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어린이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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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3 18:58 조회 8,537회 댓글 0건본문
뻐꾸기 엄마
이형진 글, 그림|느림보|36쪽|2010.07.15|11,000원|높은학년|한국|생태
따뜻한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작가가 탁란을 보듬는 어미 새의 사랑을 나뭇가지, 조약돌 등을 이용한 꼴라쥬 기법의 그림으로 잘 표현했다. 어미 새의 눈은 감꼭지로 표현됐다. 알을 노리는 검은 그림자는 여우와 뱀! 어미 새는 배고픔도 참고 둥지를 지킨다. 어둑해지는 저녁, 배가 차가워지면 알들이 깨어나지 못할까봐 먹이를 찾아 자리를 비웠던 잠깐 사이 알 하나가 없어졌다. 대신 떡 하니 놓여 있는 커다랗고 붉은 색의 알! 그것을 바라보는 어미 새 눈은 놀라움이다. 그러나 다음 페이지의 어미 새는 천둥과 번개, 비바람 속에서 그 알마저 품고 있다. 다른 알보다 먼저 깨어나 남은 알들을 모두 밀어내고 있는 뻐꾸기 새끼를 바라보는 어미 새의 눈은 또 한없는 놀라움과 분노로도 보여진다. ‘엄마’ 하며 입 벌리는 덩치 큰 뻐꾸기 새끼를 위해 커다란 먹이를 문 채 쏜살같이 날아오고 있는 어미 새의 마지막 장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감꼭지 하나로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잘 나타낸 작가의 표현력이 뛰어나다.
남 정미 서울 염리초 사서
빨간 소포
클로틸드 페랭 지음|톡|36쪽|2010.08.10|18,000원|가운데학년|프랑스|상상
상상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글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더 자유롭다. 주인공 파란 머리 소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상상놀이에 빠져든다. 성냥팔이 소녀가 사는 도시를 날고 있는 수퍼맨, 빨간 모자를 기다리는 사과를 든 마녀, 꿀벌 마야의 집에서 함께 사는 모나리자와 게르니카, 빨간 자전거를 탐내는 스갱 아저씨의 염소, 말괄량이 삐삐를 쫓아가는 푸른 수염. 그림 장면 장면마다 동화나 영화 속 인물과 주인공 파란 머리 소년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년은 빨간 소포에 자신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채워서 소녀에게 전해준다. 소녀는 또 어떤 이야기를 채워서 누구에게 전해줄까? 지은이는 이 그림책에 나온 그림을 실제 공간으로 재현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경험이 풍부하면 풍부한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마음껏 상상할 수 있다는 것과 책을 펼칠 때마다 새로운 상상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다만 장면마다 등장하는 많은 동화 속 인물들을 연결고리 없이 나열해 놓은 듯한 점이 아쉽다.
주 상연 거제 장평초 교사
세상에서 가장 큰 스케치북
박수현 글, 그림|고인돌|48쪽|2010.08.15|13,000원|가운데학년|한국|평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이들이 그림을 그린다. 마음껏 물감 장난을 하는 듯한데 눈여겨보면 붓질에 힘이 들어가 있고 정성을 쏟아 그려내느라 온몸에 튀어 오른 물감 자국도 개의치 않고 있다. 자유의 깃발 위로 폴짝 뛰어오르는 개구리 한 마리가 그려져 있는 한켠 장난감처럼 조그마한 탱크도 보인다. 세 민족이 서로 싸우며 같이 살고 있는 이스라엘. 그곳 어린이들이 어른들이 쳐 둔 장벽을 스케치북 삼아 평화를 그리고 꿈을 그렸다. 서로 다른 고유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평화의 깃발을 들고 함께 부르는 노래는 그 나라에도 틀림없이 있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 민족의 처지와 똑같은 안타까움으로 공감이 가는 이야기가 8절의 세로 크기로 시원스럽게 꾸며졌다. 평화를 바라며 세상에서 가장 큰 스케치북에 평화를 그렸던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마음이 실현되어 분리 장벽이 실지로 무너지고 있다는 소식에 더욱 의미 깊게 읽히는 책이다.
남정미 서울 염리초 사서
엄마 말 안 들으면… 흰긴수염고래 데려온다!
