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합니다! 한 영혼을 구원한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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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07 22:40 조회 6,178회 댓글 0건본문
살면서 드물게 누리는 행운 중 하나는 감동적인 역사적 순간을 생생하게 목격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간절히 염원하던 일이 극적으로 성취되는 것을 지켜보고 그 사건의 주인공과 동시대를 살면서 함께 기뻐하다보면 새삼 역사의 힘찬 흐름 앞에 옷깃을 여미게 된다.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는 걸 수 없이 보고 들으며 살아온 보통 사람들에게 이런 순간은 그래도 역사의 의미를 긍정하게 하는 감회를 준다. 나에게는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 과정이 그랬다. 미국 대통령 한 사람의 그릇된 신념이 지구촌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야기했던가!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 것은 미국 국민들의 투표의 결과지만 여기에는 평화와 변화를 바라는 세계인들의 간절한 기대도 큰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오바마의 당선은 세계 정세와 관련해서 뜻깊기도 했지만, 그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점이 전 세계를 흐뭇하게 했다. 그동안 책이나 보도를 통해 자세히 소개되었지만 버락 오바마의 삶은 한 인간이 절망과 소외의 극단에서 거친 운명을 딛고 새 삶에 이르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오바마의 삶을 보면서 나는 40년 전에 죽은 흑인운동가 말콤 엑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말콤 엑스의 자서전을 펼쳐보았다. 오마바는 자신에게 가장 깊은 감화를 준 책으로 이 책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이 책은 20세기에 쓰인 가장 뛰어난 자서전이며, 아메리카 흑인이 쓴 책 중에 가장 위대한 책이라는 평가를 받은 책이다.
좌절과 혐오로 가득한 어린 날
1960년대 당시 말콤 엑스는 이 자서전을 통해 풍요로운 나라 미국의 이면에 서려 있는 흑인들의 고통의 역사를 증언하여 백인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자신의 성장사를 통해 말콤은 흑인으로서 겪었던 가난과 차별과 모멸의 체험을 놀랍도록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는데 백인들에게 살해당한 아버지 이야기에서 시작해 허기에 시달리던 유년 시절, 생활고에 지쳐 정신병자가 된 어머니, 살아남기 위해 백인들이 원하는 인간이 되려는 헛된 몸부림, 열등감에 사로잡혀 충동적으로 빠져들던 마약과 폭력의 세계 등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흑인들의 밑바닥 삶이 수없이 나온다. 말콤은 어릴 때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다고 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백인들처럼 좋은 직업을 갖고 살려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그것이 흑인에게는 얼마나 이루기 힘든 꿈인가를 뼈아프게 깨닫는다. 장래희망을 변호사라고 말했다가 선생님으로부터 흑인에게 적합한 직업은 따로 있다는 말을 듣고 실망해 학교를 스스로 포기해버린다. 말콤의 표현에 의하면 이 말은 평생 자신을 짓밟고 다녔다고 한다. 이후에 말콤이 밑바닥 삶을 전전하며 온갖 범죄에 빠져든 것은 소년 시절의 좌절 탓이 컸다. 말콤은 자학하듯이 폭력에 탐닉하며 살면서 감옥을 수도 없이 들락거리다가 마침내 그의 운명을 바꿔 놓게 되는 노포크 교도소라는 곳에 수감된다.
성찰과 노력을 통해 당당한 사상가로 거듭나
노포크 교도소는 훌륭한 도서관을 갖추고 있었다. 이 도서관에 소장된 많은 책을 읽으며 말콤은 구원을 얻는다. 이 부분이 자서전의 백미인데, 말콤 엑스는 이 교도소에서 최악의 상태에서 극적으로 정신적 전회를 경험한다. 이 일화는 한 영혼이 책을 통해 자기구원을 해내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각별히 감동적이다.
이 시절에 그는 흑백 차별을 하지 않는 종교라고 판단한 이슬람교에 깊이 감화된다. 이런 종교적 각성을 계기로 학교를 그만둔 후 처음으로 책을 읽어보려고 한다. 그러나 알 수 없는 단어가 대부분이었고 자신의 어휘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알고는 사전을 통째로 외우는 무모한 공부를 시작한다. 그리고 치열한 독서의 드라마가 이어진다. 그의 공부가 놀라운 것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오로지 책에만 의지한 채 열정과 의지만으로 자기교육을 이룩해 나갔다는 점이다. 자신이 읽는 책을 철저히 흑인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읽어나가는 대목이나, 어릴 때부터 그의 영혼을 병들게 했던 ‘깜둥이’로서의 자기비하와 혐오감을 극복하는 과정, 정신적 성장을 거듭해 한 사람의 당당한 흑인 사상가로 변모해가는 모습은 쉽게 잊히지 않는 깊은 감동을 준다.
“미국의 어느 곳에서건 나보다 더 지독하게 인간사회의 진창에서 살아온 흑인, 나보다 더 무지했던 흑인, 나보다 더 많은 괴로움을 일생 동안 겪어온 흑인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러나 오직 가장 깊은 어둠이 있고 난 다음에만 가장 큰 빛이 나타날 수 있다.”
