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깊게 읽기 - 도서관에서 꿈꾸었네, 도서관에서 거듭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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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7 23:11 조회 6,489회 댓글 0건본문
10여 년 전 도서관에서 세상 사람들이 책과 이웃을 만나는 즐거운 미래를 상상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때는 멀기만 했던 이야기인데… 그때라면 낯선 이야기였을 햇살도서관 이야기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생활 속 익숙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지금은 학교도서관 덕으로 도서관 구경을 하지 못한 아이들이 드물게 되었다. 마음만 내면 책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학교에도 마을에도 생기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단숨에 읽고 나니 햇살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진주네 마을 지도가 그려진다. 햇살 가득한 예쁜 도서관이 보이고 학교 운동장을 가르며 공을 차는 아이들도 보이고 그 학교도서관 서가를 누비는 아이들이 보이고 펄 미용실 안팎 풍경도 보이고 정성껏 김밥을 매만지는 이금례 할머니도 보이고 오래된 아파트가 보이고 외롭고 슬픈 여학생 진숙씨 등을 두드려주는 따뜻한 선생님도 보이고 신호등 앞에 선 사람들도 보인다. 살아움직이는 마을이 다 보인다, 보여.
도서관과 책, 그곳을 지키는 지킴이가 해줄 수 있는 일들을 이야기 속에 녹여낸 반가운 이 책은 모두 햇살도서관이 배경이 된다. 사람들 안으로 들어갔을 때 더 슬퍼지는 사람들, 외모 때문에, 자라면서 겪은 상처들로 아픈 삶의 무게를 힘겨워하는 다섯사람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엮은 연작동화다. 아니, 일곱 사람 이야기라 해야 더 맞겠다. 중요한 두 사람 이야기가 더 있다. 평생 혼자 살던 김밥할머니는 교사가 되고 싶었던 자신의 꿈을 어려운 형편의 진숙씨 담임선생님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며 이룬다. 그 인연은 담임선생님을 통해 사서가 되고 싶었던 진숙씨 꿈으로까지 이어진다. 김밥할머니 이금례의 나눔이 어린 소녀들의 실질적 꿈을 이뤄주고 ‘이금례도서관’ 햇살도서관까지 연결되면서 물결처럼 퍼진다. 누군가의 배려와 신념이 주변인으로 밀려난 사람들을 어떻게 보듬어 주는지 이야기한다.
참 고마운 코끼리 사서 진숙씨는 자신을 위로하고 지켜줄 힘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책 읽기가 평생을 굳건히 지켜줄 활력 장치임을 아는 진숙씨는 사서가 되어서 책으로 주변을 돌본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로 실천한다. 도서관 이용자들의 속내를 찬찬히 살피고 무엇을 도울지 찾아서 보이지 않게 책으로 다가간다. 책을 잘 알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역시 사서는 책을 즐기고 잘 알아야 이용자들을 잘 도울 수 있다. 사람을 따뜻하게 살려내는 일을 할 수 있다. 사서의 진정한 역할을 보여준다.
동화 속에는 이미 출판된 책 이야기들이 다시 살아나 움직인다. 마틸다 이야기는 외톨이 진주에게 용기를 준다. 『박지성, 멈추지 않는 도전』이라는 책은 키가 작아 걱정인 정호에게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꿈을 다시 꾸게 한다. 아빠도 엄마도 모두 성실하게 일하는데 늘 넉넉하지 못한 고독한 소녀 수정이에게 『몽실 언니』는 가난보다 외로움이 더 무섭다고 말해준다. 자신의 존재감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도 한다. 『빨간 머리 앤』은 진주엄마 명혜씨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치유하게 한다.
여섯 살 진주가 도서관에서 만난 레오니오니의 『프레드릭』을 읽어주는 아줌마, 거기에 따듯하게 이끌리는 진주는 햇살을 모아 친구를 만나려는 바람을 갖는다. 말을 더듬는 엄마에게 이 책을 읽어주고 또 엄마가 읽어주게도 한다. 신기하게 엄마가 말을 더듬지 않는다. 말더듬이 엄마 명혜씨는 딸에 이끌려 수다쟁이를 꿈꾼다.
이 책은 책 읽기가 마음을 치유하는 데 참 많은 역할을 한다고 말해준다. 말더듬이를 극복하고 싶은 상처투성이 진주엄마 명혜씨는 진숙씨가 권하는 『빨간 머리 앤』을 만난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기억 속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고 그리워한다. 진숙씨에게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한없이 풀어 놓을 수 있게 된다. 꽃을 꺾어 때리기도 했던, 두려웠던 아버지와의 기억까지 꺼내 놓는다. 가슴에 얹혀 있던 돌덩이를 걷어내듯이….
명예씨는 진숙씨가 준 책 표지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이 채, 책 속의 아이말이에요. 고아에다 빨간 머리에다 주근깨투성이인데도 참 명랑하잖아요. 아마 수다쟁이여서 그럴지도 몰라요. 마, 말을 하고 나니까 기분이 좋아요. 여기, 이 가슴 속에 갇혀 있던 말들을 꺼내 놓으니까 시원하고, 세상이 밝아 보이는 것 같아요.” (170쪽)
명혜씨 이야기에 가슴 뭉클하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책이, 사람이 우리를 살린다고 말한다.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거나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책이 만나는 곳,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사람과 세상이 만나는 곳이라고 말해주는 참 고마운 책이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햇살 가득한 도서관이 그리고 그곳 모든 도서관에 코끼리 사서 진숙씨 같은 사서가 비처럼 내리길 기다린다.
