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합니다! 사랑해야 비로소 이해하지 않을까 - 해외에서 인정받은 참 예쁘고 고급한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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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8 15:38 조회 10,392회 댓글 0건본문
아이들은 꼭 친구들과 놀아야 하나요? 좋아하는 장난감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나요? 그렇지 않은 아이는 이상한 아이인가요? 이런 물음으로 시작되는 그림책 『여우모자』. 세상과 소통하지 못해 늘상 혼자인 것이 편했던 아이가 차차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이야기. 어쩌다 아기여우와 함께 지내게 되면서 비로소 세상에 들어서는 아이. 햇살이 이렇게 따사롭고 눈부셨나요? 역시 물음으로 끝나는 이야기.
『여우모자』는 몇 가지 점에서 특별하다. 소량 디지털 인쇄. 살 수 있는 서점도 몇 곳 안 된다. 값? 21,000원으로 비싸다. 불구하고 『여우모자』 마니아가 생겨나고 있는 모양이다. 따뜻한 감성, 남다른 캐릭터, 절제된 타이포그래피, 고급한 종이, 잔잔한 파스텔 톤의 선명한 색감… 그림책은 애들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자 애쓴 흔적이 또렷하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등지에서 해외 출판인들의 호평도 받았다. 봤다 하면, 갖고 싶다.
『여우모자』는 편집디자이너, 북디자이너로 일한 김승연 작가가 직접 글 쓰고 그림 그린 첫 작품. 지지난해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차세대 디자인 리더’에 선정돼 지원을 받은 덕에 직접 출판사(텍스트컨텍스트 textcontext.kr)까지 차리고는 제작비와 판매가는 무시한(?) 채 소장 가치만 생각하고 만들 수 있었다는 후문. 한 매체는 김작가를 “독립출판계의 4번 타자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했는데, 아무튼지 출판사의 수지와 타산도 맞아 돌아가 명실상부 독립만세 하기를!
『여우모자』는 엄마에게 바치는 책인가? 속표지를 넘기면 ‘사랑하는 엄마에게 쪽…’, 참 예쁜 헌사가 나온다.
바친다고 하니 좀 거창하다. 첫 작업이라 그런지 작업하면서 엄마가 가장 많이 생각났다.
혼자 있을 때가 가장 편한 소녀, 그렇게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던 소녀가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이야기다. 해피엔딩이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소녀의 이야기도 엄마의 이야기도 아니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소녀는 소녀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아기여우와 엄마여우도 각자 자기만의 사정이 있다. 그런 상황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같다. 소녀가 아기여우를 좋아하게 됐을 때 엄마여우의 마음을 이해하고 슬프지만 보내줄 수 있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엄마에게도 마음을 열게 된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비로소 진정으로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보는 사람이 다른 걸 느꼈다면 그게 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책, 책을 보관할 수 있는 봉투, 책갈피처럼 사용할 수 있는 엽서, 포스터가 한 세트다. 독특한 구성인데, 특별한 이유라도?
책과 봉투가 세트이고 엽서와 포스터는 일시적인 것이다. 사실 포스터는 판매하려고 제작한 건데 한두 번 그냥 배포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책과 세트가 됐다. 다나간 후에는 더 이상 제작하지 않을 계획이었고, 현재 엽서와 포스터는 2000매 모두 소진됐다.
“서점에서도 안 파는 책, 번거롭게 수소문해서, 처음 보는 사람 계좌에 입금까지 해가며 책 사가신 많은 분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블로그 글 보고 웃었다. 처음에 일반 서점, 인터넷서점에서 왜 팔지 않았나? 지금은, 앞으로는 어떤가?
1쇄의 원가가 너무 높아 인터넷서점에서 판매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책이 인터넷서점의 유아 카테고리에서 판매되면 그림책이 아닌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질까봐 망설이기도 했다. 어른, 아이 다보는 그림책은 어떤 카테고리에 들어가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한 인터넷서점에서 이런 상황을 배려해줘 입점할 수 있게 됐다.
