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도, 결코 잊어서도 안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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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4 22:29 조회 5,992회 댓글 0건본문
표지 그림이 참 따뜻하다. 나른한 봄날, 시골 들녘에서 하얀 고
무신을 가지런히 벗어 놓고 한가하게 팔을 괴고 발을 까불거리는 빨간 댕기가 고운 아이, 우리 산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제비꽃을 좋아하는 눈이 선한 여자 아이가 그려진 표지는 가슴 따뜻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하지만 아니다. 이 책은 느긋하게 방바닥을 뒹굴면서는 책장을 쉬 넘기기 어려운 책이다. 다시 되풀이되어서도, 결코 잊어서도 안 되는 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50년이란 긴 세월을 기억에서 지우고, 가슴속에 숨겨야만 했던 우리 역사의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에 독자 스스로 가볍게 읽는 것을 허락하지도 않는다.
이 땅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모든 것들은 다 소중하다. 바위틈에 핀 조그만 들꽃 한 송이도 소중하고, 연한 숨을 쉬는 조그만 벌레도 의미 있는 목숨이다. 자연 속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존엄하듯이 인간도 인간인 이유만으로 존엄한 존재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권리를 누릴 이유가 있고 이러한 권리에 대한 선언은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약속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약속을 철저하게 외면받고 전쟁 광기 속에서 짓밟히고 살아왔던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1940년 열세 살 어린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탄생한 『꽃할머니』. 평화를 기원하며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작가와 출판사가 공동 제작한 평화 그림책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로, 전쟁을 자행하고 끔찍한 폭력을 휘두른 가해 국가도 참여해 함께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작가 권윤덕은 『만희네 집』, 『씹지않고꿀꺽벌레는 정말 안 씹어』, 『생각만해도깜짝벌레는 정말 잘 놀라』,『혼자서도신나벌레는 정말 신났어』,『시리동동 거미동동』, 『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 등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여러 그림책을 세상에 내놓아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 작가이다. 그동안의 작품이 우리의 여러 일상을 아이들의 심미적 요소를 고려해 창의적이고 재미있게 풀어놓았다면, 『꽃할머니』는 역사 속 현대 사회의 의미 있는 주제를 한지의 은은함에 한국적 색채를 가미하여 기억의 저편을 더듬는 듯한 느낌으로 그려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오래된 한국 민속화나 탱화를 보는 듯 부드럽지만, 위안부들의 뼛속 깊은 고통을 고스란히 치받아 나타낸 상징적인 그림 언어가 강렬하다.
전쟁의 광기 속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군인들에게 짓밟히고 찢겨진 제비꽃은 열세 살 어린 꽃할머니의 육신이자 영혼을 보는 듯 가슴이 저민다. 꽃할머니가 있었던 위안소의 모습과 생활이 조선시대 왕실 행차도처럼 평면적으로 표현됐는데, 위안부들의 무력함과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 숨이 막힌다. 단단한 군화와 총칼로 무장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얼굴이 없거나 눈동자가 보이지 않는다. 전쟁으로 인한 잔혹한 폭력은 개인에 대한 분노로 표출할 것이 아니라 거대한 국가 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만큼 역사 속에서 총체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군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가슴속에 묻어 둘 수밖에 없게 만든 우리 사회와 50년 뒤 꽃할머니와 함께하는 사람들 뒤켠에서 무장하고 막아선 모습은 우리에게 무엇을 어떻게 지켜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행복했던 어린 시절 엄마 품속 같던 자주색 모란과 언니의 사랑이 절절한 붉은 댕기는 살 떨리는 폭력에서 버틸 수 있었던 마지막 희망의 끈이기도 하고, 현재 꽃 누르미를 하며 삶을 사는 꽃할머니의 기억 저편에 존재하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평화로운 마음이기도 하다. 역사상 가장 잔혹했던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1948년 12월 ‘세계인권선언’이 세상에 나온 지 62돌을 맞이한 해에 인류의 아픔을 고스란히 드러내어 평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짚어준 그림책 『꽃할머니』! 이 그림책은 초등학교 높은 학년부터 어른에게까지 두루 읽히며 전쟁, 평화, 인권을 곱씹게 한다. 초등학교 높은 학년에 올라가면 역사에 대한 의식이 조금씩 형성되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도 우리 역사에 대한 내용이 높은 학년에 편성되어 있다. 그러나 고대와 중세를 다루는 그림책은 종종 볼 수 있으나 근˙현대를 다루는 그림책은 많지 않다. 전쟁의 잔혹성과 폭력성에 대한 생생한 고발인 동시에 현대 사회의 문제를 짚어낸 평화 그림책이자 역사 그림책인 『꽃할머니』가 학교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으면 학생들과 나눌 이야깃거리가 많을 것이다. 전쟁, 평화, 인권의 문제는 단지 꽃할머니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똑같은 꽃할머니의 삶이 되풀이되고 있다. 인간답게 살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과 주변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모여야 모든 인류가 평화로운 삶을 누리는 방향으로 진보할 것이다.
