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합니다! 편집자들이 추천하는 좋은 어린이·청소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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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8 14:51 조회 6,972회 댓글 0건본문
이지영 창비 어린이청소년출판부 청소년팀장 추천 ⇣
‘지금 여기’의 청소년들이 무엇을 고민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소설집. 각 단편 속 주변 인물들이 배턴 터치를 하듯 다음 소설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작품별로 따로 읽을 때보다 시너지 효과가 크다. 다양한 인물들이 펼쳐 내는 다양한 사건들에 고개가 주억거려지고, 가슴이 찡해진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에서 주연이지만 타인의 삶에서는 조연이라는 자연스러운 깨달음은 덤. 표제작 「벼랑」이 전하는 가슴 서늘한 충격과 아픔은 책을 읽은 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청소년들에 대한 작가의 믿음과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앞으로도 오랫동안 읽히리라 믿는다.
김수진 푸른책들 편집자 추천 ⇣
빛보다 빠르다는 이 책의 주인공 천둥이는, 사실 느리고 굼뜬 행동으로 보는 사람의 속을 터지게 만드는 느림보 소년이다. 그래서 별명도 꼬부기다. ‘빨리빨리 문화’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빠른 속도와 행동을 미덕으로 여기는 대한민국에서 꼬부기처럼 느리게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꼬부기는 느린 행동 때문에 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소박한 일상의 풍경을 돌볼 줄 알고, 주변 사람들의 삶이 외롭지 않도록 지켜볼 줄도 안다. 그리하여 마침내 ‘남들이 못 보는 것도 많이 보는 느린 나도 좋다’며 자신의 속도를 인정하고, 빛보다 빠른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치열한 경쟁과 속도 전쟁 속에서 자신의 속도를 찾을 새도 없이 금방 피로해지는 우리 아이들. 그들에게 조금 느리더라도 삶을 풍요롭게 만끽하는 소박한 시간을 선물해 주고 싶다.
강명옥 살림어린이 편집팀장 추천 ⇣
빠르고 경쾌하게 전개되는 『철수는 철수다』는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하다. 이 시대 평범한 중학교 1학년으로 살고 싶은 철수는, 세상의 기준, 특히 학부모의 눈으로 볼 땐 그저 못난 아들일 뿐이다. 그 이유가 단지 공부를 좀 못하고 영악하지 못하다는 것이니, 철수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철수와 엄마의 대결은 여느 집 일상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우리 아이들이 자존감을 가지고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하길 원한다면 옆집 잘난 아들과 비교하지 말고, 부모들이 자신의 청소년기를 되돌아보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민정 크레용하우스 편집자 추천 ⇣
키가 클 거라는 계도사의 말만 믿고 계룡산으로 33일의 수련을 떠나는 일란성쌍둥이 오합과 오체의 이야기이다. 쇼에서 공을 굴리는 난쟁이 아버지를 닮아 키가 반에서 가장 작은 합체 형제. 그들의 황당한 수련은 큰 웃음을 선사한다. 다소 진지하거나 우울할 수 있는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라는 소재를 삶에 대한 희망과 에너지로 승화시키며 청소년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한 열정과 용기를 유쾌하게 그려 냈다.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들이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떨어져도 다시 튀어 오를 거라는 체의 말에 코끝이 찡했던, 멋진 성장소설.
김태희 사계절출판사 아동청소년문학팀 팀장 추천 ⇣
SF동화나 소설에서 작가는 자신이 구축한 새로운 세계를 일일이 설명하느라 진을 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시공간의 묘사 없이도 완벽하게 미래사회를 그려낸다. 어린 시절 갖고 노는 곰 인형이 ‘상상 속의 생물을 본뜬 위안물’이라는 설명만 봐도 인류가 얼마나 불행한 쪽으로 성장해왔을지 한눈에 읽힌다. 언뜻 보면 모두가 행복하며 안전하게 보호받는 마을 같지만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병적으로 ‘차이’를 없애는 이 사회에서는 빛이나 색도, 감정이나 기억도 없다. 과거 인류의 기억 보존 임무를 맡은 ‘기억 보유자’만이 ‘기억’을 간직할 수 있다. 기억 보유자인 열두 살 소년 조너스는 ‘기억 전달자’가 전하는 인류의 수많은 기억을 진짜 감정으로 느끼며 혼란에 빠진다. ‘많은 것을 통제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는 기억 전달자의 말이 비통할 정도로 사실인지라 우리 앞에 도래할 회색빛 미래는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