이 책의 지은이자 펴낸이다. 출판사도 작가로서도 첫 작품이다. 막상 직접 출판을 해보니 어떤가? 또 예전에 ‘남’ 그림책작업과 ‘내’ 책 만드는 일이 어떻게 달랐나?
예전에 클라이언트 잡을 할 때도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했다. 그런데 막상 『여우모자』를 만들고나니 ‘아, 이게 진짜 내 일이구나’ 생각이 들면서 클라이언트 잡이 재미가 없어져버렸다. 고생해도 재미있어서 다른 일은 하고 싶지가 않다.
2009년 9월 1쇄 900부, 2011년 1월 2쇄 1,000부 찍었다. 부수는 100부 늘고, 가격은 3,000원 오르고. 품질 낮추기보다 가격 올리기를 택했다. 한 인터뷰에서 “소장가치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고급스럽게 제작했다.”고 했다. 암튼, 품질에는 만족하나?
항상 그렇지만 만들고나면 무언가가 아쉽다. 다음엔 이태리 장인이 한 올, 한 올 엮어 만든 종이에다가 인쇄해야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하하. 종이의 결을 느끼게 하고 싶어 좋은 종이를 사용하고 일부러 코팅을 안 했다. 종이로 만든 책이니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 바래고 때가 타는 거고 그러다보면 빈티지가 되겠지 싶었다. 실용서가 아닌 이상 한 번 본 책을 또 꺼내 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코팅을 해서 자연스럽고 포근한 느낌을 없애고 싶지도 않았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책 보관용 봉투를 만들었지만 어떤 분들은 때 타는 게 싫어 직접 비닐로 쌌다고 민원을 넣기도 한다. 죄송한 마음도 들지만 ‘『여우모자』가 사랑받고 있구나. 옷도 생기고…’ 이렇게 생각하면서 코팅은 계속 안 할 생각이다. 음, 무거운 책을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책이 가볍게 나온 건 만족한다.
블로그에서 백희나 작가 얘기도 잘 봤다. “『달샤베트』는 단순한 언어의 조합이 아닌 백희나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또 다른 세계입니다. ‘달샤벳’이란 걸그룹에게서 이름을 되찾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오리지널이 대접받지 못하는, 스타가 빛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가치가 무시당하는 그런 일들,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사태를 어떤 마음으로 보고 있나?
그냥 페어플레이 하자는 것이다. 창작자에게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지 않고 그것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훔친 것과 다름없다. 그것을 표절이라고 하지 않는가. 정당한 가치는 창작자와 사용자 간의 합의에 의해야 한다. 예술가들의 폐쇄적인 마인드로 ‘달샤베트’란 단어가 영원히 백희나 작가 것이라는 것이 아니다. 창작물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창작자가 잘 먹고 잘 살아야 창작할 맛이 나고 그런 창작물을 토대로 다양하고 건전한 문화가 생산돼야 세상이 풍요로워지고 세상 사는 재미도 생기는 것 아닐까. 그러면 ‘달사벳’이 생기고 ‘해샤벳’이 생겨도 문제될 게 없다. 게다가 이 경우는 ‘달샤베트’라는 단어 하나의 문제도 아니다. 『달샤베트』가 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걸그룹이 아닌 그림책으로 인식되기도 전에 이런 일이 생겨 작가가 만든 상상의 세계가 순식간에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 더 안타깝다.
『여우모자』는 2009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출품 후 해외 반응이 꽤 좋았다고 들었다. 올해 프랑스 출판사 디디에 주니어에서 출간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리고. 현재 출판 계약 진행 상황은? 또 왜 외국 사람들에게 ‘먹힌다’고 생각하나?
중국과도 계약이 진행 중에 있고 다음 그림책 『얀얀』도 샘플 북 단계에서 해외 출판사들과 얘기가 오가고 있다. 한국보다 해외에서 반응이 더 좋아 신기하기도 하다.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과 캐릭터들이 파란 눈을 하고 있는 것도 해외에서 『여우모자』를 편견 없이 바라보게 만든 요소인 것 같다. 좋은 종이에 인쇄한 덕도 보는 것 같다.
