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콩을 왜 갈아? 인문학으로 콩이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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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1 21:27 조회 6,670회 댓글 0건본문
서점에 나가보면 인문학~ 어쩌구로 시작하는 이름의 책이 눈에 많이 띈다. 얼 쇼리스의 책 『희망의 인문학』이 우리나라에 소개되고, 방글라데시 은행가 무하마드 유누스의 노벨평화상 수상 등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 인간다움, 인간의 조건에 주목하는 기초학문인 인문학이 우리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인문학’이 들어가는 제목의 책이 많아 졌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인문학의 위기가 찾아왔다는 목소리가 높아짐으로 인해 오히려 인문학의 위기가 해결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산업화와 고도성장의 시대에 물질과 성장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던 실제 주체인 ‘인간’과 ‘인간의 삶’이 이제는 우리 사회의 키워드가 되었다는 것의 방증이 아닌가 싶다.
서점 신간 코너에서 집어 든 『인문학으로 콩갈다』의 표지에는 민 대머리의 깜찍한 캐릭터가 콩을 약사발에 넣고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갈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는데, 무척 재밌고 귀여워 보였다. 제목을 보는 순간 혹시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라는 책을 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책이 또 나왔나 하는 생각이 잠깐 머리를 스쳤다. 책을 몇 페이지 넘겨보다가 나는 아이들 말대로 ‘깜놀’하며 빵~터져 버렸다. 저자의 아버지가 바로 광고인 박웅현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집안을 콩가루 집안이라고 당당하고 자신 있게 밝히는 당돌한 19세의 여학생. 그 여학생이 19년 동안 자신의 삶과 가정에서의 에피소드를 가벼운 문체로 자랑하듯 보여준다.
부모와 자식이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친구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연이의 콩가루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작가의 톡톡 튀는 글 솜씨와 인문학적 시선이 어우러져 아주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사실 욕처럼 들릴 수 있는 콩가루 집안이라는 말을 저자는 아주 자랑스레 광고하고 있다. 이들 콩가루 가족처럼 가족과의 관계가 친구보다 끈끈하고 친밀하다면, 저녁식사 한 번 함께 하기도 어려운 보통의 평범한 가정보다 훨씬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 가장 쿵짝이 잘 맞는 친구인 엄마와 ‘은사 한 탕(은행 사거리 한 탕의 줄임말이란다)’을 취미생활로 하는 작가. 은사 한 탕은 작가가 살고 있는 동네에 있는 은행 사거리 앞에 나가 잉어빵, 토스트 등을 먹으며 숨어있는 작은 가게들을 찾아가며 즐기는 쇼핑이란다.
은사 한 탕의 Tip이라며 밝힌 “눈썹을 씰룩거리며 은밀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말해야 쇼핑하고 싶은 의중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나는 또 빵~하고 웃음이 터졌다.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부모 아래에서 자란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일반적인 19살 여학생의 현실과 비교되기도 한다. 또, 아빠를 따라 칸 국제 광고제에서 유명한 사람들과 사진 찍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나지만 작가의 의도는 자랑이 아니라 나눔이란 걸 알기에 살짝 눈감아 줄 마음이 생긴다.
“다만, 1초의 틈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순간의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뭔가 ‘하나의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즐기면서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즐기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것이 아닐까. (중략)
앞에서 인용한 알베르 까뮈의 말처럼 ‘인생은 건축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연소시켜야 할 대상이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을 즐겁게 연소시켜야 하는 것이지 죽기 전에 하나의 건축물을 완성시키는 것이 아니다. 인생은 순간의 합이다.” _259쪽~260쪽
19살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인생의 의미에 대한 생각이 깊어 보인다. 누군가의 말을 주워듣고 마치 자기의 생각인 양 내놓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삶 속에서 경험하고, 생각하고, 정리한 결과로 보인다. 그가 19살이라는 어린(윤동주는 24살에 〈서시〉를 썼다고 하니 어리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나이에 이처럼 인생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작가의 자랑처럼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아빠와 엄마와의 상호작용(저자는 콩가루 집안 19년 체험기라고 적었다)이 아닐까 싶다.
자식의 눈높이에서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대화, 옳은 생각, 가치관, 유머, 예술적인 감각과 교양, 여행의 경험 등을 통해 생긴 인문학적인 소양이 ‘그 아빠의 그 딸’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아빠, 정말 제3계급이어도 괜찮아?’, ‘아빠, 요즘 공부하기가 너무 힘들어’, ‘아빠 창의적인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아빠, 미래는 어떻게 준비해야해?’ 각 장의 마지막에 19세 작가와 그의 멘토인 아빠와의 대화는 삶의 내공이 깊어지게 하는 동시에 부모와 아이의 좋은 대화하기의 모델을 보여준다. 솔직하고 당차고, 낙관적이고, 욕심 많고, 놀기 좋아하는 그녀가 성장하며 배운 인문학적 통찰과 행복한 삶에 대해 실컷 수다를 떤 기분이다. 온 가족이 함께 읽고 수다 떨기를 권한다.
