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냉혹한 현실이 지독한 상상력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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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2 16:40 조회 7,301회 댓글 0건본문
『무중력 증후군』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윤고은의 첫 번째소설집이다. 9편의 단편 중 표제작은 <실천문학> 2009년 여름호에 실렸던 「1인용 식탁」이다. ‘우리’라는 소속이 없거나 무리에서 소외된 사람이 ‘혼자 먹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학원에 다니는 이야기다.
‘한 벌의 수저가 올려진 밥상은 권투가 벌어지는 링과 같다.여자는 그 위에 홀로 서서 날아오는 시선을 맞는다. 호기심 많은 관중들이 레프트 훅, 라이트 훅, 시선을 날릴 때 여자가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은 꿋꿋이 먹는 일뿐이다. 그러다 가끔, 여자도시선이 날아오는 쪽을 겨눈다. 고깃집의 허공에서 몇 개의 시선이 부딪쳤다가 연기처럼 흩어진다.’(10쪽) 왜냐하면, ‘혼자먹는 사람이 메뉴보다 더 고려하는 것은 타인의 시선이니까.’(16쪽)
어쩌면 타인의 시선을 과하게 의식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혼자 밥 먹는 게 쉽지 않은 주인공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문제일 수도 있다. 이렇듯윤고은 소설은 냉혹한 현실 위에 있다.
어릴 때는 홀수가 싫었다. 무리를 굳이 둘씩 나누는 상황이종종 일어났기 때문이다. 운동장에서, 수학여행 가는 버스에서, 놀이기구에서, 관계는 ‘둘’로 정의되었고, 전체가 홀수였다면 한 명은 꼭 남았다. 3-2=1, 5-2-2=1, 7-2-2-2=1, 이런 계산법으로 인해 외톨이가 되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_25쪽
그러나 냉혹한 현실에 지치지 않고 쉼 없이 웃음을 만들어 내는 상상력은 풍자와 해학이 가득하고 상황이 만들어 내는 아이러니 또한 글의 매력을 더한다. 「1인용 식탁」이 대표적인데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있는 것을 의식 당해왔기 때문에 혼자 밥 먹는 것을 힘들어 하는 어른으로 자랐으나 바쁜 현대인에게 혼자먹는 밥이 이렇듯 어색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혼자 먹는 방법을 배우는 학원에 다녔으나 그가 얻은 것은 혼자 먹는 것을 잠시 유예한 시간이었을 뿐이니 말이다.
궁합이 맞는 나라 아이슬란드로 떠나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지독한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주인공의 처지가 남 일 같지 않은 「아이슬란드」, 21세기에 빈대와의 전쟁 설정 자체가 눈에 띄며 빈대와의 전쟁으로 망가진 휴가는 마침내 자기 자신이빈대의 숙주가 되어서야 달콤한 휴가를 떠나게 되는 「달콤한휴가」는 그러한 특징이 잘 살아 있는 작품이다.
작가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과 재기발랄이 돋보이는 작품이 있다. 「박현몽 꿈 철학관」에서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은 돈되는 장사라면 뭐든지 빠르게 시장을 형성하는 현대 자본주의사회를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꿈을 대신 꿔주는 철학관이 있다는 설정과 풍자적 인물들이 글의 재미를 더한다.
꿈을 소재로 한 작품이 또 있다. 꿈이 무엇이냐고 재차 묻는어른과 틀에 박힌 그림만 고집하는 미술 선생님을 비교하며 상상할 줄도 모르는 어른들을 비웃는 「홍도야 울지 마라」는 조숙한 초등학생의 시선이 더해져서 중편의 성장소설처럼 느껴진다.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백화점 화장실을 작업실로 활용하는 「인베이더 그래픽」은 ‘88만원 세대’의 처절한 상황을 독특한설정으로 그린 작품이다.
지독한 상상력이 불편함을 주는 작품도 있다. 폭설로 고립된 무인모텔에 갖힌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 「로드킬」과 인간의 비틀어진 욕망이 가학적으로 표현된 「피어싱」은 이 책을 청소년들에게 추천하는 데 망설이게 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작품을 관통하는 작가의 섬세한 안목과 기발한 상상력은 소재 면에서 빈곤한 청소년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에서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을 오래 고민하지 않게 했다. 지독한 현실을 사는 이 시대의 청소년들에게 빈곤한 것은 상상력이라는 생각에서다. 사막은 계속될 것이며, 오아시스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고, 다만 신기루는 가끔 나타날 거라는 점. _ 259 쪽
학교만 졸업하면, 하고 벼르고 또 벼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안타깝게도 사회는 바로 이런 모습일는지도 모른다. 아이슬란드는 모든 경쟁과 소음을 초월한 곳이었지만, 그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과 소음이 필요했다. … 내가 그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진정 자유로워지는 순간, 아이슬란드도 사라질 테니까. _ 262~263 쪽
우린 이런 이유로 현실에 매달려 살고 있는지 모른다. 어쩌면 빈곤한 상상력이 현실을 지독하게 느끼게 하는 것은 아닐까. 빈곤한 상상력이 현실을 냉정하게 만들고 냉정한 현실에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사회는 더 지독해 질 수밖에 없는 굴레 속에서, 이런 현실의 비상구는 무료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법은 상상력인 것이다. 청소년들이여, 지독한 상상력에 빠져 보자. 오아시스가 없다고 하는 순간 오아시스는 없는 것이다.
