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깊게 읽기 - 경마장에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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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22 21:54 조회 6,149회 댓글 0건본문
‘달리기’는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두 ‘긴장감’을 가지고 임하게 되는 경기 중 하나다. 아이들에게 아무런 예고 없이, 준비 없이 달리기를 한다고 하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다가도 실제로 출발선에 서게 되면 반드시 이기고야 말리라는 절박한 표정을 한 채 신호가 떨어지길 기다리며 목표점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출발선에 선 모두는 자신이 꼭 일등으로 목표점을 통과하길 바라게 되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옆 사람에게 뒤쳐지길 원치 않기에 온몸의 에너지를 모두 쥐어짜내 앞을 보며 달린다. 옆 사람을 신경 쓸 겨를은 없다. 그저 목표를 향해 오로지 달릴 뿐.
『달려 토토』는 볼거리가 많은 책이다. 검은색과 컬러의 대비, 목탄, 수묵의 번짐, 손가락 지문을 활용한 인물 표현, 판화 등 다양한 기법의 활용으로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당시의 감정, 말들의 역동성, 경주의 치열함 등을 자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천진한 아이의 눈을 따라가며 경마장 곳곳의 풍경과 주변인물을 ‘제3의 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 말을 수묵으로 검게 표현한 겉표지를 넘기면 화려한 복장의 기수들과 다양한 표정의 말을 볼 수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인형은 토토다. 나는 말을 본 적은 없지만, 말이 좋다.’ 소녀의 독백을 시작으로 다음 장을 넘기면 강렬한 겉표지와는 달리 꼬리를 치켜올리며 귀엽게 웃고 있는 소녀의 인형 말을 보게 된다.
일요일 아침, 말을 좋아하는 한 소녀가 할아버지를 따라 경마장에 간다. 두 사람은 활짝 웃는다. 소녀는 말을 볼 수 있다는 설레임으로, 할아버지는 또다른 기대로. 경마장 주변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모두 검게 표현되어 있다. 손가락 지문을 이용하여 머리와 얼굴을 표현한 인물들의 표정은 다양하며 경마장에 들어가기 위해 몰린 사람들을 먹구름처럼 표현한 점이 독특하다. 소녀와 그들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같은 장소에 와 있지만 목적은 전혀 다르기때문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무표정, 멍함, 경계, 무관심 등 어딘지 모르게 삶에 지치거나 찌든 표정이다. 그들은 말 자체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그런 사람들을 보는 우리들의 시선은 영 불편하다. 어른들은 경마장에서 말을 보지 않는다. 어른들이 보는 건말이 아니라 경마를 통한 이득이나 손실이다.
드디어 진짜 말이 등장한다. 말의 콧김과 입김, 말 몸통 쪽으로 그려진 가로 선들은 경주에 임하는 말의 건강함과 씩씩함을 엿볼 수 있다. 토토처럼 귀엽지는 않지만 반짝반짝 윤이 나는 멋진 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의외의 것이다. 말을 쓰다듬거나 당근을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소녀는 관찰을 통해 알게 된다. 뒤를 이어 화려한 옷을 입은 기수들의 등장. 기수들이 왜소하다는 할아버지는 말과는 달리 소녀의 눈에는 그토록 좋아하는 말을 타고 마음껏 달릴 수 있는 기수야말로 스포트라이트를 한껏 받는 스타 같은 존재다.
출발선에 선 경주마들의 표정이 출발 전의 긴박감을 느끼게 한다. 저돌적이고 역동적인 다른 말들과 달리 소녀의 인형 토토를 닮은 9번 말은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어디에도 없다. 양 페이지를 펼쳐 모두 4쪽에 담긴 말들의 경주는 가히 압도적이라 할 만하다. 눈을 치켜뜨며 앞을 향해 내달리는 경주마들의 표정, 앙다문 기수의 입, 수묵으로 점점이 흩어 뿌리듯 표현된 말발굽에서 튀어오르는 흙들이 경주의 치열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화면을 뚫고 나올 듯한 압박감, 실제 경주를 보는 듯한 현장성, 경주의 긴박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엉덩이를 오르락내리락하는 기수들, 바람을 가르듯 힘차게 다리를 뻗는 말들, 배경으로 쓰인 붉은 색조의 바탕색이 경주의 치열함을 더한다. 경주의 막바지를 그린 장면에서 무섭도록 흙을 튀기며 경주의 끝을 향해 안간힘을 쓰며 달리는 말과 기수 들을 보노라면 독자가 아닌 관중이 되어 사람들의 함성 소리에 파묻힌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 제일 먼저 달려 들어온 것은 위협적인 다른 말들과 달리 즐거운 듯 달리는, 토토를 닮은 9번 말! 경주의 끝, 웃음 짓는 몇몇 사람들과 소녀, 뜨악한 표정의 주변 사람들이 대비된다.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경마장에 갔다. 그런데 점점 지겨웠다. 그리고 나는 토토를 다시 볼 수 없었다. 사실 토토를 다시 본다 한들 알아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언제부턴가 말들이 다 똑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소녀의 마지막 독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말은 경쟁이 가져오는 몰개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경쟁 구도 속에서 본질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이기고 지는 것만이 관심사다. 그러니 경마장에 투기나 경마는 있어도 말은 없다. 사람들은 말을 보지도 않고 말이라는 본질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이 책을 본 어린 독자들이 어떤 느낌으로,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까 문득 궁금하다. 경마장, 경마를 둘러싼 투기를 비판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어느새 우리 일상에 끼어든 경마장 풍경을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달려 토토』는 볼거리가 많은 책이다. 검은색과 컬러의 대비, 목탄, 수묵의 번짐, 손가락 지문을 활용한 인물 표현, 판화 등 다양한 기법의 활용으로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당시의 감정, 말들의 역동성, 경주의 치열함 등을 자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천진한 아이의 눈을 따라가며 경마장 곳곳의 풍경과 주변인물을 ‘제3의 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 말을 수묵으로 검게 표현한 겉표지를 넘기면 화려한 복장의 기수들과 다양한 표정의 말을 볼 수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인형은 토토다. 나는 말을 본 적은 없지만, 말이 좋다.’ 소녀의 독백을 시작으로 다음 장을 넘기면 강렬한 겉표지와는 달리 꼬리를 치켜올리며 귀엽게 웃고 있는 소녀의 인형 말을 보게 된다.