책에 보면 ‘도서출판 텍스트컨텍스트’가 아니라 ‘그래픽 스튜디오 텍스트컨텍스트’라고 박았다. 굳이 출판사라고 규정하지 않는 것은?
책만 만들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할 게 굉장히 많다. 차근차근 하나씩 보여드리겠다.
그림책 전용 슬라이드 프 로젝터 ‘메리메리드림(Merry Merry Dream)’도 만들었다. 재밌다. 방에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시장 반응이 궁금하다. 그리고 앞으로 제품 디자인과 제작도 할 생각인가?
시장용으로 제작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현재는 전시에 서만 볼 수 있다. 그림책 종류가 좀 더 다양해지면 보다 적극적으로 메리메리드림 제작에 힘을 쏟을 생각이다. 아직은 여기까지.
책에다 “한번 보고 잊혀지는 책이 아닌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와 평생 옆에 두고 볼 수 있는 친구 같은 그림책을 꾸준히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림책이 뭐라고 생각하나?
상상하기에 가장 만만한 매체가 그림책 같다. 아이들에 겐 상상의 세계를 넓혀줄 수 있고 어른들에겐 상상을 통해 답답한 일상에서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그림책 읽기 같다. <그림책 상상>이란 그림책 잡지를 보고 이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그림책 제목이 『얀얀』? 언제 나오나? 무슨 뜻인가? 어떤 책인가? “주변 사람부터 아프리카 어린이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데,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계획과 소망을 들려달라.
‘얀얀’은 털실 혹은 길게 과장한 이야기라는 영어 yarn이기도 하면서 주인공 아이가 웅얼거리는 소리이고 또 그 아이의 이름이기도 하다. 털실로 아빠를 만드는 얀얀의 이야기다. 원래 계획은 작년 가을에 나오는 거였는데 올 6월쯤 나올 예정이다. 계속 연기해서 장담은 못하겠다. 앞으로 가늘고 길게, 길게, 계속, 계속, 하면 좋겠다. 하고 싶었던 걸 계속할 수 있도록 너무 유명해져서 맘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확 망하거나 너무 빨리 지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지금처럼만 한 20년 계속하다보면 내 이름으로 10권짜리 컬렉션이 나오지 않을까? 그 다음엔 인세로 비행기 타고 아프리카도가고 여기저기 좀 놀러도 다니고 그랬으면 좋겠다. 최종목표는 멋진 할머니로 늙는 것. 연용호 기자
『여우모자』는 몇 가지 점에서 특별하다. 소량 디지털 인쇄. 살 수 있는 서점도 몇 곳 안 된다. 값? 21,000원으로 비싸다. 불구하고 『여우모자』 마니아가 생겨나고 있는 모양이다. 따뜻한 감성, 남다른 캐릭터, 절제된 타이포그래피, 고급한 종이, 잔잔한 파스텔 톤의 선명한 색감… 그림책은 애들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자 애쓴 흔적이 또렷하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등지에서 해외 출판인들의 호평도 받았다. 봤다 하면, 갖고 싶다.
『여우모자』는 편집디자이너, 북디자이너로 일한 김승연 작가가 직접 글 쓰고 그림 그린 첫 작품. 지지난해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차세대 디자인 리더’에 선정돼 지원을 받은 덕에 직접 출판사(텍스트컨텍스트 textcontext.kr)까지 차리고는 제작비와 판매가는 무시한(?) 채 소장 가치만 생각하고 만들 수 있었다는 후문. 한 매체는 김작가를 “독립출판계의 4번 타자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했는데, 아무튼지 출판사의 수지와 타산도 맞아 돌아가 명실상부 독립만세 하기를!
『여우모자』는 엄마에게 바치는 책인가? 속표지를 넘기면 ‘사랑하는 엄마에게 쪽…’, 참 예쁜 헌사가 나온다.
바친다고 하니 좀 거창하다. 첫 작업이라 그런지 작업하면서 엄마가 가장 많이 생각났다.
