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깊게 읽기 - 바람을 이해하지 않고는 헤아릴 수 없다,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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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9 18:59 조회 7,808회 댓글 0건본문
표지 그림이 한 편의 풍경화다. 노란 유채꽃밭을 둘러싼 나지막한 돌담길이 펼쳐져 있다. 그 돌담길 사이로 갈옷을 입고 지게며, 물 허벅을 지고 도란도란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올레에서 “삼촌, 어드레 감수광?(어디 가십니까)” 정을 나누고 있으리라.
내 고향은 제주도이다. 그림 저 너머에 있는 둥근 지붕을 보니 어릴 적 할아버지 초가집이 생각난다. 화장실이라고 해봐야 돌담으로 빙 둘러쳐서 디딜팡(볼일 지탱해주는 돌)에 자리를 잡기도 전에 시커먼 돼지가 머리를 들이대고 있으니, 할아버지 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곤 했다. 이제 민속마을에서 관광이나 체험의 형태로 옛날 이야기마냥 들려주어야 한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내 옆에서 책을 보던 아들이 “역시 돌담의 왕국이야.”라고 한다. 제주도는 이리 봐도 돌담, 저리 봐도 돌담, 제주도처럼 돌담이 많이 있는 곳은 없을 거란다. 책의 속표지에 있는 지도를 보면서는 “어, 도깨비도로가 안 나왔네.”한다. 눈에 익은 관광지도가 아니니까 아이의 눈에는 이상하게 느껴지나 보다. 귀퉁이에 있는 ‘제주어 배워봅시다’를 따라 읽으면서 “제주도 사투리 진짜 신기하단 말이야.”하며 흥미를 보인다.
요즘 올레가 관심을 끌면서 제주도에 대한 책이 많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파란자전거 출판사의 ‘아름다운 우리 땅 우리 문화’ 시리즈의 5번째로 나온 책이다.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허영선 시인이 입말로 옛날이야기를 하듯 풀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도 시적인 표현이 생동감을 준다. 제주로 여행을 떠나기 전이나 교과서에 제주도가 소개될 때 같이 읽어보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책을 통해 제주도의 다양한 특징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제주도는 역사의 아픔을 안고 있는 섬이라는 점이다. 1948년 4월 3일, 제주엔 붉은 바람이 불어 3만 명이나 되는 주민이 억울하게 희생되었다. 오름, 동굴, 옴팡밭에서 희생된 이들을 위해 같은 날 제사를 지내면서도 숨죽여 울어야 했다. 궁금하여 물어볼라치면 “모르민 속솜행 이시라(모르면 잠자코 있어라).”라는 대답이 있을 뿐이다. 이 사건을 거론하는 자체가 반역, 빨갱이 짓, 간첩죄로 몰리는 시대가 있었으니… “찬란한 풍광 뒤엔 아픈 역사 없는 곳 없네.”라는 말로 그 넋두리를 대신하고 있다. 조금 더 깊이 알고 싶다면 강요배가 그린 제주 4·3 『동백꽃 지다』와 현기영의 『순이 삼촌』을 추천한다.
둘째, 제주도는 세계가 인정한 자연유산이라는 점이다. 2007년 유네스코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시켰다. 한라산 자락에 올망졸망 매달린 오름들, 신비롭고 영롱한 동굴의 나라, 길 따라 구불구불 검은 밭돌담, 제주도는 돌의 섬이라고 이야기 한다. 세계가 인정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시인의 글과 더불어 수채화와 색연필로 그려놓아 따뜻한 느낌을 준다.
셋째, 제주도는 독특한 신화와 민속이 스며있는 섬이라는 것. 설문대 할망 이야기에 자청비, 백주또랑, 소로소천국, 궤네깃또의 신화까지 제주인의 삶 곳곳에 깃들어 있다. 제주도에는 차례상에 떡 대신 빵을 올린다? 이게 신기하다고 한다. 제주도 사람들한테 당연시 되던 지극히 일반적인 풍습인데… 원래는 논농사가 어려워 쌀이 귀하다보니 보리빵을 만들어 올리던 것이 근래에 제과점에서 파는 빵을 올리는 걸로 이어진 것이다. 기근에 시달리던 사람들을 위해 자기 재산을 풀어 뭍에 가서 쌀을 구해 왔던 김만덕의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메밀가루로 만든 빙떡이나 좁쌀과 팥이 들어가는 오메기떡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림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제주도는 누구나 한눈에 반하는 황홀한 섬. 구름결 바람결도 다디단 돌과 바람의 섬. 바다 위로 떠억 솟아난 거대한 성곽 같은 성산, 온 섬이 세계 자연 유산, 세계 지질 공원이지. 이 산길 저 숲길 걸어도, 바닷길 돌길 걸어도 시리도록 어여쁜 한반도의 보석. 쓰린 역사 토닥이며 휘돌아온 평화의 바람, 희망의 바람 품은 섬이라네. (32쪽)
책의 그림을 유채꽃으로 시작해서 동백꽃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꽃잎이 하나씩 떨어지지 않고 동백꽃의 통째로 떨어지는 모습이 역사의 바람에 쓰러졌던 제주인을 의미하진 않았을까. 다시 봄이다. 제주도엔 샛노란 유채꽃이 한창이다. 그 가느다란 줄기로 강한 바닷바람을 이겨내고 감동과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제주도도 그렇다. 모진 역사의 아픔을 품고 있으면서도 섬을 찾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자연과 신비함으로 위안과 치유의 섬이 되고 있음이 닮았다. 이제 제주도는 어둡고 아파했던 과거를 지나 희망의 바람을 품은 평화의 섬이 되려고 한다.
