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어린이 문학 - 새책을 살펴보니…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22 21:40 조회 6,476회 댓글 0건본문
이달에 실린 책은 2010년 11월 10일부터 2011년 1월 10일까지 나온 책들 중에 가려 뽑은 것이다.
우리 동화 28권, 외국 동화 18권을 보았다. 우리가 읽은 책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면, 외국 동화는 비
슷비슷한 생활 동화가 주종을 이뤄서 여러 권을 읽고나니 어떤 에피소드가 어떤 책에서 본 것인지
기억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이런 현상은 우리 동화도 마찬가지여서 읽은 책의 절반 정도가 ‘나-
엄마-책-공부’의 도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보니, 작가의 특징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이달에 가장 눈에 띄는 책은 『박순미 미용실』이다. 책 자체보다도 ‘더작가’라는 작가 모임이 이채로
웠다. 아이들에게 이 사회의 모습을 어떻게 전달해줄까 하는 고민을 다양한 작품의 형태로 드러내는
시도가 매우 신선하게 보인다. 동화작가들이 아이들의 생활에서 나타나는 현상만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동화를 통해 사회문화적인 시각을 확장시킬 수 있다면, 동화가 문학으로 자리매김하
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서평을 대신한 인터뷰 기사를 통해 이 공동 작품집에 참여한 여
덟 작가의 육성을 만날 수 있다.
『아버지의 뒷모습』과 『맨발로 희망을 쏘다』는 책 정보만으로는 관심이 갔으나 미처 책을 구하지 못
해 살펴보지 못한 책이다. 출간일이 다음달 선정 기준에서 비켜가기는 하지만 다음달 책들과 함께
살피려 한다. 김혜원 학교도서관 문화살림
곰의 아이들
류화선 지음 | 이윤희 그림 | 문학동네 | 218쪽 | 2010.12.30 | 9,800원 | 높은학년 | 한국 | 동화
아직 국가가 형성되기 전, 부족 단위의 삶을 살던 선사시대. 자연에 대한 경외감
을 종교로 승화시킨 인간이 살던 시간. 그 시간을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중심
배경이 되는 소소리산에는 곰 형상을 한 산신이 살고 있고, 그 산을 중심으로 수
렵 생활을 하는 ‘수나로 마을’, 소금을 만드는 ‘도두보 마을’, 농사를 짓는 ‘서리
단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농경생활을 하는 서리단 마을
은, 다른 사람들에게 삶의 형태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져 긴장의 불씨가 된
다. 이 과정에서 세 마을의 아이들이 그 긴장을 풀어내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사실 이 책은 몇 줄로 내용을 전달하기에는 이야기가 매우 방대하다. 첫 장편을
낸 신인이 이런 이야기를 끝까지 힘을 잃지 않고 써 나갔다는 것에 박수를 보낸
다. 욕심을 내자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과 그들의 낯선 이름들 때문에 이
야기에 몰입하기 혼란스러울 수도 있으니, 마을 구성원들의 이름을 한곳에 정
리해 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김혜원 학교도서관 문화살림
사과는 맛있어
박정애 지음 | 김진화 그림 | 웅진주니어 | 96쪽 | 2010.11.04 | 8,500원 | 가운데학년 | 한국 | 동화
‘사과’라는 말이 가진 두 가지 뜻을 잘 버무려 이야기를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미
안하다고 사과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아빠와 주인공이 힘들게 사과를 한다.
