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합니다! 행복해지려면 용감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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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8 14:54 조회 6,859회 댓글 0건본문
요즘 TV 드라마를 보면 ‘꼭 이렇게 극단적 설정을 해야 하나…’ 씁쓸해질 때가 많다. ‘막장’이라
는 말이 극히 일부에서만 쓰이다가, 최근 1, 2년 사이에는 거의 모든 드라마가 한번쯤은 그 소
리를 듣는 것 같다. 이게 다 세태를 반영한 것일 테니 드라마 작가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아동・청소년 문학의 신인작가들 작품이나 투고작들을 보면서도 ‘동화가 이렇게까지 독할 필
요가 있나’ 싶을 때가 종종 있다. 가족끼리도 소통이라고는 없이 극단으로 대치하고, 사회적 처
지가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에는 애초부터 묵직한 벽이 있어 대화는 꿈도 못 꾼다. 그래, 인정
은 한다. 현실을 핍진하게 그리겠다고 마음먹었으면 거짓말을 할 수야 없겠지. 그러나 르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문학, 그것도 아동문학을 하는 작가라면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메시지에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방송금지곡이 된 어떤 밴드의 <졸업>이라는 노래 가사에서처
럼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한다는 결기 어린 비전을 좀 제시해줘야 독자들
의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김중미의 『모여라, 유랑인형극단!』은 독하지 않으면 주목받지 못하는 세태에서 존재감을 나
타내기 힘들었던 게 아니었을까. 아니면 원고지 800매에 300쪽이 넘는 분량이 독자들에게 부
담되었던 걸까. 화려한 그림도 없이 빼곡한 편집을 보고 지레 질려 버렸을까. 무엇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를 성찰하게 하는, 마음 불편해지는 내용이기 때문이었을까. 여러 가지 핑계
를 대고 싶지만, 왠지 억울한 마음이 먼저 든다.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작가가 몇 년 만에 내놓은 묵직한 장편이었는데, 홍보에 게으른데다 세상 돌아
가는 분위기 파악도 못한 내 탓부터 먼저 해야 옳은데…
마음을 무겁게 할 뜻은 없었어요
『모여라, 유랑인형극단!』은 사실은 밝은 얘기를 써보자는 제안에서 비롯되었다. 김중미 선생님이 20년 넘게 함께하고 있는 ‘기차길옆작은학교’ 아이들이 해마다 인형극을 만들어서 공연을 하는데, 인형극 자체는 물론 준비하는 과정도 너무 재미있어 보여서 동화로 써주십사 부탁을 했다. 단지 ‘아이들이 모여서 인형극을 만든다’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인형극을 통해 공동체를 배우고 세상에 맞설 용기를 얻는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고 싶었다.
작품의 배경은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공간과 비슷한 인천 ‘희망동’이다. 재개발을 앞두고 술렁이는 희망동 한구석에 자리 잡은 ‘남궁진영의 미술교실’에 모여든 아이들은 각자 아픈 사연들을 한 가지씩 가지고 있다. 치운이네 집은 10년간 운영하던 정육점이 대형 할인마트의 공세에 문을 닫게 되었고, 민주 남매는 싱글맘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외할아버지에게 맡겨진 아이 경수, 이모가 돌봐주는 안나와 미영이… 저마다 힘겨운 사연에 괴로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남궁사부가 생각해낸 것은 바로 인형극! 그런데, 그냥 한번 해보자는 차원이 아니라, 춘천 아마추어 인형극 경연대회까지 나가보자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황당해하기만 하던 아이들은 크고 작은 소동 속에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그 과정에서 ‘함께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비로소 느낀다. 춘천에 가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돌아오는 것은 물론!
한편, 희망동의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남궁사부와 아이들은 몽상처럼 꿈꾸던 삶을 실천에 옮긴다. 다함께 시골마을로 이사한 것이다. 남궁사부는 홈스쿨링으로 공부하기로 한 경수, 안나, 민우와 ‘인형학교’를 꾸려 자유롭게 공부를 하고, 읍내 중학교에 들어간 민주도 방학이면 아이들과 함께 전국을 돌며 인형극을 공연한다. 시골마을에 살고 있던 아이들도 새멤버로 들어오고, 필리핀 이주여성인 엘리사벳이 저녁마다 영어를 가르쳐주는 등 포근한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피를 나눈 사람만이 가족이 아니라, 뜻을 함께하는 사람이면 얼마든지 가족이 되는 것이다. 꿈만 같은 얘기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살면 후회 없이 정말 행복할까, 의심을 품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작가의 실제 삶과 별로 다르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그로 인해 행복해지기도 했고.
