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갯벌이 살아야 사람도 산다- 발로 쓴 우리나라 갯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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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1 00:26 조회 7,883회 댓글 0건본문
사람이 몸을 담고 살아가는 자연 환경은 사람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보존되기도 하고 처절하게 망가지기도 한다. 나는 자라면서 고향의 깨끗했던 주천강이 오염되어 더렵혀지는 과정과 죽어 있던 마산 앞바다의 봉암 갯벌이 되살아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고향 마을 앞으로 흐르는 낙동강 지류 주천강. 내가 어린 시절 그 강은 강을 끼고 사는 마을 사람들에게 훌륭한 놀이터이자 삶터였다. 흙과 모래가 적당히 섞인 강바닥에는 조개와 고동이 많아 어른들은 허리까지 차는 물속에서 재첩을 건져 올렸고, 아이들은 얕은 물에서 우렁을 주워 한 끼 반찬으로 보태었으며, 물살을 견딜 나이가 된 오빠와 삼촌들은 자개장의 원료로 쓰이는 대치조개를 잡아 쏠쏠하게 용돈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벼를 심고 채소를 가꾸던 논밭에 공장이 들어서고 마을 주변이 ‘농공단지’로 지정되던 80년대 초반부터 주천강에 재첩이 사라져 국물이 뽀얗고 담백한 재첩국은 맛보기 쉽지 않은 음식이 되었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로 시작하는 가곡 <가고파>의 무대였던 마산 앞바다. 봄이면 재첩을 건지고 가을이면 꼬시락(망둥어의 마산 말)을 잡던 마산만은 1960년대 수출 자유 지역이 되면서 급격하게 개발되기 시작해, 2~30년 전만 해도 비린 갯내보다는 갖은 오염 물질이 썩어가는 시궁창 냄새가 진동하던 곳이었다.
주천강에 사라졌던 민물장어가 돌아오고 왜가리가 날아들지만 아직도 농공단지의 기름물이 흘러들어 빨래를 할 수 없는데 마산 앞바다 봉암 갯벌이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은 더없이 반갑다. 마산시 봉암동과 창원시 신촌동 일대의 갯벌인 봉암 갯벌은 ‘창원 국가 산업 단지’에서 배출하는 중금속 등의 유해 물질이 하천 바닥에 쌓여 만들어진 하구형 갯벌로, 마산만으로 흘러가는 오염 물질을 걸러내는 자연정화장이기도 하니 갯벌이야말로 만물을 살리는 위대한 힘을 지녔다 하겠다.
이 책은 우리나라 갯벌에 대한 종합 보고서이자 안내서이다. 전작 『김준의 갯벌 이야기』로 우리나라 갯벌 정책의 변화, 어족 자원 변화 추이, 섬마을 문화의 변천, 바다에서 나는 먹을거리에 얽힌 다양한 속담과 풍성한 이야깃거리 등 생생한 갯사람 이야기를 들려주던 ‘해양문화연구자’ 김준은 이 책에서 바다에 기대 살아가는 자연과 사람을 같은 위치에 두고 그들이 함께 일구어 온 바다 살림, 갯살림에 담긴 문화를 이야기한다. ‘사전’은 쉽게 붙일 수 있는 이름이 아니다. 웬만한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은이는 지난 2000년부터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갯벌에 나가서 지금까지 500번이 넘는 걸음을 이어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갯벌을 경제 가치로 따져 이용 대상으로 보는 시선을 따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살아 있는 갯벌과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렇게 발품을 팔아 만든 이 책에는 습지 보호 지역으로 지정된 갯벌 열 곳과 저자가 특별히 아끼는 갯벌 일곱 곳을 추가해 갯벌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습지 보호 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는 자연적 조건으로는 자연환경이 태고의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거나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 희귀 또는 멸종위기 종의 서식처 및 도래지역, 특이한 경관적ㆍ지형적 또는 지질학적 가치가 인정되는 지역 등이다. 마산의 봉암 갯벌은 시민단체가 주축이 되어 되살려낸 곳으로, 습지 보호 지역은 아니지만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갯벌로 소개하고 있다. 지은이의 고백대로 갯벌과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면 내딛지도 못할 먼 길을 뚜벅뚜벅 걸어온 셈이다.
