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청소년 문학 - 새 책을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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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7 22:37 조회 6,554회 댓글 0건본문
책을 고르는 일은 쉽고도 어렵다. 느낌이 팍 오는 책은 여러 명의 추천위원들이 다 추천할 정도로 명쾌
하지만 그런 책을 만나는 건 어렵다. 이번 달은 꽃비가 내리는 봄날답게 청소년 문학책이 화려하고 풍
성했다. 그 풍성함 속에 문학 파트의 책 추천 원칙 중 “앞선 세대의 삶을 통찰하고 애정을 갖게 한다.”
에 적합한 책을 만나는 행운까지 겹쳤다. 『나는 시인이다』는 정말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추천하고 싶
었던 『고양이 숲에서 길을 묻다』(소냐 하트넷, 뿌브아르)를 확 제치고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초콜릿
레볼루션』도 가벼움 속에 들어 있는 진정성이 신선하고 통쾌했고, 『도무라반점의 형제들』은 오랜만
에 일본 청소년 문학 책 중에서 단비를 만난 느낌이었다. 일본 전통이 느껴져 좋았고 나라를 뛰어넘어
공감되는 청소년기의 방황과 고민이 지금의 우리를 생각하게 하여 좋았다. 『만주의 아이들』은 깊게
읽기로 재탄생되어 소개된다. 『제자 백가를 격파하라』는 춘추전국시대라는 혼란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혜를 모았던 여러 사상가들의 이야기라는 이유만으로도 우리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고, 스포츠가
주는 매력과 그 안에서 주는 성장이야기가 마음을 흔드는 『복스』와 『꽃 같은 시절』은 『열일곱, 울지
마!』(노경실, 홍익출판사)와 『2미터』(요코야마 케이, 책과콩나무)를 제치고 추천되었다. 이제 다 떨어
진 꽃잎 대신 연두색 잎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화려한 봄꽃 같은 책들을 소개하는 행운도 좋지만 잔
잔한 감동을 지속적으로 주는 나무 같은 책들도 만나고 싶다. 강애라 서울 대치중 국어교사
꽃 같은 시절
공선옥 지음 | 창비 | 260쪽 | 2011.04.11 | 11,000원 | 중학생 | 한국 | 소설
‘띠루띠루띠루루루’ 가장 낮은 곳에서 내는 지렁이 울음소리, ‘싸그락, 싸그락’ 싸
락눈 떨어지는 소리, ‘사르륵 사르륵, 사운사운, 솨르르…’ 이 많은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본적이 있을까. 기계음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이 놓치고 있는 소중한 것
들이 세상에 너무나 많다. 그렇다고 시골은 온전히 자연을 간직하고 있을까? 소설
은 멀쩡한 산과 강이 파헤쳐지는 이 땅에 사람과 자연이 오로지 돈벌이의 대상으
로 전락한 요지경 속의 대한민국 농촌의 풍경을 직시하고 있다. ‘쿵쿵쿵쿵’ 돌공장
에선 희뿌연 돌가루를 날리며 밤낮없이 돌을 잘라내는데 군청이 묵인하고 경찰이
비호한다. 개발주의자들의 공권력에 맞서는 싸움은 힘에 겹지만 기죽을 필요는 없
다. 오히려 ‘외로움이 뭉치니 외롭지 않다.’ 연대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꽃이 핀
다. 꽃은 강요된 정적을 내던진 자유로운 사람들의 왁자한 희망이다. 구수한 사투
리와 의성어들에 귀가 즐겁다. ‘세상의 모든 어린 것, 여린 것, 약한 것들’을 바라보
는 작가의 시선이 한결 더 따뜻해졌다. 예주영 서울 숙명여고 사서교사
나는 시인이다
김규동 지음|바이북스|275쪽|2011.03.25|12,000원|중학생|한국|시
원로시인 김규동 선생님의 산문집을 읽으며 실체를 잘 알기 어려웠던 시심詩心을
깨달은 기분이다. 교과서에서나 만나는 1920년대, 그것도 함경북도 어느 마을을
눈앞에 그려주고, 선생님의 어린 시절의 감정들은 시대를 넘어선 공감으로 지금
내 아이 마음을 헤아리게 한다. 거친 세월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듯 표현한 이 산문
집을 읽으며 우린 일제 강점기의 굴욕과 전쟁의 아픔을 위로 받고, 청소년기의 독
기 역시 할아버지의 주름진 손길에 녹아내리기를 기대한다. 바람에 몸이 흔들리
면 세상이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몸의 중심만 잡으면 스쳐가는 바람의 방향
을 알 수 있다. 우리 근현대사의 소용돌이를 정면으로 맞서서 중심을 잡고 사신 선
생님의 팔십 평생을 만나니 내가 어찌 살아야 할지 답을 얻은 것 같이 든든하다.