그 과정에서 마음 졸이고 두근거리는 상황이 읽는 이의 마음까지 함께 조마조마
하게 만든다. 이런 두근거림은 사과한 이후의 편안함과 대비되면서 책 읽는 재미
를 더해준다. 그 편안함은 ‘첫물 사과’처럼 아삭한 맛이 있다. 작가는 우리 주변에
서 볼 수 있는 사소한 이야기를 사랑스런 시각으로 플어냈다. 특히 이 책의 재미
를 더하는 것은 삽화다. 이 책의 삽화는 책 내용이 상큼하게 전달되는 것에 결정
적인 기여를 했다. 사진, 그림, 오려붙이기 등을 다양하게 사용하면서 평면의 그림
을 입체적인 3D 화면을 보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이런 기법뿐 아니라 삽화의
내용 또한 글을 따라가는 수준을 넘어 글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고 살아 있게 만
들었다. 그림책 한 권을 읽으며 느끼는 즐거움을 이 책의 삽화를 보며 즐길 수 있
었다. 김혜원 학교도서관 문화살림
안녕... 소시지 군
레기나 실링 지음 | 순미 그림 | 함미라 옮김 | 다림 | 292쪽 | 2010.11.12 | 9,000원 | 높은학년 | 독일 | 동화
산파와 장의사가 한 건물에 산다. 희한한 가족의 만남은 시쳇말로 엽기적일 것 같
지만 글은 조곤조곤 열두 살짜리 동갑내기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아이 낳는 장면
을 본 아르노, 시신을 보고 자란 빅토리아. 남들은 한 번도 보기 힘든 장면이 이 아이
들에게는 일상이다. 두 아이를 통해 삶과 죽음의 공존을 비유한다. 늘 외
로운 아르노는 사고뭉치 개 ‘소시지 군’과 둘도 없는 친구다. 죽은 지 10년이 된 언
니 아그네스 이야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듣는 빅토리아는 그저 아그네스의 대용
품처럼 소외감을 느낀다. ‘소시지 군’이 사고로 죽으면서 이들 가족은 새로운 국면
을 맞게 된다. 아르노의 분노를 보면서 엄마는 아르노를 좀 더 깊이 생각하게 되
고, 빅토리아의 가출로 아그네스가 아닌 빅토리아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1895년에 창업해 3대째 운영하는 장의사에 대한 소재는 영화 「마이 걸」을 봤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죽음을 보내는 장소에 대한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되짚어보게 한다. 박영옥 서울 연지초 사서
오메 돈 벌자고?
박효미 지음 | 이경숙 그림 | 창비 | 213쪽 | 2011.01.14 | 9,500원 | 높은학년 | 한국 | 동화
가희는 백만장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백만장자 되기’ 첫 번째 계획은 자기네 얼음
꽝(얼어붙은 논)에서 노는 아이들에게 입장료를 받는 것. 종일 이용료가 구슬 두
개이지만 가희와 나희는 이제 백만장자가 되는 길에 들어서 가슴이 뛴다. 소제목
을 보면 수입, 지출, 대출, 재산 증식의 정체 등 순수 동화라고 보기 어려운 용어들
이다. 가희의 경제활동은 영악스럽기까지 하다. 흥정하고, 협상하고, 상도덕에 어
긋나는 행동도 한다. 가희의 백만장자 되기는 돈벌이 대신 놀이에 빠져 빈털터리가
되는 것으로 끝이 나지만 돈벌이에 혈안이 된 털보영감의 비리가 발각되면서 더 이
상 의미가 없어진다. 이야기는 가희의 좌충우돌이 중심이지만 나희의 깔끔한 성격
도 백만장자 되기에 무너져 충실한 서기 역할을 하며 스토리를 이끌어가고 있다. 눈
덮힌 시골 풍경의 섬세한 묘사가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하다. 주석을 달아
야만 이해할 수 있는 사투리는 구수하고 사람 냄새가 난다. 아이들의 순수성이 드
러나는 그림은 잘 짜여진 서사 구조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김선영 서울 신계초 사서
원사웅
장주식 지음 | 양상용 그림 | 문학동네 | 210쪽 | 2010.12.08 | 9,800원 | 높은학년 | 한국 | 동화
7년이란 긴 세월 치러진 임진왜란을 우리는 이순신 장군으로 기억한다. 역사는
가장 큰 고통으로 풀잎처럼 스러져 갔을 민중들은 기억하지 않는다. 패배자를 기