서점 신간 코너에서 집어 든 『인문학으로 콩갈다』의 표지에는 민 대머리의 깜찍한 캐릭터가 콩을 약사발에 넣고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갈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는데, 무척 재밌고 귀여워 보였다. 제목을 보는 순간 혹시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라는 책을 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책이 또 나왔나 하는 생각이 잠깐 머리를 스쳤다. 책을 몇 페이지 넘겨보다가 나는 아이들 말대로 ‘깜놀’하며 빵~터져 버렸다. 저자의 아버지가 바로 광고인 박웅현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집안을 콩가루 집안이라고 당당하고 자신 있게 밝히는 당돌한 19세의 여학생. 그 여학생이 19년 동안 자신의 삶과 가정에서의 에피소드를 가벼운 문체로 자랑하듯 보여준다.
부모와 자식이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친구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연이의 콩가루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작가의 톡톡 튀는 글 솜씨와 인문학적 시선이 어우러져 아주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사실 욕처럼 들릴 수 있는 콩가루 집안이라는 말을 저자는 아주 자랑스레 광고하고 있다. 이들 콩가루 가족처럼 가족과의 관계가 친구보다 끈끈하고 친밀하다면, 저녁식사 한 번 함께 하기도 어려운 보통의 평범한 가정보다 훨씬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 가장 쿵짝이 잘 맞는 친구인 엄마와 ‘은사 한 탕(은행 사거리 한 탕의 줄임말이란다)’을 취미생활로 하는 작가. 은사 한 탕은 작가가 살고 있는 동네에 있는 은행 사거리 앞에 나가 잉어빵, 토스트 등을 먹으며 숨어있는 작은 가게들을 찾아가며 즐기는 쇼핑이란다.
은사 한 탕의 Tip이라며 밝힌 “눈썹을 씰룩거리며 은밀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말해야 쇼핑하고 싶은 의중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나는 또 빵~하고 웃음이 터졌다.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부모 아래에서 자란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일반적인 19살 여학생의 현실과 비교되기도 한다. 또, 아빠를 따라 칸 국제 광고제에서 유명한 사람들과 사진 찍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나지만 작가의 의도는 자랑이 아니라 나눔이란 걸 알기에 살짝 눈감아 줄 마음이 생긴다.
“다만, 1초의 틈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순간의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뭔가 ‘하나의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즐기면서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즐기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것이 아닐까. (중략)
앞에서 인용한 알베르 까뮈의 말처럼 ‘인생은 건축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연소시켜야 할 대상이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을 즐겁게 연소시켜야 하는 것이지 죽기 전에 하나의 건축물을 완성시키는 것이 아니다. 인생은 순간의 합이다.” _259쪽~260쪽
19살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인생의 의미에 대한 생각이 깊어 보인다. 누군가의 말을 주워듣고 마치 자기의 생각인 양 내놓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삶 속에서 경험하고, 생각하고, 정리한 결과로 보인다. 그가 19살이라는 어린(윤동주는 24살에 〈서시〉를 썼다고 하니 어리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나이에 이처럼 인생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작가의 자랑처럼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아빠와 엄마와의 상호작용(저자는 콩가루 집안 19년 체험기라고 적었다)이 아닐까 싶다.
자식의 눈높이에서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대화, 옳은 생각, 가치관, 유머, 예술적인 감각과 교양, 여행의 경험 등을 통해 생긴 인문학적인 소양이 ‘그 아빠의 그 딸’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아빠, 정말 제3계급이어도 괜찮아?’, ‘아빠, 요즘 공부하기가 너무 힘들어’, ‘아빠 창의적인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아빠, 미래는 어떻게 준비해야해?’ 각 장의 마지막에 19세 작가와 그의 멘토인 아빠와의 대화는 삶의 내공이 깊어지게 하는 동시에 부모와 아이의 좋은 대화하기의 모델을 보여준다. 솔직하고 당차고, 낙관적이고, 욕심 많고, 놀기 좋아하는 그녀가 성장하며 배운 인문학적 통찰과 행복한 삶에 대해 실컷 수다를 떤 기분이다. 온 가족이 함께 읽고 수다 떨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