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합니다! 여행에는 그 나름대로 특별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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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9 18:29 조회 6,356회 댓글 0건본문
책과콩나무에서 3번째로 출간한 『바람을 만드는 소년』은 좋은 책이다. 정말 좋은 책인데 뭐라 할 얘기가 별로 없다. 책을 만들 때 특별한 에피소드? 없었다. 그저 아마존에서 좋은 책을 찾아내 에이전시에 판권 문의하고 계약하고 번역하고 편집하고 책을 냈을 뿐이다. 심지어 표지도 원서 표지 그대로 썼다. 책을 출간하고 나서 특별한 마케팅?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책이 좋으면 당연히 독자들이 알아봐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순진했다.
그래도 다행히 어린이도서연구회나 아침독서운동본부 등 여러 곳으로부터 책이 좋다고 추천을 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음……. 이 작품만으로 정해진 지면을 메우기엔 워낙 글재주가 딸려 몇 가지를 덧붙였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끌어다 쓸 순 없기에 테마를 정했다. 테마는 ‘조금은 특별한 여행’이다.
감옥에 가기싫어 억지로 떠나는 여행
떠나는 데에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고 싶어서 떠나고, 실연의 아픔을 달래려고 떠나고, 피폐해진 심신을 재충전하기 위해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감옥에 가기 싫어 억지로 떠나는 여행도 있다.
『바람을 만드는 소년』에서 주인공 브렌트는 친구 따라 파티에 갔다가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하고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한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자신은 살고 다른사람을 죽이고 만다. 그러나 뜻밖에도 피해자의 부모는 복수 대신 브렌트에게 생전에 딸이 좋아했던 바람개비를, 딸의 얼굴과 이름을 담아 미국의 네 끝단에 세워달라는 요청을 한다. 이렇게 해서 브렌트는 감옥에 가는 대신 전국을 횡단하는 특이한 속죄여행을 떠나게 된다. 난생 처음 떠나는 혼자만의 여행, 처음엔 현실 도피가 목적인 마뜩잖은 여행이었지만 온전히 여행을 마치고 피해자 어머니와의 약속을 완수하고 나자, 브렌트는 철없던 소년에서 속이 꽉 찬 청년으로 훌쩍 성장한다.
이 작품은 다 좋은데, 플롯이 복잡하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다. 브렌트의 속죄여행 중간 중간에 브렌트가 만든 바람개비가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 주는 독립된 이야기가 들어가다 보니 초반에 독자들을 헤매게 만든다. 하지만 이 부분만 잘 극복하면 간만에 좋은 작품을 읽었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담한다.
시체를 보기 위해 무작정 떠나는 여행
감옥에 가기 싫어 억지로 떠나는 여행만큼이나 특별한 여행이 있다. 시체를 보기 위해 무작정 떠나는 여행. 스티븐 킹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리버 피닉스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스탠 바이 미』다. 저마다 상처를 안고 사는 동네 꼬마 넷이 어느 날, 시체를 보기 위해 무작정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들이 보기에 자신들의 동네는 좁고 답답했고, 그들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니라 어른이 되었다.
이 작품은 나에게 스티븐 킹이 스릴러, 공포, 판타지 등 장르문학뿐만 아니라 순수문학에도 대가를 이루었음을 알게 해 주었고, 작품에서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고, 진짜 좋은 번역이란 어떤 것인가를 알려 주었다. 그리고 좋은 작품은 다들 눈독 들이고 있다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려 주었다. 책과콩나무 초창기에, 영언문화사에서 나온 이 책이 절판되었다는 걸 알고 에이전시에 문의한 적이 있다. 바로 한국어 저작권이
이미 팔렸다는 답변을 받았다. 얼마나 아쉽던지.
아 무 도 몰 래 떠 나 는 여 행
마지막으로, 나도 조금은 특별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무도 몰래 여행을 떠났다. 지금 생각
해 보면 그렇게 절박하지도 않았는데, 그때는 주변 모든 것들이 답답하고 지긋지긋해 탈출하고만 싶었다. 보통의
가출이 며칠로 끝난다는데, 그때 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넉 달이나 걸렸다. 그러나 나는 문학작품의 주인공이 아
니었다. 나에게 극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갑자기 철이 들어 어른이 되지도 않았고, 여전히 지루하고 답답한 날
들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종종 생각나는 걸 보면 그때 무언가가 일어난 건 분명한 것 같다. 단지 내
가 모르고 있을 뿐…….