일요일 아침, 말을 좋아하는 한 소녀가 할아버지를 따라 경마장에 간다. 두 사람은 활짝 웃는다. 소녀는 말을 볼 수 있다는 설레임으로, 할아버지는 또다른 기대로. 경마장 주변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모두 검게 표현되어 있다. 손가락 지문을 이용하여 머리와 얼굴을 표현한 인물들의 표정은 다양하며 경마장에 들어가기 위해 몰린 사람들을 먹구름처럼 표현한 점이 독특하다. 소녀와 그들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같은 장소에 와 있지만 목적은 전혀 다르기때문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무표정, 멍함, 경계, 무관심 등 어딘지 모르게 삶에 지치거나 찌든 표정이다. 그들은 말 자체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그런 사람들을 보는 우리들의 시선은 영 불편하다. 어른들은 경마장에서 말을 보지 않는다. 어른들이 보는 건말이 아니라 경마를 통한 이득이나 손실이다.
드디어 진짜 말이 등장한다. 말의 콧김과 입김, 말 몸통 쪽으로 그려진 가로 선들은 경주에 임하는 말의 건강함과 씩씩함을 엿볼 수 있다. 토토처럼 귀엽지는 않지만 반짝반짝 윤이 나는 멋진 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의외의 것이다. 말을 쓰다듬거나 당근을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소녀는 관찰을 통해 알게 된다. 뒤를 이어 화려한 옷을 입은 기수들의 등장. 기수들이 왜소하다는 할아버지는 말과는 달리 소녀의 눈에는 그토록 좋아하는 말을 타고 마음껏 달릴 수 있는 기수야말로 스포트라이트를 한껏 받는 스타 같은 존재다.
출발선에 선 경주마들의 표정이 출발 전의 긴박감을 느끼게 한다. 저돌적이고 역동적인 다른 말들과 달리 소녀의 인형 토토를 닮은 9번 말은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어디에도 없다. 양 페이지를 펼쳐 모두 4쪽에 담긴 말들의 경주는 가히 압도적이라 할 만하다. 눈을 치켜뜨며 앞을 향해 내달리는 경주마들의 표정, 앙다문 기수의 입, 수묵으로 점점이 흩어 뿌리듯 표현된 말발굽에서 튀어오르는 흙들이 경주의 치열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화면을 뚫고 나올 듯한 압박감, 실제 경주를 보는 듯한 현장성, 경주의 긴박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엉덩이를 오르락내리락하는 기수들, 바람을 가르듯 힘차게 다리를 뻗는 말들, 배경으로 쓰인 붉은 색조의 바탕색이 경주의 치열함을 더한다. 경주의 막바지를 그린 장면에서 무섭도록 흙을 튀기며 경주의 끝을 향해 안간힘을 쓰며 달리는 말과 기수 들을 보노라면 독자가 아닌 관중이 되어 사람들의 함성 소리에 파묻힌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 제일 먼저 달려 들어온 것은 위협적인 다른 말들과 달리 즐거운 듯 달리는, 토토를 닮은 9번 말! 경주의 끝, 웃음 짓는 몇몇 사람들과 소녀, 뜨악한 표정의 주변 사람들이 대비된다.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경마장에 갔다. 그런데 점점 지겨웠다. 그리고 나는 토토를 다시 볼 수 없었다. 사실 토토를 다시 본다 한들 알아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언제부턴가 말들이 다 똑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소녀의 마지막 독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말은 경쟁이 가져오는 몰개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경쟁 구도 속에서 본질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이기고 지는 것만이 관심사다. 그러니 경마장에 투기나 경마는 있어도 말은 없다. 사람들은 말을 보지도 않고 말이라는 본질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이 책을 본 어린 독자들이 어떤 느낌으로,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까 문득 궁금하다. 경마장, 경마를 둘러싼 투기를 비판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어느새 우리 일상에 끼어든 경마장 풍경을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보게 하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