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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얘들아, 희망을 놓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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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4 22:28 조회 6,30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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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목은 『Rickshaw Girl(인력거 소녀)』이다. 이국적인 느낌의 표지와 제목이 ‘소녀’와 ‘인력거’라는 소재가 어떤 이야기로 전개될지 궁금하게 만든다. 이야기의 배경은 방글라데시이다. 남동쪽으로는 미얀마와, 남쪽으로는 벵골만과 접하며 나머지 지역은 인도와 접한다. 세계 제일의 인구 조밀국으로 외국 원조가 정부 재정지출의 반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궁핍한 세계 최빈국의 하나이다(출처: 두산백과사전).

주인공는 열 살의 소녀 나이마. 그녀는 방글라데시의 전통적 장식 무늬 ‘알파나’를 그리는 솜씨가 마을에서 가장 뛰어나다. 하지만 그런 재주가 하루 종일 인력거를 운전해서 가족을 부양하는 아버지에게 보탬이 되지는 않았다. 평소에 다정한 어머니는 4인 가족을 혼자서 부양해야 하는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이 커질 때면 딸이 듣는 중에서도 아들이 없는 것을 한탄했다. “딸애들 중 한 명만 아들이었어도!” (중략)
“당신 얼굴이 너무 피곤해 보여요! 살림은 오후에 아버지하고 인력거 일을 교대해서 아버지를 쉬게 해주는데, 우리 딸들은 그걸 수 없잖아요.” (중략)
“알파나를 잘 그린다고 밥이 나오지는 않죠. 그리고 라시다도 똑똑한 게 다 무슨 소용이에요. 인력거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내년에는 학교에 보낼 수도 없는데.” _22쪽

이런 환경에서 여자임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을까? 나이마는 어느새 어머니와 사회가 가진 ‘여성에 대한 시각’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어머니 말이 맞았다. 여자 아이가 할 수 있는 건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장식하는 일뿐이었다. 돈을 버는 일은 허락되지 않았다. 알파나를 그려봐야 아버지를 쉬게 하지도 못하고 돈 한 푼 벌 수도 없다. 그저 시간 낭비일 뿐이다. _23쪽

그래서 그녀는 ‘남자로 변장하여’ 인력거를 끌어 돈 버는 길을 선택한다. 가족 몰래 시험 삼아 인력거를 몰아보지만, 그녀의 힘으로 인력거를 모는 것은 무리였다. 하나뿐인 아버지의 인력거는 부서지고, 인력거에 의지했던 가족의 생활은 더 어려워진다. 나이마는 자신의 실수를 괴로워하다가, 또 한 번의 도전을 한다. 바로 알파나를 잘 그리는 재능을 살려 인력거에 그림 그리는 일에 자원하는 것. 용기를 내어 이웃 마을에 있는 인력거 수리 기사를 찾아 나선다. 나이마의 이런 강한 면은 평소에 아버지가 심어준 믿음의 영향이 큰 듯하다. 그는 항상 “우리 두 딸은 아들 못지않게 훌륭해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다만 나이마의 발목을 잡고 있던 것은 ‘여자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전통적인 사회적 통념이었다. 그러나 여자 인력거 수리 기사의 말을 듣고, 나이마는 전통적 사회 통념을 뿌리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자는 돈을 못 번다고 누가 그래?” (중략)

“여기 사람들이 좋아하건 싫어하건 세상은 바뀌고 있어. 요즘은 여자도 일을 하고 싶으면 여자들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어. 여자들이 서로 돈을 합해서 돕기로 했지.” _76쪽

그렇다! 사회가 달라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만든 규칙을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여성들이 늘고 있었다. ‘여자 수리 기사를 만남’으로써 나이마는 드디어 여성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자기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네가 여자라서 알파나를 많이 그려 본 게 다행이다. 사내였으면 기회를 주지 않았을 거야.”(중략)
‘내가 여자인 게 다행이야’ 그 말이 나이마의 마음속에 시타 가락처럼 울렸다. _92쪽

작가가 ‘나이마 가족들이 사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첫째는 세계에 방글라데시의 문화와 민족, 여성들의 삶에 대해 알리는 것이다. 나이마 가족의 생활을 통해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부록 <뱅골어 낱말 풀이>의 상세한 설명과 그림이 방글라데시의 문화를 익숙하게 해준다. 둘째는 보수적인 사회와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세상의 소녀들에게 ‘희망’을 놓지 말라는 응원인 듯하다. 그 힘을 받아서일까. 책장을 덮으면서 나 역시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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