팔십년 넘는 세월을 시詩처럼 살아오신 선생님의 이야기를 마주하니 마치 정갈한
절밥을 먹은 후처럼 몸이 가볍고 영혼이 맑아져 산山을 느끼게 한다.
강애라 서울 대치중 국어교사
도무라 반점의 형제들
세오 마이코 지음 |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80쪽 | 2011.04.04 | 9,500원 | 고등학생 | 한국 | 소설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그 음식의 양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보면 섭섭할 때가 있다. 이 책도 그랬다. 읽을 내용이 조금씩 줄어들수록 아쉬웠다. 이 소설은 형과 동생이 각각 자신의 시각에서 바라본 세상을 그리고 있어 서술 시점이 교차한다. 확실한 미래가 있는 동생과 불확실한 미래로 방황하는 형. 하지만 인생이 그렇듯 반전이 있다. 가업 승계가 확실하던 동생은 대학을 가고 방황하던 형은 대학이 아니라 가업을 잇는다. 청소년기, 꿈이나 희망도 없고 스스로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아무 결정도 내릴 수 없어 답답하고 무기력한 채 우리는 그렇게 두 형제처럼 커간다. 어른 세계로 들어선다는 것은 이렇게 고통이 따르는 것이지만 형제처럼 나아갈 방향을 찾기 마련이다. 이 책은 어른이 읽어도 그 시절의 방황을 되새김질해 볼만하다. 동생 ‘고스케’의 ‘오카노’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형 ‘헤이스케’의 연상녀와의 사랑, 그리고 형과 동생의 우애는 읽는 내내 가슴을 뛰게 한다. 배영태 용인 포곡고 국어교사
복스
햐쿠타 나오키 지음 | 권일영 옮김 | 문학동네 | 659쪽 | 2011.03.25 | 15,000원 | 고등학생 | 일본 | 소설
‘하이틴 소설을 연상케 하는 가벼운 표지, 이와 달리 650쪽이 넘는 두꺼운 분량’ 외형이 주는 편견은 선뜻 이 책에 대한 선택을 망설이게 한다. 그나마 띠지를 수놓은 화려한 문구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가벼워 보이는 표지만큼 내용은 경쾌하고 신선하며, 두꺼운 무게만큼 이야기는 자못 진지하다. 허약한 몸에 운동엔 전혀 소질이 없는 ‘기타루’, 반면 천부적인 운동신경의 소유자 ‘가부라야’ 두 친구가 권투를 통해 성장해가는 이야기는 노력과 재능에 대해 끊임없이 반문하게 만든다. ‘노력 없이 쉽게 얻은 재능과 지난한 노력을 통해 발견한 재능’ 어쩌면 우리도 쉽게 좌절하고 포기함으로써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지 못한 건 아닐까? 아니면 너무 쉽게 얻은 결과에 그 재능이 빛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아이들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면서 박진감 있는 스포츠 소설이기도 한 이 책은 권투에 대한 상식과 그 매력에 대해서도 일깨워준다. 재미와 감동, 교훈을 아슬아슬하게 잘 버무려 놓았다. 정현아 전남 해남고 사서교사
제자백가를 격파하라
좌백 지음|왕지성 그림|마리북스|224쪽|2011.03.25|12,000원|고등학생|한국|소설
주인공 지누의 환상적인 모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철학적 사고를 이끌 수 있도록 구성한 세 번째 청소년 철학판타지 소설이다. 지누는 책을 보며 깜박 잠이 들어 얼떨결에 춘추전국시대라는 역사적 시점에 와있게 되는데, 꾀죄죄한 한 노인을 통해 천녀라고 불리게 된 애지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천녀 애지를 구하는 방법을 제시한 노인은 지누를 ‘제자백가 논변대회’로 데려간다. 지누는 공자부터 한비자까지 제자백가의 주요 사상가를 만나 깨달음을 얻게 된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학파와 계보를, 주인공인 지누와 애지를 통해 판타지 소설로 풀어써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또한 읽는 이가 자연스러운 철학적 사고를 이끌도록 구성된 점이 돋보인다. 지식적인 앎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주인공 지누가 겪는 소설 속 현실에서 어떻게 제시되고, 적용할 수 있는지까지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부록으로 제자백가사상을 정리하여 학파와 사상을 좀 더 깊이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홍들미 인천 부평디자인과학고 사서