무신을 가지런히 벗어 놓고 한가하게 팔을 괴고 발을 까불거리는 빨간 댕기가 고운 아이, 우리 산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제비꽃을 좋아하는 눈이 선한 여자 아이가 그려진 표지는 가슴 따뜻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하지만 아니다. 이 책은 느긋하게 방바닥을 뒹굴면서는 책장을 쉬 넘기기 어려운 책이다. 다시 되풀이되어서도, 결코 잊어서도 안 되는 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50년이란 긴 세월을 기억에서 지우고, 가슴속에 숨겨야만 했던 우리 역사의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에 독자 스스로 가볍게 읽는 것을 허락하지도 않는다.
이 땅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모든 것들은 다 소중하다. 바위틈에 핀 조그만 들꽃 한 송이도 소중하고, 연한 숨을 쉬는 조그만 벌레도 의미 있는 목숨이다. 자연 속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존엄하듯이 인간도 인간인 이유만으로 존엄한 존재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권리를 누릴 이유가 있고 이러한 권리에 대한 선언은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약속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약속을 철저하게 외면받고 전쟁 광기 속에서 짓밟히고 살아왔던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1940년 열세 살 어린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탄생한 『꽃할머니』. 평화를 기원하며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작가와 출판사가 공동 제작한 평화 그림책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로, 전쟁을 자행하고 끔찍한 폭력을 휘두른 가해 국가도 참여해 함께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작가 권윤덕은 『만희네 집』, 『씹지않고꿀꺽벌레는 정말 안 씹어』, 『생각만해도깜짝벌레는 정말 잘 놀라』,『혼자서도신나벌레는 정말 신났어』,『시리동동 거미동동』, 『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 등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여러 그림책을 세상에 내놓아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 작가이다. 그동안의 작품이 우리의 여러 일상을 아이들의 심미적 요소를 고려해 창의적이고 재미있게 풀어놓았다면, 『꽃할머니』는 역사 속 현대 사회의 의미 있는 주제를 한지의 은은함에 한국적 색채를 가미하여 기억의 저편을 더듬는 듯한 느낌으로 그려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오래된 한국 민속화나 탱화를 보는 듯 부드럽지만, 위안부들의 뼛속 깊은 고통을 고스란히 치받아 나타낸 상징적인 그림 언어가 강렬하다.
전쟁의 광기 속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군인들에게 짓밟히고 찢겨진 제비꽃은 열세 살 어린 꽃할머니의 육신이자 영혼을 보는 듯 가슴이 저민다. 꽃할머니가 있었던 위안소의 모습과 생활이 조선시대 왕실 행차도처럼 평면적으로 표현됐는데, 위안부들의 무력함과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 숨이 막힌다. 단단한 군화와 총칼로 무장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얼굴이 없거나 눈동자가 보이지 않는다. 전쟁으로 인한 잔혹한 폭력은 개인에 대한 분노로 표출할 것이 아니라 거대한 국가 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만큼 역사 속에서 총체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군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가슴속에 묻어 둘 수밖에 없게 만든 우리 사회와 50년 뒤 꽃할머니와 함께하는 사람들 뒤켠에서 무장하고 막아선 모습은 우리에게 무엇을 어떻게 지켜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행복했던 어린 시절 엄마 품속 같던 자주색 모란과 언니의 사랑이 절절한 붉은 댕기는 살 떨리는 폭력에서 버틸 수 있었던 마지막 희망의 끈이기도 하고, 현재 꽃 누르미를 하며 삶을 사는 꽃할머니의 기억 저편에 존재하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평화로운 마음이기도 하다. 역사상 가장 잔혹했던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1948년 12월 ‘세계인권선언’이 세상에 나온 지 62돌을 맞이한 해에 인류의 아픔을 고스란히 드러내어 평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짚어준 그림책 『꽃할머니』! 이 그림책은 초등학교 높은 학년부터 어른에게까지 두루 읽히며 전쟁, 평화, 인권을 곱씹게 한다. 초등학교 높은 학년에 올라가면 역사에 대한 의식이 조금씩 형성되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도 우리 역사에 대한 내용이 높은 학년에 편성되어 있다. 그러나 고대와 중세를 다루는 그림책은 종종 볼 수 있으나 근˙현대를 다루는 그림책은 많지 않다. 전쟁의 잔혹성과 폭력성에 대한 생생한 고발인 동시에 현대 사회의 문제를 짚어낸 평화 그림책이자 역사 그림책인 『꽃할머니』가 학교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으면 학생들과 나눌 이야깃거리가 많을 것이다. 전쟁, 평화, 인권의 문제는 단지 꽃할머니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똑같은 꽃할머니의 삶이 되풀이되고 있다. 인간답게 살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과 주변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모여야 모든 인류가 평화로운 삶을 누리는 방향으로 진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