혼자 있을 때가 가장 편한 소녀, 그렇게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던 소녀가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이야기다. 해피엔딩이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소녀의 이야기도 엄마의 이야기도 아니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소녀는 소녀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아기여우와 엄마여우도 각자 자기만의 사정이 있다. 그런 상황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같다. 소녀가 아기여우를 좋아하게 됐을 때 엄마여우의 마음을 이해하고 슬프지만 보내줄 수 있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엄마에게도 마음을 열게 된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비로소 진정으로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보는 사람이 다른 걸 느꼈다면 그게 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책, 책을 보관할 수 있는 봉투, 책갈피처럼 사용할 수 있는 엽서, 포스터가 한 세트다. 독특한 구성인데, 특별한 이유라도?
책과 봉투가 세트이고 엽서와 포스터는 일시적인 것이다. 사실 포스터는 판매하려고 제작한 건데 한두 번 그냥 배포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책과 세트가 됐다. 다나간 후에는 더 이상 제작하지 않을 계획이었고, 현재 엽서와 포스터는 2000매 모두 소진됐다.
“서점에서도 안 파는 책, 번거롭게 수소문해서, 처음 보는 사람 계좌에 입금까지 해가며 책 사가신 많은 분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블로그 글 보고 웃었다. 처음에 일반 서점, 인터넷서점에서 왜 팔지 않았나? 지금은, 앞으로는 어떤가?
1쇄의 원가가 너무 높아 인터넷서점에서 판매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책이 인터넷서점의 유아 카테고리에서 판매되면 그림책이 아닌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질까봐 망설이기도 했다. 어른, 아이 다보는 그림책은 어떤 카테고리에 들어가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한 인터넷서점에서 이런 상황을 배려해줘 입점할 수 있게 됐다.
이 책의 지은이자 펴낸이다. 출판사도 작가로서도 첫 작품이다. 막상 직접 출판을 해보니 어떤가? 또 예전에 ‘남’ 그림책작업과 ‘내’ 책 만드는 일이 어떻게 달랐나?
예전에 클라이언트 잡을 할 때도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했다. 그런데 막상 『여우모자』를 만들고나니 ‘아, 이게 진짜 내 일이구나’ 생각이 들면서 클라이언트 잡이 재미가 없어져버렸다. 고생해도 재미있어서 다른 일은 하고 싶지가 않다.
2009년 9월 1쇄 900부, 2011년 1월 2쇄 1,000부 찍었다. 부수는 100부 늘고, 가격은 3,000원 오르고. 품질 낮추기보다 가격 올리기를 택했다. 한 인터뷰에서 “소장가치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고급스럽게 제작했다.”고 했다. 암튼, 품질에는 만족하나?
항상 그렇지만 만들고나면 무언가가 아쉽다. 다음엔 이태리 장인이 한 올, 한 올 엮어 만든 종이에다가 인쇄해야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하하. 종이의 결을 느끼게 하고 싶어 좋은 종이를 사용하고 일부러 코팅을 안 했다. 종이로 만든 책이니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 바래고 때가 타는 거고 그러다보면 빈티지가 되겠지 싶었다. 실용서가 아닌 이상 한 번 본 책을 또 꺼내 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코팅을 해서 자연스럽고 포근한 느낌을 없애고 싶지도 않았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책 보관용 봉투를 만들었지만 어떤 분들은 때 타는 게 싫어 직접 비닐로 쌌다고 민원을 넣기도 한다. 죄송한 마음도 들지만 ‘『여우모자』가 사랑받고 있구나. 옷도 생기고…’ 이렇게 생각하면서 코팅은 계속 안 할 생각이다. 음, 무거운 책을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책이 가볍게 나온 건 만족한다.
블로그에서 백희나 작가 얘기도 잘 봤다. “『달샤베트』는 단순한 언어의 조합이 아닌 백희나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또 다른 세계입니다. ‘달샤벳’이란 걸그룹에게서 이름을 되찾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오리지널이 대접받지 못하는, 스타가 빛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가치가 무시당하는 그런 일들,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사태를 어떤 마음으로 보고 있나?