초콜릿 레볼루션
알렉스 쉬어러 지음|이주혜 옮김|미래인|384쪽|2011.04.05|10,800원|중학생|영국|소설
어른들의 정치적 무관심 덕분에 집권한 국민건강당은 초콜릿을 먹는 것, 만드는 것, 판매하는 것까지 법으로 금지시킨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헌틀러와 스머저는 초콜릿을 먹을 자유와 권리를 되찾기 위해 초콜릿을 만들고 팔기 시작한다. 두 소년에게 이웃의 바비 할머니와 블레이즈 할아버지의 적극적인 참여는 큰 힘이 된다. 무책임한 어른들을 뒤로한 채 먼저 용기를 낸 소년들에게, 잃을 것도 두려울 것도 없다며 젊은이들을 이끌어 주자는 노인들 말에서도 희망이 보인다. 초콜릿의 양면성을 이용해 자유의 소중함을 말하는 작가의 상상력과 풍자는 청소년들에게 국가, 권력, 정치에 대한 생각거리를 준다. 작은 용기들이 모여 큰 용기가 된다는 것, 정직의 중요함과 용서의 필요성까지 이야기에 잘 버무렸다. 책을 읽는 내내 웃을 수 있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한 권의 책에 담을 수 있는 미덕을 모두 갖춘 책으로, 원래 제목은 ‘Bootleg(밀매)’다. 2003년에 출간된 책으로 최근 자유를 원하는 아랍지역의 움직임과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김광재 학교 밖 독서지도
하지만 그런 책을 만나는 건 어렵다. 이번 달은 꽃비가 내리는 봄날답게 청소년 문학책이 화려하고 풍
성했다. 그 풍성함 속에 문학 파트의 책 추천 원칙 중 “앞선 세대의 삶을 통찰하고 애정을 갖게 한다.”
에 적합한 책을 만나는 행운까지 겹쳤다. 『나는 시인이다』는 정말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추천하고 싶
었던 『고양이 숲에서 길을 묻다』(소냐 하트넷, 뿌브아르)를 확 제치고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초콜릿
레볼루션』도 가벼움 속에 들어 있는 진정성이 신선하고 통쾌했고, 『도무라반점의 형제들』은 오랜만
에 일본 청소년 문학 책 중에서 단비를 만난 느낌이었다. 일본 전통이 느껴져 좋았고 나라를 뛰어넘어
공감되는 청소년기의 방황과 고민이 지금의 우리를 생각하게 하여 좋았다. 『만주의 아이들』은 깊게
읽기로 재탄생되어 소개된다. 『제자 백가를 격파하라』는 춘추전국시대라는 혼란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혜를 모았던 여러 사상가들의 이야기라는 이유만으로도 우리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고, 스포츠가
주는 매력과 그 안에서 주는 성장이야기가 마음을 흔드는 『복스』와 『꽃 같은 시절』은 『열일곱, 울지
마!』(노경실, 홍익출판사)와 『2미터』(요코야마 케이, 책과콩나무)를 제치고 추천되었다. 이제 다 떨어
진 꽃잎 대신 연두색 잎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화려한 봄꽃 같은 책들을 소개하는 행운도 좋지만 잔
잔한 감동을 지속적으로 주는 나무 같은 책들도 만나고 싶다. 강애라 서울 대치중 국어교사
꽃 같은 시절
공선옥 지음 | 창비 | 260쪽 | 2011.04.11 | 11,000원 | 중학생 | 한국 | 소설
‘띠루띠루띠루루루’ 가장 낮은 곳에서 내는 지렁이 울음소리, ‘싸그락, 싸그락’ 싸