억하지 않는 역사의 속성 때문일까? 이순신의 라이벌로 알려진 원균은 상대적으
로 비겁한 패전 장군으로 알려져 왔다. 이 책은 칠천량 해전 앞뒤 며칠간의 이야기
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수륙양면책을 주장하다 권율에게 곤장까지 맞으며 출정
독촉을 받는 원균은 패배가 불 보듯 뻔한 해전을 해야만 한다. 군사를 더 이상 사
지로 내몰 수 없다는 장수들과 조선 땅의 주인인 백성을 버리고 도망치는 임금을
위해 칼을 들지 말고 백성의 목숨을 생각하라며 출정을 만류하는 아들 원사웅의
항변으로 원균은 고뇌한다. 권력 있는 자들은 아무도 자식들을 전장에 내보내지
않는 이율배반이 판을 쳐도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 제 목숨과 뜻을 다해 온몸
을 던지는 이들의 모습이 곳곳에 녹아 있다. 우리 역사의 수많은 전장터에서 스러
져 갔을 민중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김경숙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사무처장
테디 루스벨트 되기
클라우디아 밀스 지음 | R.W.앨리 그림 | 강은슬 옮김 | 푸른길 | 104쪽 | 2010.12.13 | 9,000원 | 가운데학년 | 미국 | 동화
라일리 오루크는 잘 잃어버리는 덜렁이에다 공부도 별로이고, 뭐 하나 잘하는 게
없다. 라일리에게는 두 가지의 소원이 있다. 색소폰 배우기, 그리고 색소폰을 사는
것. 하지만 라일리에게는 엄마의 허락과 돈이 필요하다. 그때 선생님은 ‘위인 가장
티 파티’를 열겠다고 한다. 미국 26대 대통령인 테디 루스벨트를 뽑은 라일리는 루
스벨트의 전기를 읽으면서 루스벨트라면 어떤 방법으로 색소폰을 구했을까? 어려
운 일이 닥쳤을 때 루스벨트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한다. 이제 마음속에는 루
스벨트가 훌륭한 롤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라일리뿐만 아니라 아이들 역시 도서
관에서 자료를 찾고 자신의 위인과 같이 되고자 한다. 위인전을 읽으면서 아이들
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아이들
의 감성에 도서관과 책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려주는 작품이다. 이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람의 향기가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시종 유쾌하고 끈
끈한 우정을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진하게 느껴진다. 박영옥 서울 연지초 사서
우리 동화 28권, 외국 동화 18권을 보았다. 우리가 읽은 책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면, 외국 동화는 비
슷비슷한 생활 동화가 주종을 이뤄서 여러 권을 읽고나니 어떤 에피소드가 어떤 책에서 본 것인지
기억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이런 현상은 우리 동화도 마찬가지여서 읽은 책의 절반 정도가 ‘나-
엄마-책-공부’의 도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보니, 작가의 특징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이달에 가장 눈에 띄는 책은 『박순미 미용실』이다. 책 자체보다도 ‘더작가’라는 작가 모임이 이채로
웠다. 아이들에게 이 사회의 모습을 어떻게 전달해줄까 하는 고민을 다양한 작품의 형태로 드러내는
시도가 매우 신선하게 보인다. 동화작가들이 아이들의 생활에서 나타나는 현상만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동화를 통해 사회문화적인 시각을 확장시킬 수 있다면, 동화가 문학으로 자리매김하
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서평을 대신한 인터뷰 기사를 통해 이 공동 작품집에 참여한 여
덟 작가의 육성을 만날 수 있다.
