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어린이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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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7 23:21 조회 6,688회 댓글 0건본문
검은 바다
문영숙 지음|김세현 그림|문학동네|250쪽|2010.05.17|10,500원|높은학년|국내|동화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으로 끌려간 열다섯 나이의 강재와 천석이의 이야기다. 그들이 끌려간 곳은 바다 속에 있는 ‘조세이’ 탄광이다. 탄광이 바다 속에 있다니. 그곳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위험한 곳이었다. 그 위험한 곳에서, 끌려간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라 석탄을 캐는 부속품으로만 취급됐다. 작업 능률을 올리기 위해 탄광 내의 안전 시설은 조금씩 치워지고, 결국 조세이 탄광은 백팔십여 명의 목숨을 거머쥔 채 바다 속에서 무너졌다. 다행이 강재와 천석이는 광산 안에 있지는 않아 목숨은 구했지만, 그 뒤에 겪어내야 하는 전쟁의 모습은 지금까지의 삶보다 결코 나아보이지 않는다. 역사를 소재로 한 묵직한 글을 써온작가의 글답게, 전쟁 속에서 인간의 모습과 조국이 없는 국민의 삶 같은 것들을, 읽는 이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면서 담담하게 사실을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그 담담함 뒤에 아프고 슬픈 우리 역사를 꼭 알리고 싶은 작가로서의 담대한 책임감을 엿볼 수 있다.
김 혜 원 학교도서관 문화살림
꼬마 저승사자 마꼬 1
홍종의 지음|허구 그림|미래아이|104쪽|2010.05.10|9,000원|가운데학년|국내|동화
세상에! 꼬마 도깨비 얘기는 들어봤어도 꼬마 저승사자는 처음이다. 가끔 TV에 등장하는 저승사자 중에도 어리바리하고 때론 심약한 인간적인 저승사자는 보았지만 이번엔 꼬마라니 더 만만해 보이고 한결 가깝게 느껴진다. 마꼬는 어쩌다저승사자가 되었을까? 보고픈 엄마, 아빠를 두고 저승에 오게 된 아픈 사연을 가진 마꼬는 ‘낮에 놀다 두고온 나뭇잎 배는~’ 엄마가 불러주던 노래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울보다. 어른 저승사자들도 모두 실패했다는 백두산 호랑이 귀신을 잡아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이승으로 오지만 과연 데려갈 수 있을까? 천방지축 저승사자 마꼬와 어디든 훨훨 태워다주는 호랑나비와 배곯아 죽은 아귀를 닮은 배불뚝이 귀신이 함께 벌이는 좌충우돌 모험 이야기다. 어디선가 본 듯한 등장인물들과 익살스런 그림이 익숙함을 더해준다. 백두산 산신령 호랑이가 부디 마꼬에게 잡혀가지 않고 우리의 산신령으로 계속 남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 책을 시작으로 마꼬 이야기가 계속 나올 예정이라 한다.
김 경 숙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사무처장
로알드 달의 발칙하고 유쾌한 학교
로알드 달 지음|퀸틴 블레이크 그림|정회성 옮김|살림출판사|239쪽|2010.04.30|10,000원|높은학년|영국|동화
로알드 달의 책을 읽을 때마다 ‘도대체 이 사람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동화 속에 나오는 마법사 같기도 하고, 상상과 환상의 세계를 다녀와 우리에게 그 세계를 풀어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동안 품어온 의문의 해답을 이 책에서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었다.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로 가득한 그의 동화의 원천은 어린 시절이다. 의사의 오진으로 한 팔을 잃게 되지만 크게 성공하여 남부럽지 않은 생활의 터전을 마련해준 아버지. 전처의 자녀까지 열 명이나 되는 식구를 데리고 해마다 조국 노르웨이로 여행을 떠나는 억척스러운 엄마. 강철 같은 성격이지만 따뜻함을 버리지 않은 부모님의 영향으로 로알드 달은 풍요와 정직과 유쾌함, 인간적인 면모를 갖출 수 있었다. 회초리를 서슴없이 들었던 교사들, 교활함으로 무장한 학교, 하급생을 종처럼 부리며 괴롭히는 상급생들. 이런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인간미 있는 교사와 친구의 우정. 그의 어린 시절은 동화 속 이야기보다 흥미롭다.