이 책은 각 갯벌이 지닌 지리적 특징을 소개한 지도에서부터 시작해 그 갯벌이 다른 갯벌과 구별되는 점을 보여주고, 각 갯
벌의 주요 해산물에 얽힌 이야기나 그 갯벌에 기대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들려준다. 또 갯살림이 육지의 삶과 어떻게 다른지를 하나씩 설명하고 있어 책을 읽다 보면 각 지역의 모든 갯벌이 저마다 고유한 특성과 이야기를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를테면 같은 ‘그레질’이라도 계절에 따라 하는 방법과 장소가 어떻게 다른지, 집안 살림보다 갯살림에 더 익숙한 어민들이 매일매일 그레질을 해야 할 곳과 하지 말아야 할 곳을 어떻게 구분하는지를 설명하는 식이다. 그래서 갯벌은 그저 똑같은 갯벌이지 달라 봐야 무에 그리 다르겠냐는 생각은, 갯벌이 담고 있는 독특한 지역문화를 알게 되면 놀라움과 경탄으로 바뀌게 된다.
이 책이 주는 즐거운 덤은 생생한 사진과 섬세하고 정겨운 그림이다. 거의 모든 쪽마다 들어 있는 사진은 지은이가 갯벌에 쏟은 애정의 깊이를 짐작하게 한다. 열일곱 개의 갯벌이 시작될 때마다 넣은 두 쪽짜리 그림으로 그 갯벌이 지니는 대표 생물과 주요한 갯살림을 미리 익힐 수 있으며 각 갯벌에 사는 식물이나 동물 그림이 있어 실제로 갯벌에 나갔을 때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 군데군데 그려진 낙지 조락이나 그레, 써개나 쇠스랑 등으로 실제 갯벌에서 어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짐작할 수 있고 부록에 실은 식물, 새와 어패류, 조개류, 어구 그림은 그 자체로 훌륭한 볼거리다. 무엇보다 갚진 덤은 지은이가 직접 경험하고 정리한 ‘어촌 체험 마을 연락처’를 통해 가고 싶은 갯벌을 선택하여 언제든지 갯벌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벼를 심고 채소를 가꾸던 논밭에 공장이 들어서고 마을 주변이 ‘농공단지’로 지정되던 80년대 초반부터 주천강에 재첩이 사라져 국물이 뽀얗고 담백한 재첩국은 맛보기 쉽지 않은 음식이 되었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로 시작하는 가곡 <가고파>의 무대였던 마산 앞바다. 봄이면 재첩을 건지고 가을이면 꼬시락(망둥어의 마산 말)을 잡던 마산만은 1960년대 수출 자유 지역이 되면서 급격하게 개발되기 시작해, 2~30년 전만 해도 비린 갯내보다는 갖은 오염 물질이 썩어가는 시궁창 냄새가 진동하던 곳이었다.
주천강에 사라졌던 민물장어가 돌아오고 왜가리가 날아들지만 아직도 농공단지의 기름물이 흘러들어 빨래를 할 수 없는데 마산 앞바다 봉암 갯벌이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은 더없이 반갑다. 마산시 봉암동과 창원시 신촌동 일대의 갯벌인 봉암 갯벌은 ‘창원 국가 산업 단지’에서 배출하는 중금속 등의 유해 물질이 하천 바닥에 쌓여 만들어진 하구형 갯벌로, 마산만으로 흘러가는 오염 물질을 걸러내는 자연정화장이기도 하니 갯벌이야말로 만물을 살리는 위대한 힘을 지녔다 하겠다.
