 50여 곡을 각 장으로 구성하여 그 속에 가사와 그 의미, 그것을 부른 다양한 뮤지션, 그리고 ‘윤희정과 프렌즈’라는 콘서트에서 그 곡을 부른 게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특이한 점은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 본문에서 소개한 재즈를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를 삽입해 둔 것이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감상할 수 있다고 하는데, 최근의 추세를 따른다는 점에서는 신선하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CD로 수록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낄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다양한 버전의 명곡을 알 수 있는 계기를 준다는 점에서, 또 가사 속에 담긴 의미를 음미하며 감성에 젖을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 다만, 재즈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재즈 자체에 대한 지식을 얻기는 어렵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박병배 성남 데오스중고 국어교사


진회숙의 스토리 클래식
진회숙 지음 | 아트북스 | 280쪽 | 2011.07.01 | 13,500원 | 중학생 | 한국 | 음악
호두까기 인형이나 잠자는 숲속의 미녀 같은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오페라나 발레음악을 듣기 전 생생한 배경지식을 지니고 있다면 감정이입이 되어 듣는 즐거움이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진회숙의 ‘스토리 클래식’은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서 구스타브 말러의 <어린이의 뿔피리>까지 배경과 악기의 활용을 이야기로 쉽게 풀어 들려준다. 책을 읽다보면 피아노를 배우다 싫증을 느낀 경우나, 클래식이라면 무조건 졸음부터 쏟아진다는 생각이 바뀌어 음악회나 오페라 공연장으로 달려가고 싶어질 것이다. 등장인물과 극적 상황에 맞춰 어떤 악기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는지 구분해 보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저자가 충분한 사전 지식을 제공했으니 클래식에의 입문이 즐거울 것이고 자연스럽게 클래식을 접하면서 점차 깊이를 더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악기에 대한 호기심이 악기를 다루고 싶다는 열망으로 이어져 악기 하나쯤은 즐겁게 배우게 되지 않을는지. 이명옥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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