‘한 벌의 수저가 올려진 밥상은 권투가 벌어지는 링과 같다.여자는 그 위에 홀로 서서 날아오는 시선을 맞는다. 호기심 많은 관중들이 레프트 훅, 라이트 훅, 시선을 날릴 때 여자가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은 꿋꿋이 먹는 일뿐이다. 그러다 가끔, 여자도시선이 날아오는 쪽을 겨눈다. 고깃집의 허공에서 몇 개의 시선이 부딪쳤다가 연기처럼 흩어진다.’(10쪽) 왜냐하면, ‘혼자먹는 사람이 메뉴보다 더 고려하는 것은 타인의 시선이니까.’(16쪽)
어쩌면 타인의 시선을 과하게 의식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혼자 밥 먹는 게 쉽지 않은 주인공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문제일 수도 있다. 이렇듯윤고은 소설은 냉혹한 현실 위에 있다.
어릴 때는 홀수가 싫었다. 무리를 굳이 둘씩 나누는 상황이종종 일어났기 때문이다. 운동장에서, 수학여행 가는 버스에서, 놀이기구에서, 관계는 ‘둘’로 정의되었고, 전체가 홀수였다면 한 명은 꼭 남았다. 3-2=1, 5-2-2=1, 7-2-2-2=1, 이런 계산법으로 인해 외톨이가 되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_25쪽
그러나 냉혹한 현실에 지치지 않고 쉼 없이 웃음을 만들어 내는 상상력은 풍자와 해학이 가득하고 상황이 만들어 내는 아이러니 또한 글의 매력을 더한다. 「1인용 식탁」이 대표적인데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있는 것을 의식 당해왔기 때문에 혼자 밥 먹는 것을 힘들어 하는 어른으로 자랐으나 바쁜 현대인에게 혼자먹는 밥이 이렇듯 어색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혼자 먹는 방법을 배우는 학원에 다녔으나 그가 얻은 것은 혼자 먹는 것을 잠시 유예한 시간이었을 뿐이니 말이다.
궁합이 맞는 나라 아이슬란드로 떠나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지독한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주인공의 처지가 남 일 같지 않은 「아이슬란드」, 21세기에 빈대와의 전쟁 설정 자체가 눈에 띄며 빈대와의 전쟁으로 망가진 휴가는 마침내 자기 자신이빈대의 숙주가 되어서야 달콤한 휴가를 떠나게 되는 「달콤한휴가」는 그러한 특징이 잘 살아 있는 작품이다.
작가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과 재기발랄이 돋보이는 작품이 있다. 「박현몽 꿈 철학관」에서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은 돈되는 장사라면 뭐든지 빠르게 시장을 형성하는 현대 자본주의사회를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꿈을 대신 꿔주는 철학관이 있다는 설정과 풍자적 인물들이 글의 재미를 더한다.
꿈을 소재로 한 작품이 또 있다. 꿈이 무엇이냐고 재차 묻는어른과 틀에 박힌 그림만 고집하는 미술 선생님을 비교하며 상상할 줄도 모르는 어른들을 비웃는 「홍도야 울지 마라」는 조숙한 초등학생의 시선이 더해져서 중편의 성장소설처럼 느껴진다.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백화점 화장실을 작업실로 활용하는 「인베이더 그래픽」은 ‘88만원 세대’의 처절한 상황을 독특한설정으로 그린 작품이다.
지독한 상상력이 불편함을 주는 작품도 있다. 폭설로 고립된 무인모텔에 갖힌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 「로드킬」과 인간의 비틀어진 욕망이 가학적으로 표현된 「피어싱」은 이 책을 청소년들에게 추천하는 데 망설이게 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작품을 관통하는 작가의 섬세한 안목과 기발한 상상력은 소재 면에서 빈곤한 청소년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에서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을 오래 고민하지 않게 했다. 지독한 현실을 사는 이 시대의 청소년들에게 빈곤한 것은 상상력이라는 생각에서다. 사막은 계속될 것이며, 오아시스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고, 다만 신기루는 가끔 나타날 거라는 점. _ 259 쪽
학교만 졸업하면, 하고 벼르고 또 벼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안타깝게도 사회는 바로 이런 모습일는지도 모른다. 아이슬란드는 모든 경쟁과 소음을 초월한 곳이었지만, 그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과 소음이 필요했다. … 내가 그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진정 자유로워지는 순간, 아이슬란드도 사라질 테니까. _ 262~263 쪽
우린 이런 이유로 현실에 매달려 살고 있는지 모른다. 어쩌면 빈곤한 상상력이 현실을 지독하게 느끼게 하는 것은 아닐까. 빈곤한 상상력이 현실을 냉정하게 만들고 냉정한 현실에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사회는 더 지독해 질 수밖에 없는 굴레 속에서, 이런 현실의 비상구는 무료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법은 상상력인 것이다. 청소년들이여, 지독한 상상력에 빠져 보자. 오아시스가 없다고 하는 순간 오아시스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