락눈 떨어지는 소리, ‘사르륵 사르륵, 사운사운, 솨르르…’ 이 많은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본적이 있을까. 기계음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이 놓치고 있는 소중한 것
들이 세상에 너무나 많다. 그렇다고 시골은 온전히 자연을 간직하고 있을까? 소설
은 멀쩡한 산과 강이 파헤쳐지는 이 땅에 사람과 자연이 오로지 돈벌이의 대상으
로 전락한 요지경 속의 대한민국 농촌의 풍경을 직시하고 있다. ‘쿵쿵쿵쿵’ 돌공장
에선 희뿌연 돌가루를 날리며 밤낮없이 돌을 잘라내는데 군청이 묵인하고 경찰이
비호한다. 개발주의자들의 공권력에 맞서는 싸움은 힘에 겹지만 기죽을 필요는 없
다. 오히려 ‘외로움이 뭉치니 외롭지 않다.’ 연대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꽃이 핀
다. 꽃은 강요된 정적을 내던진 자유로운 사람들의 왁자한 희망이다. 구수한 사투
리와 의성어들에 귀가 즐겁다. ‘세상의 모든 어린 것, 여린 것, 약한 것들’을 바라보
는 작가의 시선이 한결 더 따뜻해졌다. 예주영 서울 숙명여고 사서교사
나는 시인이다
김규동 지음|바이북스|275쪽|2011.03.25|12,000원|중학생|한국|시
원로시인 김규동 선생님의 산문집을 읽으며 실체를 잘 알기 어려웠던 시심詩心을
깨달은 기분이다. 교과서에서나 만나는 1920년대, 그것도 함경북도 어느 마을을
눈앞에 그려주고, 선생님의 어린 시절의 감정들은 시대를 넘어선 공감으로 지금
내 아이 마음을 헤아리게 한다. 거친 세월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듯 표현한 이 산문
집을 읽으며 우린 일제 강점기의 굴욕과 전쟁의 아픔을 위로 받고, 청소년기의 독
기 역시 할아버지의 주름진 손길에 녹아내리기를 기대한다. 바람에 몸이 흔들리
면 세상이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몸의 중심만 잡으면 스쳐가는 바람의 방향
을 알 수 있다. 우리 근현대사의 소용돌이를 정면으로 맞서서 중심을 잡고 사신 선
생님의 팔십 평생을 만나니 내가 어찌 살아야 할지 답을 얻은 것 같이 든든하다.
팔십년 넘는 세월을 시詩처럼 살아오신 선생님의 이야기를 마주하니 마치 정갈한
절밥을 먹은 후처럼 몸이 가볍고 영혼이 맑아져 산山을 느끼게 한다.
강애라 서울 대치중 국어교사
도무라 반점의 형제들
세오 마이코 지음 |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80쪽 | 2011.04.04 | 9,500원 | 고등학생 | 한국 | 소설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그 음식의 양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보면 섭섭할 때가 있다. 이 책도 그랬다. 읽을 내용이 조금씩 줄어들수록 아쉬웠다. 이 소설은 형과 동생이 각각 자신의 시각에서 바라본 세상을 그리고 있어 서술 시점이 교차한다. 확실한 미래가 있는 동생과 불확실한 미래로 방황하는 형. 하지만 인생이 그렇듯 반전이 있다. 가업 승계가 확실하던 동생은 대학을 가고 방황하던 형은 대학이 아니라 가업을 잇는다. 청소년기, 꿈이나 희망도 없고 스스로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아무 결정도 내릴 수 없어 답답하고 무기력한 채 우리는 그렇게 두 형제처럼 커간다. 어른 세계로 들어선다는 것은 이렇게 고통이 따르는 것이지만 형제처럼 나아갈 방향을 찾기 마련이다. 이 책은 어른이 읽어도 그 시절의 방황을 되새김질해 볼만하다. 동생 ‘고스케’의 ‘오카노’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형 ‘헤이스케’의 연상녀와의 사랑, 그리고 형과 동생의 우애는 읽는 내내 가슴을 뛰게 한다. 배영태 용인 포곡고 국어교사
복스
햐쿠타 나오키 지음 | 권일영 옮김 | 문학동네 | 659쪽 | 2011.03.25 | 15,000원 | 고등학생 | 일본 | 소설