그냥 페어플레이 하자는 것이다. 창작자에게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지 않고 그것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훔친 것과 다름없다. 그것을 표절이라고 하지 않는가. 정당한 가치는 창작자와 사용자 간의 합의에 의해야 한다. 예술가들의 폐쇄적인 마인드로 ‘달샤베트’란 단어가 영원히 백희나 작가 것이라는 것이 아니다. 창작물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창작자가 잘 먹고 잘 살아야 창작할 맛이 나고 그런 창작물을 토대로 다양하고 건전한 문화가 생산돼야 세상이 풍요로워지고 세상 사는 재미도 생기는 것 아닐까. 그러면 ‘달사벳’이 생기고 ‘해샤벳’이 생겨도 문제될 게 없다. 게다가 이 경우는 ‘달샤베트’라는 단어 하나의 문제도 아니다. 『달샤베트』가 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걸그룹이 아닌 그림책으로 인식되기도 전에 이런 일이 생겨 작가가 만든 상상의 세계가 순식간에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 더 안타깝다.
『여우모자』는 2009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출품 후 해외 반응이 꽤 좋았다고 들었다. 올해 프랑스 출판사 디디에 주니어에서 출간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리고. 현재 출판 계약 진행 상황은? 또 왜 외국 사람들에게 ‘먹힌다’고 생각하나?
중국과도 계약이 진행 중에 있고 다음 그림책 『얀얀』도 샘플 북 단계에서 해외 출판사들과 얘기가 오가고 있다. 한국보다 해외에서 반응이 더 좋아 신기하기도 하다.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과 캐릭터들이 파란 눈을 하고 있는 것도 해외에서 『여우모자』를 편견 없이 바라보게 만든 요소인 것 같다. 좋은 종이에 인쇄한 덕도 보는 것 같다.
책에 보면 ‘도서출판 텍스트컨텍스트’가 아니라 ‘그래픽 스튜디오 텍스트컨텍스트’라고 박았다. 굳이 출판사라고 규정하지 않는 것은?
책만 만들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할 게 굉장히 많다. 차근차근 하나씩 보여드리겠다.
그림책 전용 슬라이드 프 로젝터 ‘메리메리드림(Merry Merry Dream)’도 만들었다. 재밌다. 방에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시장 반응이 궁금하다. 그리고 앞으로 제품 디자인과 제작도 할 생각인가?
시장용으로 제작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현재는 전시에 서만 볼 수 있다. 그림책 종류가 좀 더 다양해지면 보다 적극적으로 메리메리드림 제작에 힘을 쏟을 생각이다. 아직은 여기까지.
책에다 “한번 보고 잊혀지는 책이 아닌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와 평생 옆에 두고 볼 수 있는 친구 같은 그림책을 꾸준히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림책이 뭐라고 생각하나?
상상하기에 가장 만만한 매체가 그림책 같다. 아이들에 겐 상상의 세계를 넓혀줄 수 있고 어른들에겐 상상을 통해 답답한 일상에서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그림책 읽기 같다. <그림책 상상>이란 그림책 잡지를 보고 이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그림책 제목이 『얀얀』? 언제 나오나? 무슨 뜻인가? 어떤 책인가? “주변 사람부터 아프리카 어린이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데,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계획과 소망을 들려달라.
‘얀얀’은 털실 혹은 길게 과장한 이야기라는 영어 yarn이기도 하면서 주인공 아이가 웅얼거리는 소리이고 또 그 아이의 이름이기도 하다. 털실로 아빠를 만드는 얀얀의 이야기다. 원래 계획은 작년 가을에 나오는 거였는데 올 6월쯤 나올 예정이다. 계속 연기해서 장담은 못하겠다. 앞으로 가늘고 길게, 길게, 계속, 계속, 하면 좋겠다. 하고 싶었던 걸 계속할 수 있도록 너무 유명해져서 맘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확 망하거나 너무 빨리 지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지금처럼만 한 20년 계속하다보면 내 이름으로 10권짜리 컬렉션이 나오지 않을까? 그 다음엔 인세로 비행기 타고 아프리카도가고 여기저기 좀 놀러도 다니고 그랬으면 좋겠다. 최종목표는 멋진 할머니로 늙는 것. 연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