『아버지의 뒷모습』과 『맨발로 희망을 쏘다』는 책 정보만으로는 관심이 갔으나 미처 책을 구하지 못
해 살펴보지 못한 책이다. 출간일이 다음달 선정 기준에서 비켜가기는 하지만 다음달 책들과 함께
살피려 한다. 김혜원 학교도서관 문화살림
곰의 아이들
류화선 지음 | 이윤희 그림 | 문학동네 | 218쪽 | 2010.12.30 | 9,800원 | 높은학년 | 한국 | 동화
아직 국가가 형성되기 전, 부족 단위의 삶을 살던 선사시대. 자연에 대한 경외감
을 종교로 승화시킨 인간이 살던 시간. 그 시간을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중심
배경이 되는 소소리산에는 곰 형상을 한 산신이 살고 있고, 그 산을 중심으로 수
렵 생활을 하는 ‘수나로 마을’, 소금을 만드는 ‘도두보 마을’, 농사를 짓는 ‘서리
단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농경생활을 하는 서리단 마을
은, 다른 사람들에게 삶의 형태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져 긴장의 불씨가 된
다. 이 과정에서 세 마을의 아이들이 그 긴장을 풀어내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사실 이 책은 몇 줄로 내용을 전달하기에는 이야기가 매우 방대하다. 첫 장편을
낸 신인이 이런 이야기를 끝까지 힘을 잃지 않고 써 나갔다는 것에 박수를 보낸
다. 욕심을 내자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과 그들의 낯선 이름들 때문에 이
야기에 몰입하기 혼란스러울 수도 있으니, 마을 구성원들의 이름을 한곳에 정
리해 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김혜원 학교도서관 문화살림
사과는 맛있어
박정애 지음 | 김진화 그림 | 웅진주니어 | 96쪽 | 2010.11.04 | 8,500원 | 가운데학년 | 한국 | 동화
‘사과’라는 말이 가진 두 가지 뜻을 잘 버무려 이야기를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미
안하다고 사과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아빠와 주인공이 힘들게 사과를 한다.
그 과정에서 마음 졸이고 두근거리는 상황이 읽는 이의 마음까지 함께 조마조마
하게 만든다. 이런 두근거림은 사과한 이후의 편안함과 대비되면서 책 읽는 재미
를 더해준다. 그 편안함은 ‘첫물 사과’처럼 아삭한 맛이 있다. 작가는 우리 주변에
서 볼 수 있는 사소한 이야기를 사랑스런 시각으로 플어냈다. 특히 이 책의 재미
를 더하는 것은 삽화다. 이 책의 삽화는 책 내용이 상큼하게 전달되는 것에 결정
적인 기여를 했다. 사진, 그림, 오려붙이기 등을 다양하게 사용하면서 평면의 그림
을 입체적인 3D 화면을 보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이런 기법뿐 아니라 삽화의
내용 또한 글을 따라가는 수준을 넘어 글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고 살아 있게 만
들었다. 그림책 한 권을 읽으며 느끼는 즐거움을 이 책의 삽화를 보며 즐길 수 있
었다. 김혜원 학교도서관 문화살림
안녕... 소시지 군
레기나 실링 지음 | 순미 그림 | 함미라 옮김 | 다림 | 292쪽 | 2010.11.12 | 9,000원 | 높은학년 | 독일 | 동화
산파와 장의사가 한 건물에 산다. 희한한 가족의 만남은 시쳇말로 엽기적일 것 같
지만 글은 조곤조곤 열두 살짜리 동갑내기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아이 낳는 장면
을 본 아르노, 시신을 보고 자란 빅토리아. 남들은 한 번도 보기 힘든 장면이 이 아이
들에게는 일상이다. 두 아이를 통해 삶과 죽음의 공존을 비유한다. 늘 외
로운 아르노는 사고뭉치 개 ‘소시지 군’과 둘도 없는 친구다. 죽은 지 10년이 된 언
니 아그네스 이야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듣는 빅토리아는 그저 아그네스의 대용
품처럼 소외감을 느낀다. ‘소시지 군’이 사고로 죽으면서 이들 가족은 새로운 국면
을 맞게 된다. 아르노의 분노를 보면서 엄마는 아르노를 좀 더 깊이 생각하게 되
고, 빅토리아의 가출로 아그네스가 아닌 빅토리아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1895년에 창업해 3대째 운영하는 장의사에 대한 소재는 영화 「마이 걸」을 봤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죽음을 보내는 장소에 대한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되짚어보게 한다. 박영옥 서울 연지초 사서
오메 돈 벌자고?
