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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깊게 읽기 - 어린이 눈에 비친 거짓말 같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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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8 15:24 조회 7,35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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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어린이 인권을 다룬 그림책이 심심치 않게 출판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세가와 요시후미의 『내가 라면을 먹을 때』와 도널드 그랜트의 『S.O.S 위기의 아이들』은 여러 나라의 어린이가 처한 현실을 동화 형식으로 담담하게 보여준다. 알랭 시셰의 『우리에겐 권리가 있어!』와 알랭 세레의 『나는 아이로서 누릴 권리가 있어요!』는 어린이가 누려야 할 권리의 내용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그림책이다. 또 유엔에서 결의한 어린이 인권선언의 원칙들을 하나하나 시리즈로 펴내고 있는 파인앤굿출판사의 어린이 권리 시리즈도 있다. 그동안 어린이의 개인적인 심리와 생활 등 주로 미시적인 관점에 치중됐던 그림책은 이제 아이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벗어나 점점 넓고 큰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듯하다.

그중 최근 주목할 만한 그림책이 있다. 2011년 볼로냐 국제어린이도서전에서 논픽션부문 라가치상을 수상한 강경수의 『거짓말 같은 이야기』다. 이 책은 국제연합아동인권선언문이 담고 있는 무차별 평등·기회균등· 사회보장·우선적 보호·학대 방지·모든 착취에서의 보호·위급한 상황에서 우선 구조·고아 및 기아의 수용 구호·혹사 금지·세계평화에 기여함 등 10가지 어린이 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어린이들의 슬픈 현실을 이야기한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의 화자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번갈아 가며 서술하는 독특한 구조다. 한 아이가 이름을 소개하며 인사하면, 다음 장에서 3인칭 화자가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짧은 글과 그림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반복된다. 먼저 대한민국 어린이 솔이의 행복한 웃음을 시작으로 하루에 열네 시간씩 카펫을 짜는 인도의 파니어, 말라리아에 걸린 우간다의 키잠부, 전쟁에 끌려갔다 심각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콩고의 칼라미 등 책장을 넘길수록 점점 더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결국 솔이는 웃음이 사라지고 머릿속이 까맣게 변한 채 ‘거짓말이지?’하고 묻는다. 까만 머릿속에 그려 넣은 하얀색 별들은 솔이의 당황스러움을 짐작케 한다.

지구촌에서는 날마다 지진, 화산 폭발, 홍수 같은 재해나 가난, 굶주림, 전쟁, 각종 분쟁 등 수많은 불행한 일들이 일어난다. 자연 재해는 그렇다 치더라도 어른들이 벌인 문제들 속에서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은 바로 어린이들이다. 총과 칼을 들고 싸우는가 하면 제대로 교육받지도 못한 채 노동에 시달리거나 부모의 가난과 질병을 그대로 대물림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는 관계 없는 머나먼 일들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그런 일들은 솔이와 같은 아이들의 눈에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되고 급기야 거짓말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림이 진하고 거친 연필로 그려져 있어 아이들의 상황이 더욱 사실적이고 절박하게 보인다. 퀭한 눈동자와 우울한 표정은 너무도 절망적이고 비쩍 마른 몸은 곧 쓰러질 것만 같다. 하지만 그대로 끝이었다면 이 그림책은 감동이 덜했을 것이다. 이들은 그림 속에서 그냥 내버려지지 않았다. 비록 지치고 얼룩 투성이의 얼굴일지라도 노란색, 파란색, 주황색의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희망을 상징하는 밝은 색의 옷들을 통해 이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에게 기대를 걸었는지도 모른다. 거짓말 같은 현실이 존재하고, 또한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지만,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구촌’이 되었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으로 말이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얼마 전 일본에서 일어난 대지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잘됐잖아요. 만날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더니 벌 받았나 봐요.”
“휴, 우리나라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아 정말 다행이에요.”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지만 그렇다고 이해가 안 되는 상황도 아니었다. 사실 나도 높은 파도가 차와 집들을 덮치는 장면이나 건물 옥상 위에 올라서서 하늘만 쳐다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영화 ‘해운대’와 똑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어른들도 자신의 일이 아니면 이렇게 무감각한데 하물며 어린 학생들이 세계 곳곳에서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는 아이들의 불행한 현실에는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그래도 작가는 말한다. “책 한 권을 통해 우리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기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삶에 관심을 갖는 작은 변화로부터 지구는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구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흔한 속담을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다. 나만 생각하고 어두운 곳은 보려 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거짓말이 되고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린 아이들을 그림책 속에 드러내는 시도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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