내 고향은 제주도이다. 그림 저 너머에 있는 둥근 지붕을 보니 어릴 적 할아버지 초가집이 생각난다. 화장실이라고 해봐야 돌담으로 빙 둘러쳐서 디딜팡(볼일 지탱해주는 돌)에 자리를 잡기도 전에 시커먼 돼지가 머리를 들이대고 있으니, 할아버지 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곤 했다. 이제 민속마을에서 관광이나 체험의 형태로 옛날 이야기마냥 들려주어야 한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내 옆에서 책을 보던 아들이 “역시 돌담의 왕국이야.”라고 한다. 제주도는 이리 봐도 돌담, 저리 봐도 돌담, 제주도처럼 돌담이 많이 있는 곳은 없을 거란다. 책의 속표지에 있는 지도를 보면서는 “어, 도깨비도로가 안 나왔네.”한다. 눈에 익은 관광지도가 아니니까 아이의 눈에는 이상하게 느껴지나 보다. 귀퉁이에 있는 ‘제주어 배워봅시다’를 따라 읽으면서 “제주도 사투리 진짜 신기하단 말이야.”하며 흥미를 보인다.
요즘 올레가 관심을 끌면서 제주도에 대한 책이 많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파란자전거 출판사의 ‘아름다운 우리 땅 우리 문화’ 시리즈의 5번째로 나온 책이다.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허영선 시인이 입말로 옛날이야기를 하듯 풀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도 시적인 표현이 생동감을 준다. 제주로 여행을 떠나기 전이나 교과서에 제주도가 소개될 때 같이 읽어보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책을 통해 제주도의 다양한 특징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제주도는 역사의 아픔을 안고 있는 섬이라는 점이다. 1948년 4월 3일, 제주엔 붉은 바람이 불어 3만 명이나 되는 주민이 억울하게 희생되었다. 오름, 동굴, 옴팡밭에서 희생된 이들을 위해 같은 날 제사를 지내면서도 숨죽여 울어야 했다. 궁금하여 물어볼라치면 “모르민 속솜행 이시라(모르면 잠자코 있어라).”라는 대답이 있을 뿐이다. 이 사건을 거론하는 자체가 반역, 빨갱이 짓, 간첩죄로 몰리는 시대가 있었으니… “찬란한 풍광 뒤엔 아픈 역사 없는 곳 없네.”라는 말로 그 넋두리를 대신하고 있다. 조금 더 깊이 알고 싶다면 강요배가 그린 제주 4·3 『동백꽃 지다』와 현기영의 『순이 삼촌』을 추천한다.
둘째, 제주도는 세계가 인정한 자연유산이라는 점이다. 2007년 유네스코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시켰다. 한라산 자락에 올망졸망 매달린 오름들, 신비롭고 영롱한 동굴의 나라, 길 따라 구불구불 검은 밭돌담, 제주도는 돌의 섬이라고 이야기 한다. 세계가 인정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시인의 글과 더불어 수채화와 색연필로 그려놓아 따뜻한 느낌을 준다.
셋째, 제주도는 독특한 신화와 민속이 스며있는 섬이라는 것. 설문대 할망 이야기에 자청비, 백주또랑, 소로소천국, 궤네깃또의 신화까지 제주인의 삶 곳곳에 깃들어 있다. 제주도에는 차례상에 떡 대신 빵을 올린다? 이게 신기하다고 한다. 제주도 사람들한테 당연시 되던 지극히 일반적인 풍습인데… 원래는 논농사가 어려워 쌀이 귀하다보니 보리빵을 만들어 올리던 것이 근래에 제과점에서 파는 빵을 올리는 걸로 이어진 것이다. 기근에 시달리던 사람들을 위해 자기 재산을 풀어 뭍에 가서 쌀을 구해 왔던 김만덕의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메밀가루로 만든 빙떡이나 좁쌀과 팥이 들어가는 오메기떡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림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제주도는 누구나 한눈에 반하는 황홀한 섬. 구름결 바람결도 다디단 돌과 바람의 섬. 바다 위로 떠억 솟아난 거대한 성곽 같은 성산, 온 섬이 세계 자연 유산, 세계 지질 공원이지. 이 산길 저 숲길 걸어도, 바닷길 돌길 걸어도 시리도록 어여쁜 한반도의 보석. 쓰린 역사 토닥이며 휘돌아온 평화의 바람, 희망의 바람 품은 섬이라네. (32쪽)
책의 그림을 유채꽃으로 시작해서 동백꽃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꽃잎이 하나씩 떨어지지 않고 동백꽃의 통째로 떨어지는 모습이 역사의 바람에 쓰러졌던 제주인을 의미하진 않았을까. 다시 봄이다. 제주도엔 샛노란 유채꽃이 한창이다. 그 가느다란 줄기로 강한 바닷바람을 이겨내고 감동과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제주도도 그렇다. 모진 역사의 아픔을 품고 있으면서도 섬을 찾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자연과 신비함으로 위안과 치유의 섬이 되고 있음이 닮았다. 이제 제주도는 어둡고 아파했던 과거를 지나 희망의 바람을 품은 평화의 섬이 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