이 책을 단숨에 읽고 나니 햇살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진주네 마을 지도가 그려진다. 햇살 가득한 예쁜 도서관이 보이고 학교 운동장을 가르며 공을 차는 아이들도 보이고 그 학교도서관 서가를 누비는 아이들이 보이고 펄 미용실 안팎 풍경도 보이고 정성껏 김밥을 매만지는 이금례 할머니도 보이고 오래된 아파트가 보이고 외롭고 슬픈 여학생 진숙씨 등을 두드려주는 따뜻한 선생님도 보이고 신호등 앞에 선 사람들도 보인다. 살아움직이는 마을이 다 보인다, 보여.
도서관과 책, 그곳을 지키는 지킴이가 해줄 수 있는 일들을 이야기 속에 녹여낸 반가운 이 책은 모두 햇살도서관이 배경이 된다. 사람들 안으로 들어갔을 때 더 슬퍼지는 사람들, 외모 때문에, 자라면서 겪은 상처들로 아픈 삶의 무게를 힘겨워하는 다섯사람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엮은 연작동화다. 아니, 일곱 사람 이야기라 해야 더 맞겠다. 중요한 두 사람 이야기가 더 있다. 평생 혼자 살던 김밥할머니는 교사가 되고 싶었던 자신의 꿈을 어려운 형편의 진숙씨 담임선생님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며 이룬다. 그 인연은 담임선생님을 통해 사서가 되고 싶었던 진숙씨 꿈으로까지 이어진다. 김밥할머니 이금례의 나눔이 어린 소녀들의 실질적 꿈을 이뤄주고 ‘이금례도서관’ 햇살도서관까지 연결되면서 물결처럼 퍼진다. 누군가의 배려와 신념이 주변인으로 밀려난 사람들을 어떻게 보듬어 주는지 이야기한다.
참 고마운 코끼리 사서 진숙씨는 자신을 위로하고 지켜줄 힘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책 읽기가 평생을 굳건히 지켜줄 활력 장치임을 아는 진숙씨는 사서가 되어서 책으로 주변을 돌본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로 실천한다. 도서관 이용자들의 속내를 찬찬히 살피고 무엇을 도울지 찾아서 보이지 않게 책으로 다가간다. 책을 잘 알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역시 사서는 책을 즐기고 잘 알아야 이용자들을 잘 도울 수 있다. 사람을 따뜻하게 살려내는 일을 할 수 있다. 사서의 진정한 역할을 보여준다.
동화 속에는 이미 출판된 책 이야기들이 다시 살아나 움직인다. 마틸다 이야기는 외톨이 진주에게 용기를 준다. 『박지성, 멈추지 않는 도전』이라는 책은 키가 작아 걱정인 정호에게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꿈을 다시 꾸게 한다. 아빠도 엄마도 모두 성실하게 일하는데 늘 넉넉하지 못한 고독한 소녀 수정이에게 『몽실 언니』는 가난보다 외로움이 더 무섭다고 말해준다. 자신의 존재감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도 한다. 『빨간 머리 앤』은 진주엄마 명혜씨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치유하게 한다.
여섯 살 진주가 도서관에서 만난 레오니오니의 『프레드릭』을 읽어주는 아줌마, 거기에 따듯하게 이끌리는 진주는 햇살을 모아 친구를 만나려는 바람을 갖는다. 말을 더듬는 엄마에게 이 책을 읽어주고 또 엄마가 읽어주게도 한다. 신기하게 엄마가 말을 더듬지 않는다. 말더듬이 엄마 명혜씨는 딸에 이끌려 수다쟁이를 꿈꾼다.
이 책은 책 읽기가 마음을 치유하는 데 참 많은 역할을 한다고 말해준다. 말더듬이를 극복하고 싶은 상처투성이 진주엄마 명혜씨는 진숙씨가 권하는 『빨간 머리 앤』을 만난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기억 속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고 그리워한다. 진숙씨에게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한없이 풀어 놓을 수 있게 된다. 꽃을 꺾어 때리기도 했던, 두려웠던 아버지와의 기억까지 꺼내 놓는다. 가슴에 얹혀 있던 돌덩이를 걷어내듯이….
명예씨는 진숙씨가 준 책 표지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이 채, 책 속의 아이말이에요. 고아에다 빨간 머리에다 주근깨투성이인데도 참 명랑하잖아요. 아마 수다쟁이여서 그럴지도 몰라요. 마, 말을 하고 나니까 기분이 좋아요. 여기, 이 가슴 속에 갇혀 있던 말들을 꺼내 놓으니까 시원하고, 세상이 밝아 보이는 것 같아요.” (170쪽)
명혜씨 이야기에 가슴 뭉클하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책이, 사람이 우리를 살린다고 말한다.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거나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책이 만나는 곳,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사람과 세상이 만나는 곳이라고 말해주는 참 고마운 책이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햇살 가득한 도서관이 그리고 그곳 모든 도서관에 코끼리 사서 진숙씨 같은 사서가 비처럼 내리길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