이 책은 우리나라 갯벌에 대한 종합 보고서이자 안내서이다. 전작 『김준의 갯벌 이야기』로 우리나라 갯벌 정책의 변화, 어족 자원 변화 추이, 섬마을 문화의 변천, 바다에서 나는 먹을거리에 얽힌 다양한 속담과 풍성한 이야깃거리 등 생생한 갯사람 이야기를 들려주던 ‘해양문화연구자’ 김준은 이 책에서 바다에 기대 살아가는 자연과 사람을 같은 위치에 두고 그들이 함께 일구어 온 바다 살림, 갯살림에 담긴 문화를 이야기한다. ‘사전’은 쉽게 붙일 수 있는 이름이 아니다. 웬만한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은이는 지난 2000년부터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갯벌에 나가서 지금까지 500번이 넘는 걸음을 이어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갯벌을 경제 가치로 따져 이용 대상으로 보는 시선을 따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살아 있는 갯벌과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렇게 발품을 팔아 만든 이 책에는 습지 보호 지역으로 지정된 갯벌 열 곳과 저자가 특별히 아끼는 갯벌 일곱 곳을 추가해 갯벌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습지 보호 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는 자연적 조건으로는 자연환경이 태고의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거나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 희귀 또는 멸종위기 종의 서식처 및 도래지역, 특이한 경관적ㆍ지형적 또는 지질학적 가치가 인정되는 지역 등이다. 마산의 봉암 갯벌은 시민단체가 주축이 되어 되살려낸 곳으로, 습지 보호 지역은 아니지만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갯벌로 소개하고 있다. 지은이의 고백대로 갯벌과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면 내딛지도 못할 먼 길을 뚜벅뚜벅 걸어온 셈이다.
이 책은 각 갯벌이 지닌 지리적 특징을 소개한 지도에서부터 시작해 그 갯벌이 다른 갯벌과 구별되는 점을 보여주고, 각 갯
벌의 주요 해산물에 얽힌 이야기나 그 갯벌에 기대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들려준다. 또 갯살림이 육지의 삶과 어떻게 다른지를 하나씩 설명하고 있어 책을 읽다 보면 각 지역의 모든 갯벌이 저마다 고유한 특성과 이야기를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를테면 같은 ‘그레질’이라도 계절에 따라 하는 방법과 장소가 어떻게 다른지, 집안 살림보다 갯살림에 더 익숙한 어민들이 매일매일 그레질을 해야 할 곳과 하지 말아야 할 곳을 어떻게 구분하는지를 설명하는 식이다. 그래서 갯벌은 그저 똑같은 갯벌이지 달라 봐야 무에 그리 다르겠냐는 생각은, 갯벌이 담고 있는 독특한 지역문화를 알게 되면 놀라움과 경탄으로 바뀌게 된다.
이 책이 주는 즐거운 덤은 생생한 사진과 섬세하고 정겨운 그림이다. 거의 모든 쪽마다 들어 있는 사진은 지은이가 갯벌에 쏟은 애정의 깊이를 짐작하게 한다. 열일곱 개의 갯벌이 시작될 때마다 넣은 두 쪽짜리 그림으로 그 갯벌이 지니는 대표 생물과 주요한 갯살림을 미리 익힐 수 있으며 각 갯벌에 사는 식물이나 동물 그림이 있어 실제로 갯벌에 나갔을 때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 군데군데 그려진 낙지 조락이나 그레, 써개나 쇠스랑 등으로 실제 갯벌에서 어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짐작할 수 있고 부록에 실은 식물, 새와 어패류, 조개류, 어구 그림은 그 자체로 훌륭한 볼거리다. 무엇보다 갚진 덤은 지은이가 직접 경험하고 정리한 ‘어촌 체험 마을 연락처’를 통해 가고 싶은 갯벌을 선택하여 언제든지 갯벌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