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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깊게 읽기 - 안락함을 버리고 불편함을 견뎌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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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9 19:03 조회 6,28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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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부터 텃밭 농사를 짓고 있다. 알다시피 비록 작은 텃밭이라 하더라도 흙을 만지는 것이 겉보기처럼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도시의 아파트에서 살던 사람에게 자연이란 철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보고 즐기는 대상에 불과했다. 땅을 파서 이랑을 만들고 씨 뿌리고 틈틈이 잡초 뽑는 노동은 예상했지만 풀숲에서 기어 나오는 뱀과 작물에 끼는 해충과의 전쟁은 끝이 없었다. 도시농부 몇 년에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이 세상 모든 생물은 생존과 번식을 하는데 인간은 그과정의 산물을 가로채는 존재라는 것이다. 봄에 나오는 새싹부터 가을의 열매까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수확하려다보니 작물과 잡초를 가르는가 하면 벌레는 해충이 되고 산밭에 심은 고구마가 채 크기도 전에 모조리 파먹는 멧돼지와는 영역 다툼을 하는 꼴이었다.

인간이 어찌 먹고만 살랴. 노천명 시인도 “대추 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고 읊었듯이 내다 팔 물건이 있어야 명절도 지내고 옷도 사고 자식 교육도 시킬 것 아닌가.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속담대로 더 잘 먹고 좋은 옷 입고 자식도 남보다 더 많이 가르치고 문화생활도 하려다보니 농작물만이 아니라 공산품도 팔게 되었다. 그 결과 인간의 영역이 넓어지는 만큼 자연은 파괴되어갔고 우리는 그것을 개발이라 배웠다. 그리고 이제 개발의 역기능을 톡톡히 치르기 시작한다.

개발에 따른 동물 서식지 파괴와 남획, 지구 온난화, 바이러스 전파 등으로 현재 생물종의 33%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멸종위기종 실태를 파악하는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은 판단한다. 생물학자들은 지구에 약 1,500만 종의 생물이 살고 있으리라 추정하는데 현재까지 약 170만 종을 파악했다고 한다. 지구상 생물종은 한대 1~2%, 온대13~24%, 열대 74~84% 정도로 분포되어 있고, 열대지역 중에서도 열대우림은 지구 표면적의 7%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지구 생물종의 약 반수가 서식하고 있다. 주로 개발도상국에 분포된 열대우림은 각국의 경제개발로 파괴 속도가 해마다 급증하여 1985년까지 매년약 0.6%(약 1,120만ha)씩 감소했으며 특히 1990년에는 1981년에 비하여 1.5~2배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경고된 바 있다.

개발은 자연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그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결과로 만들어진 지역 공동체의 고유한전통과 문화 및 그들이 자기들의 터전이 된 환경에 대한 지식이 사라지고 그들의 사는 방식도 바꿔놓는다. 그래서 유네스코에서는 생물다양성과 문화다양성을 결합하여 ‘생물문화다양성’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공동체가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과 자연에 대한 지식에는 현대과학에서 알지 못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다양한 생물종의 보고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있는 여섯 나라, 보르네오 섬에 있는 말레이시아 사라왁 주의 열대우림, 마이크로네시아의 산호, 우리나라 서해의 갯벌, 정글의 섬 일본 이리오모테, 히말라야의 신성한 숲이 있는 인도의 가르왈 지방,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있는 부탄 사람들의 생물문화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즉 그들이 어떻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전통을 갖게 되었고 자연과 더불어 얼마나 평화롭게 살아왔는지를 알려준다. 아울러 이런 공동체들이 지금 잘못된 개발과 무분별한 인간의 행동으로 어떻게 파괴되고 있으며 또 그러한 위기를 극복하려는 현지인들의 노력을 이야기한다.

열대우림으로 뒤덮인 사라왁은 인구는 겨우 200만 명이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는 곳이다. 500종이 넘는 조류와 3,500여 종의 식물, 8천여 종의 버섯과 2만 종이 넘는 동물이 둥지를 틀고 있어 이곳의 열대우림 1.8제곱킬로미터에는 유럽이나 북미보다 훨씬 다양한 나무들이 살고 있다. 사냥과 화전으로 필요한 만큼만 얻으며 살아가던 이들에게 벌목과 댐 건설로 위기가 닥쳤다. 정부가 제공한 곳으로 이주하면서 이들은 살던 지역의 자연에 대한 지식을 잃어버리고 경제적으로도 더 어려워졌다. 지금은 국내외의 민간 단체와 함께 지역 내의 자원에 대한 정보를 담은 지도를 만들어 구전되던 정보를 기록으로 남기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증거로 사용하고 숲을 복원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과학잡지 <네이처>에 ‘지구의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된 징후가 보인다’는 논문을 발표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은 인류가 자원과 환경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파괴를 규제할 경우 대멸종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생물다양성과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깨닫고 정부와 국제적 차원의 규제를 촉진하려면 이 책에서 들려주는 환경파괴와 복원을 위한 노력의 사례를 통해 국민이 먼저 깨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연과 조화롭게 산다는 것은 인간의 욕심을 줄이는 것과 직결되는데 현대의 안락함을 버리고 불편한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지,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을지 자문하게 된다. 안락함과 불편함의 적절한 접점을 찾는 것이 개인이 결정할 일인지, 사회적 기준을 세울 수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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