맥 바네트 지음|애덤 렉스 그림|장미란 옮김|다산기획|40쪽|2010.07.26|11,000원|가운데학년|미국|인성, 상상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말 안 듣는 아이를 혼내는 엄마의 거짓말 중 단연 으뜸인 말이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정말 흰긴수염고래가 택배로 배달되어 온 것이다. 그날부터 시작된 빌리의 좌충우돌 애완고래 기르기. 개 30마리를 줄줄이 세운 길이에 고양이 400마리의 무게를 가진 흰긴수염고래를 킥 보드에 태우고 학교에 가는 빌리의 모습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고래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은 왜 그리도 많은지. 그래도 빌리는 고래가 밉지만은 않다. 고래에게 크릴을 먹이기 위해 들어온 고래 뱃속, 땀에 전 양말을 몇 주 동안 빨지 않은 냄새가 진동하는 고래 뱃속이지만 아무리 어질러도 지저분해 보이지 않는 고래 뱃속만큼 편한 곳이 또 있을까? ‘흰긴수염고래 때문에 생긴 문제에서 벗어나려면 흰긴수염고래 안에 들어가는 게 최고다.’ 문제 해결은 직접 부딪치는 게 가장 좋은 수라고 귀뜸해주는 빌리의 재치가 통쾌하기까지 하다. 흰긴수염고래뿐 아니라 애완해마 상점, 뱃사람표 선원문신, 진짜 문어에서 채취한 진짜 먹물에 대한 사실(?)들이 흥미롭다.
주상연 거제 장평초 교사
할머니의 사라지는 기억
도로테 피아테크 지음|마리 데봉 그림|문신원 옮김|책단배|44쪽|2010.07.30|9,800원|가운데학년|프랑스|가족
할머니의 머리에 하얀 구름이 떠 있다. 구름 위에는 송이버섯도 떠 있고 빨간 물뿌리개와 꽃무늬 양산도 둥둥. 하늘로 뻗어 오르고 있는 딸기 덩굴 아래쪽에 매달린 커다란 시계는 어느 시각에 딱 멈추어 있다. 시간이 엉켜 있는 걸까? 알록달록 나뭇잎이 바람에 휘날리고 그 속을 유쾌히 걸어가는 할머니의 머플러 실 한 올이 술술 풀리고 있다. 풀려가는 실오라기처럼 할머니의 말들이, 생각들이 점점 사라져 감을 아이는 알고 있는 듯한데 텃밭의 물뿌리개를 신기도 하고 양배추로 머리를 치장하는 할머니 모습을 아이는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무서운 거미들을 거뜬히 물리치던 할머니 뒤편으로 따뜻하고 아기자기했던 할머니와의 기억들을 시각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그린이가 아름다운 그림들로 꾸몄다. 마지막 장. 이제 두 손을 모으고 편한 모습으로 눈을 감고 있는 할머니를 향해 아이는 말한다. ‘할머니를 잊지 않을게요’. 다소 무거울 수도 있을 죽음에 관한 문제를 쉽고도 아름답게 그려냈다.
남정미 서울 염리초 사서
호랑이가 예끼놈!
이은홍 글, 그림|사계절|52쪽|2010.07.29|10,500원|가운데학년|한국|고전
조선시대 학자 박지원은 젠체하는 사람들의 위선과 사회의 모순을 고발하는 여러 단편소설을 남겼다. 그중 북경을 여행한 후 쓴 『열하일기』에 포함된 「호질」이 초등학생용 그림책으로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친구 똥퍼』로 2008년 부천 만화상을 수상한 이은홍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호질」은 ‘호랑이의 질책’이라는 뜻으로, 이 책에서는 현대 사회에 맞게 원작을 각색했다. 주인공 홀로홀로방방 선생은 언뜻 보면 부처님을 닮은 듯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는 감투와 음흉한 눈빛으로 겉과 속이 다른 양반의 표본으로 등장한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차별적인 지배와 부당한 전쟁으로 이득을 얻는 인간들에 대한 호랑이의 꾸짖음이 주된 내용이다. 만화 같은 구성과 말풍선 속 대화만으로 간결하면서도 웃음 나게 이야기를 전개했다. 권위와 체면 뒤에 감춰진 거짓과 변하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풍자하여 보여주지만 어두운 인상을 주기보다 밝고 경쾌한 그림으로 초등학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한다.
염광미 오산 가수초 사서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