박효미 지음 | 이경숙 그림 | 창비 | 213쪽 | 2011.01.14 | 9,500원 | 높은학년 | 한국 | 동화
가희는 백만장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백만장자 되기’ 첫 번째 계획은 자기네 얼음
꽝(얼어붙은 논)에서 노는 아이들에게 입장료를 받는 것. 종일 이용료가 구슬 두
개이지만 가희와 나희는 이제 백만장자가 되는 길에 들어서 가슴이 뛴다. 소제목
을 보면 수입, 지출, 대출, 재산 증식의 정체 등 순수 동화라고 보기 어려운 용어들
이다. 가희의 경제활동은 영악스럽기까지 하다. 흥정하고, 협상하고, 상도덕에 어
긋나는 행동도 한다. 가희의 백만장자 되기는 돈벌이 대신 놀이에 빠져 빈털터리가
되는 것으로 끝이 나지만 돈벌이에 혈안이 된 털보영감의 비리가 발각되면서 더 이
상 의미가 없어진다. 이야기는 가희의 좌충우돌이 중심이지만 나희의 깔끔한 성격
도 백만장자 되기에 무너져 충실한 서기 역할을 하며 스토리를 이끌어가고 있다. 눈
덮힌 시골 풍경의 섬세한 묘사가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하다. 주석을 달아
야만 이해할 수 있는 사투리는 구수하고 사람 냄새가 난다. 아이들의 순수성이 드
러나는 그림은 잘 짜여진 서사 구조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김선영 서울 신계초 사서
원사웅
장주식 지음 | 양상용 그림 | 문학동네 | 210쪽 | 2010.12.08 | 9,800원 | 높은학년 | 한국 | 동화
7년이란 긴 세월 치러진 임진왜란을 우리는 이순신 장군으로 기억한다. 역사는
가장 큰 고통으로 풀잎처럼 스러져 갔을 민중들은 기억하지 않는다. 패배자를 기
억하지 않는 역사의 속성 때문일까? 이순신의 라이벌로 알려진 원균은 상대적으
로 비겁한 패전 장군으로 알려져 왔다. 이 책은 칠천량 해전 앞뒤 며칠간의 이야기
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수륙양면책을 주장하다 권율에게 곤장까지 맞으며 출정
독촉을 받는 원균은 패배가 불 보듯 뻔한 해전을 해야만 한다. 군사를 더 이상 사
지로 내몰 수 없다는 장수들과 조선 땅의 주인인 백성을 버리고 도망치는 임금을
위해 칼을 들지 말고 백성의 목숨을 생각하라며 출정을 만류하는 아들 원사웅의
항변으로 원균은 고뇌한다. 권력 있는 자들은 아무도 자식들을 전장에 내보내지
않는 이율배반이 판을 쳐도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 제 목숨과 뜻을 다해 온몸
을 던지는 이들의 모습이 곳곳에 녹아 있다. 우리 역사의 수많은 전장터에서 스러
져 갔을 민중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김경숙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사무처장
테디 루스벨트 되기
클라우디아 밀스 지음 | R.W.앨리 그림 | 강은슬 옮김 | 푸른길 | 104쪽 | 2010.12.13 | 9,000원 | 가운데학년 | 미국 | 동화
라일리 오루크는 잘 잃어버리는 덜렁이에다 공부도 별로이고, 뭐 하나 잘하는 게
없다. 라일리에게는 두 가지의 소원이 있다. 색소폰 배우기, 그리고 색소폰을 사는
것. 하지만 라일리에게는 엄마의 허락과 돈이 필요하다. 그때 선생님은 ‘위인 가장
티 파티’를 열겠다고 한다. 미국 26대 대통령인 테디 루스벨트를 뽑은 라일리는 루
스벨트의 전기를 읽으면서 루스벨트라면 어떤 방법으로 색소폰을 구했을까? 어려
운 일이 닥쳤을 때 루스벨트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한다. 이제 마음속에는 루
스벨트가 훌륭한 롤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라일리뿐만 아니라 아이들 역시 도서
관에서 자료를 찾고 자신의 위인과 같이 되고자 한다. 위인전을 읽으면서 아이들
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아이들
의 감성에 도서관과 책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려주는 작품이다. 이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람의 향기가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시종 유쾌하고 끈
끈한 우정을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진하게 느껴진다. 박영옥 서울 연지초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