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몰랐다면 부끄러웠을 헬렌 켈러의 못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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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1 00:37 조회 9,111회 댓글 0건본문
서점의 새 책 코너에서 신간으로 나온 이 책을 만났다. 그런데 책 표지부터 의아하다. 인종차별 금지, 여성 참정권, 민주주의, 반전, 평등의 문구들. 눈을 씻고 다시 읽어도 제목은 헬렌 켈러가 분명한데도 말이다. 그리고 다부지게 입을 다물고 조금은 나이가 들어 보이는 한 여성의 얼굴. 거기에는 소녀의 얼굴은 어디에도 없고 한 여인이 있었다. 헬렌 켈러라... 지금보다는 책이 귀했던 나의 어린 시절, 우리 집 책꽂이에 가보처럼 자리하던 위인전집 속에 있음직했던 그 이름. 셜리번 선생님의 도움으로 장애를 극복한 소녀. 고백하자면 사실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헬렌 켈러의 전부였다. 내가 소녀일 때 접했던 소녀, 아니 소녀로만 기억되는 헬렌 켈러의 진짜 모습이 궁금해졌다.
3중(눈, 귀, 입) 장애아, 그리고 설리번 선생님의 헌신, 시・청각 장애인 최초로 대학을 졸업한 인물! 그래, 여기까지는 그 예전 위인전 등을 통해 알고 있는 헬렌 켈러의 조금은 뻔한(?) 이야기다. 그런데도 조금 이상한 것이 책의 페이지가 한참이나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야 안 것이지만, 놀랍게도 헬렌 켈러가 88세까지 장수했다는 사실! 남은 페이지에는 헬렌 켈러의 ‘잘 알려지지 않은’ 행적이 담겨 있다. 몰랐다면 섭섭했을, 아니 부끄러웠을 헬렌 켈러의 못 다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따라가 보자. 내가 알고 있는 장애를 극복하고 대학을 졸업한 헬렌 켈러 이야기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대학을 선택할 때부터 ‘여자라서’제약을 받았던 헬렌 켈러는 ‘여성 참정권’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전쟁이 소용돌이치던 때,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이 전쟁을 막기 위해서도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헬렌 켈러는 여러 번 항의 시위에 참여하며, 그들의 투쟁을 지지하기 위해 노동자 인권 운동에도 동참했다.
그리고 피부색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일을 비판했고, 그의 이런 생각은 흑인 민권운동에 영향을 주어 인종격리정책을 철폐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헬렌 켈러는 눈멀고 귀먹었습니다. 그러나 눈멀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을 둘러싼 억압을 보았고, 귀먹었기 때문에 분노한 인도주의의 함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헬렌의 연설은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정의를 요구하는 정당한 외침일 뿐입니.”_141쪽 그러나 당시 ‘장애인의 희망’이자 ‘가엾은 여인’. 이것이 사회가 보는, 그리고 사회가 바라는 헬렌 켈러의 이미지였다. 그런데 이런 여인이 정부의 눈에 거슬리는 말과 행동을 하고 다니자, 급기야 미국 연방 수사국까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고 한다.
누군가 헬렌 켈러를 조종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여겼으니까. 이런 헬렌 켈러의 행보는 자신의 명성과 이미지를 장애인들뿐 아니라, 여성의 평등과 노동자들의 인권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사용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장애아에서 장애를 극복한 희망에 머물지 않고, 자신보다 더 낮고 어두운 곳에 대한 세상의 관심을 끊임없이 촉구한 것이다. 몇 년 전, 방송에서 성인이 된 헬렌 켈러의 삶을 보게 된 작가는 그때부터 그의 글과 전기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헬렌 켈러 이야기를 새롭게 쓰게 되었다. 독특한 판화기법의 그림은 새롭게 풀어내고 있는 헬렌 켈러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이렇게 해서 창비의 ‘내가 만난 역사 인물이야기 시리즈’ 중의 13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헬렌의 일생을 따라가면서, 그가 남긴 책과 수필, 편지들을 직접 인용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내면세계를 더 진솔하게 만나게 된다. 또한 헬렌의 일생에 영향을 주었던 인물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동정하거나 과잉보호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던 셜리번 선생님, 헬렌에게 너그러움을 가르쳐준 후견자 벨 박사님, 헬렌을 대학에 보내야 한다고 직접 아버지를 설득했던 마크 트웨인, 헬렌이 문학작품을 쓰고 사회에 관심을 갖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존 메이시 등 많은 사람들을 소개한다. 마치 작은 인물사전을 보는 듯하다. 뒷부분에 첨부된 부록 ‘사진으로 보는 헬렌 켈러의 삶’을 아이들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어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되겠다.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들, 인종차별 금지, 여성 참정권, 민주주의, 반전, 평등의 문구들이 나는 온전히 이해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하여 그녀는 위대한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 피나는 노력 끝에 장애를 극복했다.’라고 헬렌 켈러의 삶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버리지만, 사실 그녀의 진정한 삶은 이처럼 그 후부터 시작되었다. 장애를 극복한 소녀 헬렌 켈러도 위인이지만, 인간을 정상과 비정상, 백인과 흑인,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는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헬렌 켈러는 위인을 넘어선 성인이 아닐까? 미국의 역사학자 로웬은 십년동안 미국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헬렌 켈러가 장애를 극복한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아는 사람?”