자서전에 기록된 이 말은 오늘날에도 실의에 잠긴 수많은 흑인들에게 영혼의 지표가 되어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책과 도서관을 통해 훌륭한 인간으로 거듭난 이야기는 많이 있지만, 말콤 엑스의 경우보다 더 경이로운 사례를 나는 알지 못한다. 운명의 굴레를 저주하면서 폭력과 범죄로 생을 탕진할 뻔했던 한 흑인은 인종 차별의 지옥을 이겨내고 ‘흑인됨의 긍지’를 회복하여 마침내 자신의 삶을 구원하고 그 이야기를 비범하게 기록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다음 세대의 한 흑인 젊은이에게도 이어져 그의 영혼에 용기와 비전과 영감을 불어넣어 마침내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되게 했다. 역사는 가끔 이렇게 장엄할 정도로 아름다운 드라마를 쓴다.
그러나 오바마의 당선은 세계 정세와 관련해서 뜻깊기도 했지만, 그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점이 전 세계를 흐뭇하게 했다. 그동안 책이나 보도를 통해 자세히 소개되었지만 버락 오바마의 삶은 한 인간이 절망과 소외의 극단에서 거친 운명을 딛고 새 삶에 이르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오바마의 삶을 보면서 나는 40년 전에 죽은 흑인운동가 말콤 엑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말콤 엑스의 자서전을 펼쳐보았다. 오마바는 자신에게 가장 깊은 감화를 준 책으로 이 책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이 책은 20세기에 쓰인 가장 뛰어난 자서전이며, 아메리카 흑인이 쓴 책 중에 가장 위대한 책이라는 평가를 받은 책이다.
좌절과 혐오로 가득한 어린 날
1960년대 당시 말콤 엑스는 이 자서전을 통해 풍요로운 나라 미국의 이면에 서려 있는 흑인들의 고통의 역사를 증언하여 백인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자신의 성장사를 통해 말콤은 흑인으로서 겪었던 가난과 차별과 모멸의 체험을 놀랍도록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는데 백인들에게 살해당한 아버지 이야기에서 시작해 허기에 시달리던 유년 시절, 생활고에 지쳐 정신병자가 된 어머니, 살아남기 위해 백인들이 원하는 인간이 되려는 헛된 몸부림, 열등감에 사로잡혀 충동적으로 빠져들던 마약과 폭력의 세계 등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흑인들의 밑바닥 삶이 수없이 나온다. 말콤은 어릴 때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다고 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백인들처럼 좋은 직업을 갖고 살려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그것이 흑인에게는 얼마나 이루기 힘든 꿈인가를 뼈아프게 깨닫는다. 장래희망을 변호사라고 말했다가 선생님으로부터 흑인에게 적합한 직업은 따로 있다는 말을 듣고 실망해 학교를 스스로 포기해버린다. 말콤의 표현에 의하면 이 말은 평생 자신을 짓밟고 다녔다고 한다. 이후에 말콤이 밑바닥 삶을 전전하며 온갖 범죄에 빠져든 것은 소년 시절의 좌절 탓이 컸다. 말콤은 자학하듯이 폭력에 탐닉하며 살면서 감옥을 수도 없이 들락거리다가 마침내 그의 운명을 바꿔 놓게 되는 노포크 교도소라는 곳에 수감된다.
성찰과 노력을 통해 당당한 사상가로 거듭나
노포크 교도소는 훌륭한 도서관을 갖추고 있었다. 이 도서관에 소장된 많은 책을 읽으며 말콤은 구원을 얻는다. 이 부분이 자서전의 백미인데, 말콤 엑스는 이 교도소에서 최악의 상태에서 극적으로 정신적 전회를 경험한다. 이 일화는 한 영혼이 책을 통해 자기구원을 해내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각별히 감동적이다.
이 시절에 그는 흑백 차별을 하지 않는 종교라고 판단한 이슬람교에 깊이 감화된다. 이런 종교적 각성을 계기로 학교를 그만둔 후 처음으로 책을 읽어보려고 한다. 그러나 알 수 없는 단어가 대부분이었고 자신의 어휘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알고는 사전을 통째로 외우는 무모한 공부를 시작한다. 그리고 치열한 독서의 드라마가 이어진다. 그의 공부가 놀라운 것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오로지 책에만 의지한 채 열정과 의지만으로 자기교육을 이룩해 나갔다는 점이다. 자신이 읽는 책을 철저히 흑인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읽어나가는 대목이나, 어릴 때부터 그의 영혼을 병들게 했던 ‘깜둥이’로서의 자기비하와 혐오감을 극복하는 과정, 정신적 성장을 거듭해 한 사람의 당당한 흑인 사상가로 변모해가는 모습은 쉽게 잊히지 않는 깊은 감동을 준다.
“미국의 어느 곳에서건 나보다 더 지독하게 인간사회의 진창에서 살아온 흑인, 나보다 더 무지했던 흑인, 나보다 더 많은 괴로움을 일생 동안 겪어온 흑인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러나 오직 가장 깊은 어둠이 있고 난 다음에만 가장 큰 빛이 나타날 수 있다.”
자서전에 기록된 이 말은 오늘날에도 실의에 잠긴 수많은 흑인들에게 영혼의 지표가 되어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책과 도서관을 통해 훌륭한 인간으로 거듭난 이야기는 많이 있지만, 말콤 엑스의 경우보다 더 경이로운 사례를 나는 알지 못한다. 운명의 굴레를 저주하면서 폭력과 범죄로 생을 탕진할 뻔했던 한 흑인은 인종 차별의 지옥을 이겨내고 ‘흑인됨의 긍지’를 회복하여 마침내 자신의 삶을 구원하고 그 이야기를 비범하게 기록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다음 세대의 한 흑인 젊은이에게도 이어져 그의 영혼에 용기와 비전과 영감을 불어넣어 마침내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되게 했다. 역사는 가끔 이렇게 장엄할 정도로 아름다운 드라마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