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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깊게 읽기 - 명품은 판타지를 좇는 모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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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8 16:11 조회 6,91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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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회과학의 시선으로 바라본 럭셔리 패션 산업의 판타지 전략에 대한 역사적, 사회적 고찰을 통해 자본주의 시장의 작동 원리를 파헤친다. 저자김윤성은 패션산업이 사람들에게 멋진 옷과 멋진 생활이라는 환상을 주는 대가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판타지의 세계를 더욱 강화하는 패션 세계의 치밀한 마케팅 뒷골목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회과학 책으로는 특이하게도 일러스트 작가 류미연과 함께 작업하며 본문에 컬러 일러스트를 함께 실어 판타지에 대한 독자의 상상을 자극하며 보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언제부터 인지 모르지만 인터넷이나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각종 책에 명품이란 단어가 아주 흔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다가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명품 가방’, ‘명품 옷’, ‘명품신발’, ‘명품 몸매’, ‘명품관’, 심지어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수업까지 ‘명품 수업’이라고 부른다. 우리에게 명품이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저자는 책에서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아마도 이 부분이 책 전체에서 가장 핵심 내용이라 생각한다. ‘거의 완벽한 당신은 이제 이 구두 하나면 완벽해질 수 있어요. 자, 어서! 이 명품 가방을 어서!’

명품? 명품이라고? 그렇다. 완벽한 패션을 완성하기 위해선 명품이 필요하다고 요정은 말한다. 명품. 원래 영어로 된 이름은 럭셔리Luxury, 럭셔리는 국어사전에 ‘사치품’으로 나오지만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패션 미디어들은 럭셔리(사치재)라고 쓰고 ‘명품’이라고 읽는다. 단지 단어 하나의 해석을 바꾸었을 뿐이지만 하나의 영리한 작전이고 계획이다. 럭셔리를 파는 사람 쪽은 그 물건 뒤에 사치스럽다는 형용사가 연상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사치스럽다는 얘긴, 물건 가치에 비해서 돈을 너무 많이 쓴다고 비난하는 말이기 때문에 이런 뉘앙스가 있으면 물건 파는 데엔 거치적거릴 뿐이다. 그래서 ‘사치스럽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산다’는 느낌이 싹빠진 ‘최고의 기술로 잘 만들었기 때문에, 내 취향에 맞아서 산다’는 느낌만 남은 ‘명품’이란 말을 만들어서 유행시켰다.

단어 하나를 만들어 퍼트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젠 럭셔리를 사며 사람들은 당당히 나를 위한 투자이며 수고한 내게 주는 선물이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닌 나를 위해서 쓴다고 말한다. (18~19쪽)



우리는 스스로가 원해서 소비한다고 생각하지만 남들이 원하기 때문에 나 역시 원하게 되는, 개성이 없는 개성을 위해 소비한다. 명품을 가질 수 없다면 명품 흉내를 낸 모조품이라도 가지려 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짝퉁’에도 등급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명품에 대한 자기 보호적 의식인 “최고의 기술로 잘 만들었기 때문에,내 취향에 맞아서 산다”는 말로 설명하기엔 앞뒤가 맞지 않다. 명품이 가지는 판타지를 가질 수 없다면 명품인 양 풍기는 이미지만이라도 소유하고, 내세우고 싶은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의식을 비판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게임의 규칙을 정하고 무대 뒤에서 판타지로 환상을 심는 패션의 전략을 알아차리라는 것이다. 우리가 쫓는 판타지의 실체를 아는 것, 게임의 룰을 정확히 알고 임하는 것과 모르는 것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유행이란 사람들이 많이 따라하는 것일진대 패션산업에서 내년에 유행할 스타일을 결정하고 유행할 컬러를 미리 선보이며 유행을 예측한다기보다 제시하는 것이 아이러니라 생각한다.

“패션은 변하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

이 경구를 좋아했다던 샤넬이 남긴 어록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말이다. 샤넬은 획기적인 근현대 발레의 혁신을 가져온 안무가 디아길레프와 전설적인 무용수 니진스키,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화가 피카소와 살바도르달리, 라벨 등의 모더니즘의 기수들과 교류하며 스스로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만들었다. 현대 여성들의 스타일과 옷 입는 법들을 처음 제안한 것이 샤넬이라고 할 정도로 누구보다 먼저 여성에게 바지를 입히고 비즈니스슈트를 입혔다. 샤넬은 여성들로 하여금 남성의 판타지를 만족시키는 코르셋을 벗게 하고, 그녀의 옷을 통해 여성 스스로를 만족시키며 여성이 원하는 삶의 양식을 만들었다.

이 책의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명품이 갖는 판타지에 대한 비평이라기보다는 샤넬에 대한 예찬론적인 부분이 아주 많다는 점이다. 또한 주제는 명확한데 글의 짜임이 키워드 위주로 분산되다 보니 여러 곳에서 했던 이야기가 또 나와서 중복되는 설명이 많다는 것. 그리고 책의 내용을 제목이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실 책의 제목은 책의 주제와 내용을 잘 드러내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책의 무게 중심은 오히려 샤넬의 일생과 함께 패션계의 뒷이야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더니즘, 매혹, 영리함, 스타일, 영원함 등으로 이어지는 키워드를 가지고 내놓은 풍성한 설명은 자본주의 패션산업의 성장 배경과 럭셔리에 대한 이해와 지금의 패션에 대한 인식을 흥미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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