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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내 안의 난쟁이는 잠시 잊고 합★체의 성장기에 푹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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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1 21:30 조회 6,89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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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한 난쟁이 아버지가 하늘로 작은 공을 쏘아 올렸다. 그 공들은 어떻게 되었을까?머리말이나 작가의 말을 대신한 이 글을 읽으면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1978년)이라는 책이 생각났지만 그보다는 ‘난쟁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가 더 궁금해졌다. 1. 기형적으로 키가 작은 사람2. 보통의 높이나 키보다 아주 작은 사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보리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이 뜻 외에, 책을 읽고 나니 ‘난쟁이’의 다른 뜻을 적어 넣고 싶다. ‘콤플렉스를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그리고 우리 마음속에 있는 각자의 난쟁이들은 잠시 잊자고 말하고 싶다. 상상 속의 관중을 의식하면서 모든 이들이 언제나 나에게 관심이 많을 거라고 착각하는 것이 청소년기의 특징이라는 어느 심리학자의 말처럼, 이 책의 주인공인 유화고등학교 1학년, 일란성 쌍둥이인 오합과 오체도 외모에, 특히 키에 아주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게다가 그들은 난쟁이 아버지를 두고 있으니 그 고민은 매우 심각하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와 우측통행을 생활화하고 공부 잘하는 것이 특기인 합과, 신체검사를 실시하는 4월이 일 년 가운데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생각하고 농구를 잘하는 체에게 ‘혁명’이란 키가 크는 것이다. 그 둘의 사회 선생님 말씀을 빌린다면 혁명이란 ‘꿈을 가진 사람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농구 시합이다.

키가 작다는 이유로, 집에서는 백발백중 슛을 성공시키는 체에게는 아무도 패스조차 해주지 않는다. 심지어 수학여행 때도 키가 작은 설움을 당한 체에게 어느 날, 계도사와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진다. 물줄기가 약해진 마을 뒷산 약수터에서 온 마음을 모아 물을 부르는 일에 열중하던 계도사에게 키가 크는 비기를 들은 체는, 합과 함께 여름방학을 맞아 계룡산으로 들어간다. 33일간의 수련 후에, 키가 커지는 혁명을 이루기 위해서!

계룡산 깊은 골짜기 형제동굴에서 수련을 하는 합과 체를 보는 일은 즐겁다. 모험을 하는 듯, 여행을 하는 듯, 형제가 밥을 지어 먹고 운동을 하고 공부를 하면서 지내는 모습이 재미있어서 어느새 합과 같은 마음이 되어 키는 크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체의 마음에 쌓인 커다란 응어리도 스르륵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 생길 즈음, 24일 만에 형제는 서울로 돌아온다. 일단은 실패한 혁명에 눈물 한 방울을 보태고 말이다.

개학을 한 체에게 기쁜 일이라곤 여전히 윤아와 짝이라는 것뿐, 키가 작다고 앞에만 앉으라는 것은 히틀러나 할 짓이라고 투덜대는 체를 기다리는 것은 체육 중간고사 농구시합이다. 그것도 합과 한 편으로. 패스를 해주지 않는 친구들 사이에서 우연히 공을 잡게 된 체. 공이 네트에 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아버지의 말이 떠오른다. 너무 커서도, 너무 작아서도 안 돼. 두 손에 딱 잡힐 만큼의 크기, 그게 좋은 공이지. 물론 어깨는 조금 많이 벌려도 좋아. 하지만 자기 두 손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공이거나 아니면 두 손을 쓸 필요도 없이 한 손에 웅큼 들어오는 공은 그다지 좋은 공이 아니란다. _263쪽

아이들의 환호성이 들리는 그 순간, 이번에는 공이 얼떨결에 합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겁이 난 합에게 그 공은 무서움이었지만 격려가 담긴 체의 외침에 합은 튀어 오른다. 이때 그들에게 생각난 말도 합, 체야. 좋은 공이 가져야 할 조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이다. 바로, 공의 탄력도란다. 땅에 떨어져도 다시 튀어 오르는, 그러니까 실수로 잘못 쏜 공이 땅에 떨어지더라도 그대로 깨지지 않고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는 힘을 말한다._70쪽

라는 난쟁이 아버지가 말한 좋은 공에 대한 평이었다.계절은 가을이었고, 바람은 상쾌했고, 하늘에는 누가 쏘았는지 모를 빛나는 공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오늘에 이어 내일도 쉬지 않고 튀어 오르고 있었다._273쪽

이야기의 끝도 농구 시합이다. 봄에서 가을까지. 그들은 이제는 돌아가신 난쟁이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고, 진심을 담은 노력이 주는 가치도 알게 됐고, 진한 형제애도 확인하고, 혁명도 성공했다. “오래전 한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아직도 하늘에서 튀어 오르고 있다.”라는 대목에서, 일부 독자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뫼비우스의 띠’를 기억할 수도 있지만 기억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책을 좋아하지만 소설가를 꿈꾼 적도 없고 소설이 뭔지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에게, 이 이야기가 매우 재미있었고 감동적이라고 전하고 싶다. 소설이 어떤 이야기를 실제로 일어난 일처럼 꾸며서 쓴 글일 때 그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것은 소설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재미있게 읽고 난 후는 독자의 몫. 소설을 읽으면서도 공부거리를 찾는 지금의 상황에서, 오랜만에 우리가 발붙인 땅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 한 편을 발견해서 참 행복하다. 이 이야기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는 것은 사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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