“모르는데요.”
대부분 아이들이 모른다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사실 돌이켜 보면 나 역시 이 질문에 답을 준비 못한 철없는 어른이긴 마찬
가지였다. 며칠간 헬렌 켈러에 묻혀있던 나는 이제는 답이 아닌 새로운 질문을 던져줄 수 있을 듯하다. 잿빛 어둠속에서 여전히 남아있는 장애인의 편견을 극복하고, 사회정의를 위해 측은지심을 몸소 보여주었던 헬렌이 꿈꾸는 세상에 대해서.
3중(눈, 귀, 입) 장애아, 그리고 설리번 선생님의 헌신, 시・청각 장애인 최초로 대학을 졸업한 인물! 그래, 여기까지는 그 예전 위인전 등을 통해 알고 있는 헬렌 켈러의 조금은 뻔한(?) 이야기다. 그런데도 조금 이상한 것이 책의 페이지가 한참이나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야 안 것이지만, 놀랍게도 헬렌 켈러가 88세까지 장수했다는 사실! 남은 페이지에는 헬렌 켈러의 ‘잘 알려지지 않은’ 행적이 담겨 있다. 몰랐다면 섭섭했을, 아니 부끄러웠을 헬렌 켈러의 못 다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따라가 보자. 내가 알고 있는 장애를 극복하고 대학을 졸업한 헬렌 켈러 이야기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대학을 선택할 때부터 ‘여자라서’제약을 받았던 헬렌 켈러는 ‘여성 참정권’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전쟁이 소용돌이치던 때,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이 전쟁을 막기 위해서도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헬렌 켈러는 여러 번 항의 시위에 참여하며, 그들의 투쟁을 지지하기 위해 노동자 인권 운동에도 동참했다.
그리고 피부색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일을 비판했고, 그의 이런 생각은 흑인 민권운동에 영향을 주어 인종격리정책을 철폐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헬렌 켈러는 눈멀고 귀먹었습니다. 그러나 눈멀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을 둘러싼 억압을 보았고, 귀먹었기 때문에 분노한 인도주의의 함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헬렌의 연설은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정의를 요구하는 정당한 외침일 뿐입니.”_141쪽 그러나 당시 ‘장애인의 희망’이자 ‘가엾은 여인’. 이것이 사회가 보는, 그리고 사회가 바라는 헬렌 켈러의 이미지였다. 그런데 이런 여인이 정부의 눈에 거슬리는 말과 행동을 하고 다니자, 급기야 미국 연방 수사국까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고 한다.
누군가 헬렌 켈러를 조종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여겼으니까. 이런 헬렌 켈러의 행보는 자신의 명성과 이미지를 장애인들뿐 아니라, 여성의 평등과 노동자들의 인권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사용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장애아에서 장애를 극복한 희망에 머물지 않고, 자신보다 더 낮고 어두운 곳에 대한 세상의 관심을 끊임없이 촉구한 것이다. 몇 년 전, 방송에서 성인이 된 헬렌 켈러의 삶을 보게 된 작가는 그때부터 그의 글과 전기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헬렌 켈러 이야기를 새롭게 쓰게 되었다. 독특한 판화기법의 그림은 새롭게 풀어내고 있는 헬렌 켈러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이렇게 해서 창비의 ‘내가 만난 역사 인물이야기 시리즈’ 중의 13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헬렌의 일생을 따라가면서, 그가 남긴 책과 수필, 편지들을 직접 인용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내면세계를 더 진솔하게 만나게 된다. 또한 헬렌의 일생에 영향을 주었던 인물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동정하거나 과잉보호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던 셜리번 선생님, 헬렌에게 너그러움을 가르쳐준 후견자 벨 박사님, 헬렌을 대학에 보내야 한다고 직접 아버지를 설득했던 마크 트웨인, 헬렌이 문학작품을 쓰고 사회에 관심을 갖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존 메이시 등 많은 사람들을 소개한다. 마치 작은 인물사전을 보는 듯하다. 뒷부분에 첨부된 부록 ‘사진으로 보는 헬렌 켈러의 삶’을 아이들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어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되겠다.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들, 인종차별 금지, 여성 참정권, 민주주의, 반전, 평등의 문구들이 나는 온전히 이해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하여 그녀는 위대한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 피나는 노력 끝에 장애를 극복했다.’라고 헬렌 켈러의 삶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버리지만, 사실 그녀의 진정한 삶은 이처럼 그 후부터 시작되었다. 장애를 극복한 소녀 헬렌 켈러도 위인이지만, 인간을 정상과 비정상, 백인과 흑인,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는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헬렌 켈러는 위인을 넘어선 성인이 아닐까? 미국의 역사학자 로웬은 십년동안 미국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헬렌 켈러가 장애를 극복한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아는 사람?”
“모르는데요.”
대부분 아이들이 모른다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사실 돌이켜 보면 나 역시 이 질문에 답을 준비 못한 철없는 어른이긴 마찬
가지였다. 며칠간 헬렌 켈러에 묻혀있던 나는 이제는 답이 아닌 새로운 질문을 던져줄 수 있을 듯하다. 잿빛 어둠속에서 여전히 남아있는 장애인의 편견을 극복하고, 사회정의를 위해 측은지심을 몸소 보여주었던 헬렌이 꿈꾸는 세상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