몇 살에는 뭘 해야 하고, 몇 살에는 몇 평짜리 집에서 살아야 하고… 그런 기준(?)이 은연중에 정해진 것이 한국사회이다 보니, 남들과 다른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편견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일이기도 하다. 『괭이부리말 아이들』, 『종이밥』에서 현실의 아픔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던 작가는 이 작품에 이르러 ‘행복’의 얼굴을 보여준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포기하지 말라고. 다함께 행복해지는 것을 불안해하고 두려워하지 말라면서. 느린 속도로라도 독자들이 이 작품의 진가를 알아보고, 어려운 시기에 앞으로 나아갈 힘을 문학에서 얻었으면 좋겠다. 분명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는 말이 극히 일부에서만 쓰이다가, 최근 1, 2년 사이에는 거의 모든 드라마가 한번쯤은 그 소
리를 듣는 것 같다. 이게 다 세태를 반영한 것일 테니 드라마 작가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아동・청소년 문학의 신인작가들 작품이나 투고작들을 보면서도 ‘동화가 이렇게까지 독할 필
요가 있나’ 싶을 때가 종종 있다. 가족끼리도 소통이라고는 없이 극단으로 대치하고, 사회적 처
지가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에는 애초부터 묵직한 벽이 있어 대화는 꿈도 못 꾼다. 그래, 인정
은 한다. 현실을 핍진하게 그리겠다고 마음먹었으면 거짓말을 할 수야 없겠지. 그러나 르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문학, 그것도 아동문학을 하는 작가라면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메시지에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방송금지곡이 된 어떤 밴드의 <졸업>이라는 노래 가사에서처
럼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한다는 결기 어린 비전을 좀 제시해줘야 독자들
의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김중미의 『모여라, 유랑인형극단!』은 독하지 않으면 주목받지 못하는 세태에서 존재감을 나
타내기 힘들었던 게 아니었을까. 아니면 원고지 800매에 300쪽이 넘는 분량이 독자들에게 부
담되었던 걸까. 화려한 그림도 없이 빼곡한 편집을 보고 지레 질려 버렸을까. 무엇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를 성찰하게 하는, 마음 불편해지는 내용이기 때문이었을까. 여러 가지 핑계
를 대고 싶지만, 왠지 억울한 마음이 먼저 든다.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작가가 몇 년 만에 내놓은 묵직한 장편이었는데, 홍보에 게으른데다 세상 돌아
가는 분위기 파악도 못한 내 탓부터 먼저 해야 옳은데…
마음을 무겁게 할 뜻은 없었어요
『모여라, 유랑인형극단!』은 사실은 밝은 얘기를 써보자는 제안에서 비롯되었다. 김중미 선생님이 20년 넘게 함께하고 있는 ‘기차길옆작은학교’ 아이들이 해마다 인형극을 만들어서 공연을 하는데, 인형극 자체는 물론 준비하는 과정도 너무 재미있어 보여서 동화로 써주십사 부탁을 했다. 단지 ‘아이들이 모여서 인형극을 만든다’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인형극을 통해 공동체를 배우고 세상에 맞설 용기를 얻는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고 싶었다.
작품의 배경은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공간과 비슷한 인천 ‘희망동’이다. 재개발을 앞두고 술렁이는 희망동 한구석에 자리 잡은 ‘남궁진영의 미술교실’에 모여든 아이들은 각자 아픈 사연들을 한 가지씩 가지고 있다. 치운이네 집은 10년간 운영하던 정육점이 대형 할인마트의 공세에 문을 닫게 되었고, 민주 남매는 싱글맘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외할아버지에게 맡겨진 아이 경수, 이모가 돌봐주는 안나와 미영이… 저마다 힘겨운 사연에 괴로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남궁사부가 생각해낸 것은 바로 인형극! 그런데, 그냥 한번 해보자는 차원이 아니라, 춘천 아마추어 인형극 경연대회까지 나가보자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황당해하기만 하던 아이들은 크고 작은 소동 속에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그 과정에서 ‘함께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비로소 느낀다. 춘천에 가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돌아오는 것은 물론!
한편, 희망동의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남궁사부와 아이들은 몽상처럼 꿈꾸던 삶을 실천에 옮긴다. 다함께 시골마을로 이사한 것이다. 남궁사부는 홈스쿨링으로 공부하기로 한 경수, 안나, 민우와 ‘인형학교’를 꾸려 자유롭게 공부를 하고, 읍내 중학교에 들어간 민주도 방학이면 아이들과 함께 전국을 돌며 인형극을 공연한다. 시골마을에 살고 있던 아이들도 새멤버로 들어오고, 필리핀 이주여성인 엘리사벳이 저녁마다 영어를 가르쳐주는 등 포근한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피를 나눈 사람만이 가족이 아니라, 뜻을 함께하는 사람이면 얼마든지 가족이 되는 것이다. 꿈만 같은 얘기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살면 후회 없이 정말 행복할까, 의심을 품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작가의 실제 삶과 별로 다르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그로 인해 행복해지기도 했고.
몇 살에는 뭘 해야 하고, 몇 살에는 몇 평짜리 집에서 살아야 하고… 그런 기준(?)이 은연중에 정해진 것이 한국사회이다 보니, 남들과 다른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편견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일이기도 하다. 『괭이부리말 아이들』, 『종이밥』에서 현실의 아픔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던 작가는 이 작품에 이르러 ‘행복’의 얼굴을 보여준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포기하지 말라고. 다함께 행복해지는 것을 불안해하고 두려워하지 말라면서. 느린 속도로라도 독자들이 이 작품의 진가를 알아보고, 어려운 시기에 앞으로 나아갈 힘을 문학에서 얻었으면 좋겠다. 분명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