‘하이틴 소설을 연상케 하는 가벼운 표지, 이와 달리 650쪽이 넘는 두꺼운 분량’ 외형이 주는 편견은 선뜻 이 책에 대한 선택을 망설이게 한다. 그나마 띠지를 수놓은 화려한 문구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가벼워 보이는 표지만큼 내용은 경쾌하고 신선하며, 두꺼운 무게만큼 이야기는 자못 진지하다. 허약한 몸에 운동엔 전혀 소질이 없는 ‘기타루’, 반면 천부적인 운동신경의 소유자 ‘가부라야’ 두 친구가 권투를 통해 성장해가는 이야기는 노력과 재능에 대해 끊임없이 반문하게 만든다. ‘노력 없이 쉽게 얻은 재능과 지난한 노력을 통해 발견한 재능’ 어쩌면 우리도 쉽게 좌절하고 포기함으로써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지 못한 건 아닐까? 아니면 너무 쉽게 얻은 결과에 그 재능이 빛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아이들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면서 박진감 있는 스포츠 소설이기도 한 이 책은 권투에 대한 상식과 그 매력에 대해서도 일깨워준다. 재미와 감동, 교훈을 아슬아슬하게 잘 버무려 놓았다. 정현아 전남 해남고 사서교사
제자백가를 격파하라
좌백 지음|왕지성 그림|마리북스|224쪽|2011.03.25|12,000원|고등학생|한국|소설
주인공 지누의 환상적인 모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철학적 사고를 이끌 수 있도록 구성한 세 번째 청소년 철학판타지 소설이다. 지누는 책을 보며 깜박 잠이 들어 얼떨결에 춘추전국시대라는 역사적 시점에 와있게 되는데, 꾀죄죄한 한 노인을 통해 천녀라고 불리게 된 애지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천녀 애지를 구하는 방법을 제시한 노인은 지누를 ‘제자백가 논변대회’로 데려간다. 지누는 공자부터 한비자까지 제자백가의 주요 사상가를 만나 깨달음을 얻게 된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학파와 계보를, 주인공인 지누와 애지를 통해 판타지 소설로 풀어써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또한 읽는 이가 자연스러운 철학적 사고를 이끌도록 구성된 점이 돋보인다. 지식적인 앎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주인공 지누가 겪는 소설 속 현실에서 어떻게 제시되고, 적용할 수 있는지까지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부록으로 제자백가사상을 정리하여 학파와 사상을 좀 더 깊이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홍들미 인천 부평디자인과학고 사서
초콜릿 레볼루션
알렉스 쉬어러 지음|이주혜 옮김|미래인|384쪽|2011.04.05|10,800원|중학생|영국|소설
어른들의 정치적 무관심 덕분에 집권한 국민건강당은 초콜릿을 먹는 것, 만드는 것, 판매하는 것까지 법으로 금지시킨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헌틀러와 스머저는 초콜릿을 먹을 자유와 권리를 되찾기 위해 초콜릿을 만들고 팔기 시작한다. 두 소년에게 이웃의 바비 할머니와 블레이즈 할아버지의 적극적인 참여는 큰 힘이 된다. 무책임한 어른들을 뒤로한 채 먼저 용기를 낸 소년들에게, 잃을 것도 두려울 것도 없다며 젊은이들을 이끌어 주자는 노인들 말에서도 희망이 보인다. 초콜릿의 양면성을 이용해 자유의 소중함을 말하는 작가의 상상력과 풍자는 청소년들에게 국가, 권력, 정치에 대한 생각거리를 준다. 작은 용기들이 모여 큰 용기가 된다는 것, 정직의 중요함과 용서의 필요성까지 이야기에 잘 버무렸다. 책을 읽는 내내 웃을 수 있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한 권의 책에 담을 수 있는 미덕을 모두 갖춘 책으로, 원래 제목은 ‘Bootleg(밀매)’다. 2003년에 출간된 책으로 최근 자유를 원하는 아랍지역의 움직임과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김광재 학교 밖 독서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