박영옥 서울 연지초 사서
말대꾸하면 안 돼요?
배봉기 지음|이영경 그림|창비|252쪽|2010.05.10|9,500원|가운데학년|국내|동화
문학 장르를 이야기할 때 흔히 시, 소설, 희곡, 수필 정도로 나누어서 이야기한다. 이를 어린이 문학에 접목시켜 본다면 동시, 동화, 동극, 생활글로 이해할 수 있겠다. 이런 어린이 문학 장르 중의 하나인 동극은, 현재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미미한 장르가 되었다. 이 책은 이런 척박한 현실에서도 꾸준히 동극을 쓰고 있는 작가 배봉기의 창착 동극집으로, 그 존재만으로도 반갑다. 동극을 읽다보면, 동화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우선 상황 설정과 장면 묘사가 세밀해서, 마치 무대 앞에서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동화 주인공의 대사보다 짧고 간결하며 반복적인 것도 읽는 재미를 준다. 중간 중간 노래 가사를 읽고 있으면 뮤지컬의 한 장면이 연상된다. 공연을 위해 쓴 글이어서 소리 내어 읽을 때 훨씬 글 읽는 재미가 난다. 아이들과 역할을 나누어 읽고 노래도 만들어 불러보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김혜원 학교도서관 문화살림
악동들의 합창
천챠오이 지음|김중석 그림|남혜선 옮김|크레용하우스|103쪽|2010.04.30|8,000원|가운데학년|대만|동화
작가가 즐거웠던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쓴 작품으로, 어른들의 골치를 썩이는 말썽꾸러기 라이위파가 벌이는 일상의 에피소드 모음집이다. 등장인물들은 외양과 성격을 잘 반영한 별칭으로 불리는데, 고불거리는 머리 모양 때문에 ‘양머리’, 항상 뽀뽀할 것 같이 입을 쭉 내밀고 다닌다고 해서 ‘뽀돌이’ 등등 우리 주변의 비슷한 친구들을 떠올리게 하며 친밀함을 준다. 모든 에피소드는 위파의 재치 만점 동시로 마무리된다. 문체를 통해 드러나는 아이다운 솔직함과 순수함이 사인펜과 크레파스 그리고 그림물감을 사용해 그린 그림과 함께 어우러져 위파가 쓴 그림일기를 읽는 느낌이다. 그 재미에 빠져 ‘악동들의 합창’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어느새 독자도 자신의 학교 생활을 떠올리게 될 것이며 그들을 ‘악동’이 아닌 ‘천사’라 부르고 싶어질 것이다. 학교 생활을 통해 배우고 느끼는 감정을 아이답게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초등 가운데 학년 이상에게 권한다.
이수연 서울 난우초 사서
요즘 뚱뚱한 것은 병으로 치부한다. 특히 초등학생에게 있어 뚱뚱한 것은 놀림감의 충분한 조건이 된다. 잘못하면 ‘뚱뚱하니까 그런 것도 못한다’고 놀리고, 잘하면 ‘뚱뚱한 주제에 그런 것도 할 줄 아네’ 하고 비아냥댄다. 뚱뚱한 아이들은 자신감도 잃고, 스트레스로 힘들다. 다부치의 별명은 붓치(지기만 하는 프로레슬링 선수 이름)다. 조금만 뛰어도 뒤룩뒤룩한 배가 출렁거리는 바람에 금세 숨이 차 운동도 못하니 친구도 없다. 붓치는 친구 따위는 없어도 된다고 하지만 늘 쓸쓸하다. 가미야마는 근육병으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만 누구보다도 자신만만하다. 붓치는 가미야마의 짝이 되어 돌봐야 하는 것이 귀찮지만 서서히 가미야마가 자기를 보살펴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붓치는 가미야마와의 우정으로 자신을 찾아가지만 가미야마는 서서히 죽어간다. 가미야마의 죽음은 안타깝고 슬프다. 하지만 붓치의 마음속에 가미야마는 살아 있다. 붓치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가미야마, 나 어떻게 해?” 그러면 가미야마는 말할 것이다. “붓치야, 힘내. 아무것도 아니야.” 두 친구의 우정이 유쾌하고 가슴 찡하다.
박영옥 서울 연지초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