그래도 다행히 어린이도서연구회나 아침독서운동본부 등 여러 곳으로부터 책이 좋다고 추천을 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음……. 이 작품만으로 정해진 지면을 메우기엔 워낙 글재주가 딸려 몇 가지를 덧붙였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끌어다 쓸 순 없기에 테마를 정했다. 테마는 ‘조금은 특별한 여행’이다.
감옥에 가기싫어 억지로 떠나는 여행
떠나는 데에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고 싶어서 떠나고, 실연의 아픔을 달래려고 떠나고, 피폐해진 심신을 재충전하기 위해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감옥에 가기 싫어 억지로 떠나는 여행도 있다.
『바람을 만드는 소년』에서 주인공 브렌트는 친구 따라 파티에 갔다가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하고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한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자신은 살고 다른사람을 죽이고 만다. 그러나 뜻밖에도 피해자의 부모는 복수 대신 브렌트에게 생전에 딸이 좋아했던 바람개비를, 딸의 얼굴과 이름을 담아 미국의 네 끝단에 세워달라는 요청을 한다. 이렇게 해서 브렌트는 감옥에 가는 대신 전국을 횡단하는 특이한 속죄여행을 떠나게 된다. 난생 처음 떠나는 혼자만의 여행, 처음엔 현실 도피가 목적인 마뜩잖은 여행이었지만 온전히 여행을 마치고 피해자 어머니와의 약속을 완수하고 나자, 브렌트는 철없던 소년에서 속이 꽉 찬 청년으로 훌쩍 성장한다.
이 작품은 다 좋은데, 플롯이 복잡하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다. 브렌트의 속죄여행 중간 중간에 브렌트가 만든 바람개비가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 주는 독립된 이야기가 들어가다 보니 초반에 독자들을 헤매게 만든다. 하지만 이 부분만 잘 극복하면 간만에 좋은 작품을 읽었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담한다.
시체를 보기 위해 무작정 떠나는 여행
감옥에 가기 싫어 억지로 떠나는 여행만큼이나 특별한 여행이 있다. 시체를 보기 위해 무작정 떠나는 여행. 스티븐 킹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리버 피닉스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스탠 바이 미』다. 저마다 상처를 안고 사는 동네 꼬마 넷이 어느 날, 시체를 보기 위해 무작정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들이 보기에 자신들의 동네는 좁고 답답했고, 그들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니라 어른이 되었다.
이 작품은 나에게 스티븐 킹이 스릴러, 공포, 판타지 등 장르문학뿐만 아니라 순수문학에도 대가를 이루었음을 알게 해 주었고, 작품에서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고, 진짜 좋은 번역이란 어떤 것인가를 알려 주었다. 그리고 좋은 작품은 다들 눈독 들이고 있다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려 주었다. 책과콩나무 초창기에, 영언문화사에서 나온 이 책이 절판되었다는 걸 알고 에이전시에 문의한 적이 있다. 바로 한국어 저작권이
이미 팔렸다는 답변을 받았다. 얼마나 아쉽던지.
아 무 도 몰 래 떠 나 는 여 행
마지막으로, 나도 조금은 특별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무도 몰래 여행을 떠났다. 지금 생각
해 보면 그렇게 절박하지도 않았는데, 그때는 주변 모든 것들이 답답하고 지긋지긋해 탈출하고만 싶었다. 보통의
가출이 며칠로 끝난다는데, 그때 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넉 달이나 걸렸다. 그러나 나는 문학작품의 주인공이 아
니었다. 나에게 극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갑자기 철이 들어 어른이 되지도 않았고, 여전히 지루하고 답답한 날
들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종종 생각나는 걸 보면 그때 무언가가 일어난 건 분명한 것 같다. 단지 내
가 모르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