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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2 15:56 조회 6,536회 댓글 0건본문
노르웨이 타임
트론 비고 토르게르센 지음|손화수 옮김|21세기북스|172쪽|2010.03.31|9,500원|청소년하|국외|소설
노르웨이의 아동부 장관을 지냈으며 코미디언, 팝스타, 의사, 작가, 철학가이기도 한 트론 비고 토르게르센이 자신의 삶에서 얻은 인생의 지혜를 24개의 소주제로 나눠 들려준다. 세상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으로 가득한 그에게 세상의 규칙과 규범은 커다란 의문덩어리이고 정답을 찾기 위한 과정은 좌충우돌의 연속이다. 수업시간에 세 번째 껌을 씹다 지적당해서 교장선생님과 면담을 하며 후회도 해보고, 향수가게에서 귀걸이를 훔치다 아버지께 실망을 안겨드린 적도 있다. 그런 경험을 통해 ‘하고 싶은 일’과 ‘해도 되는 일’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사람의 개성을 존중하고 복지국가의 모델로 손꼽히는 노르웨이의 교육과 사회, 문화도 엿볼 수 있다. 문제아로 낙인찍혔을 수도 있던 트론 비고는 그런 분위기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상상력에 기초해서 쓴 글과는 다르게 쉽고 재미있게, 무엇보다도 진솔하게 그의 이야기가 다가올 것이다.
예 주 영 서울 숙명여고 사서교사
수화가 꽃피는 마을
자닌 테송 지음|정혜용 옮김|한울림스페셜|192쪽|2010.04.05|9,500원|청소년하|국외|소설
해외여행을 가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 나라 언어를 몇 마디 익히더라도 유창하지 않다면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그럴 때 우리는 말 못하고 듣지 못하는 장애인이 되고 만다. 이 책의 주인공 장은 수화를 언어로 사용하는 특별한 민족(청각장애인)이다. 마치 해외 여행지에 나온 외국인처럼. 하지만 1800년대 후반 새교육은 말을 할 수 없는 그에게 구화를 강요하고, 수화를 하는 장애인들을 교직에서 내몰며, 심지어 산아 제한을 위해 장애 여성들을 수용시설에 감금해 버린다. 그로부터 200년이 흘렀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하지만 2002년 같은 공간의 폴루 할아버지가 보여주는 따뜻한 시선, 새로운 대안은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밝은 전망을 비추며 이야기를 끝맺는다. 프랑스의 낯선 마을을 배경으로 이른 살 노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잔잔해서 지루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공통된 편견과 시선, 이에 대한 장과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우리가 꼭 되새겨야 할문제임은 분명하다.
정 현 아 해남고 사서교사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
윤재윤 지음|좋은생각|351쪽|2010.04.28|12,000원|청소년중|국내|에세이
때로는 고통도 힘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 아이들이 알기나 할까? 법관이라는 장단점을 온몸으로 겪은 윤 판사는 누구보다 다양한 삶을 목격한다. 각양각색의 이해관계 속에서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을 보면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릴 법도한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사람이 희망이라고 말한다. 바로 다른 이의 상처에 공감하는 연민이야말로 세상을 나아지게 한다는 것. 연민은 타인의 고통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 보면서 자신의 약함도 받아들이게 한다. 자신을 용납하는 사람이 남을 사랑할 수 있다. 지은이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세상을 치유하는 힘은 정말 사랑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사실을 깨우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성숙한 사람도 사랑하려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고통을 겪는 건 조금도 바라지 않지만 살다보면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깊은 내면의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적극적으로 사랑할수록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이 찬 미 숙명여대 대학원 문정과
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
이금이 지음|푸른책들|136쪽|2010.04.10|9,000원|청소년중|국내|소설
빨간 액자 속에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그림을 담아 놓은 듯한 표지! 뭔가 어색하다. 비너스가 그다지 예쁘지 않아서일까? 우리 반에 뚱뚱하고 그다지 예쁘지 않은 아이 봄이가 친구들 모두가 꿈꾸는 멋지고 잘생긴 대학생 남자친구와 사귀고 있다고 한다. 체코 프라하와 서울을 오가며 펼쳐지는 인터넷 로맨스 소설 같은 연애담은 소녀들의 마음을 콩닥콩닥하게 만들지만,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는 친구도, 믿고 싶은 친구도 없다. 진실을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은 아이들의 마음은 진실을 은폐하고 반 친구들 전체가 봄이를 거짓말쟁이로 만든다. 반전체가 공범자가 되어 세상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진실을 은폐 혹은 왜곡해서 보았더니 마음이 편해졌을까? 진실을 상징하는 봄이는 다시 반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여러분이 봄이와 같은 반이라고 한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싶은가? 소제목에 학번을 붙여 봄이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을 달리하여 이 문제를 얘기하는 듯한 소설의 형식이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박 선 미 목포여고 사서교사
처음의 아해들
김종광 지음|문학동네|350쪽|2010.04.15|10,000원|청소년상|국내|소설
한국에도 다양한 젊은 작가들이 있다. 저마다 즐겨 다루는 소재와 스타일이 있는데 김종광의 경우 스러져가는 현대 농촌 사회와 재기발랄한 입담이다.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인물들은 어찌나 능청스러운지 모른다. 그들의 대화를 읽다보면 입가가 벌어지며 끝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청소년 문제에도 관심을 놓지 않더니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 소설집이다. 연작처럼 가상의 동네 호구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입시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 지방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데모하는 스승과 제자들, 취업도 안 되고 끈기도 없는 백수들이 눈여겨 볼만하다. 돈을 둘러싸고 불거지는 싸움을 배꼽 잡고 보노라면 가슴이 아릿해진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서로에 대한 이해가 마음 아프다. 급변하는 이 시대에 과연 성공한 삶은 무엇이고, 실패한 삶은 무엇일까. 이들을 감싸는 작가의 힘이 놀랍다. 한 사람도 얄밉지 않으니 신기한 일이다. 모두 사랑스럽고 따뜻하다.
이 찬 미 숙명여대 대학원 문정과
4월의 야구
게리 소토 지음|김옥수 옮김|웅진주니어|188쪽|2010.03.26|9,000원|청소년하|국외|소설
얼굴에 미소가 감돌게 하는 책이다. 중학생 무렵의 어리고 귀여운 심리가 잘 묻어난다. 이성에게 멋있게 보이려고 일부러 얼굴을 찡그리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친구에게 짜증을 부리고,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데 부모가 학원에 보내주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것까지도 반갑다. 이러한 모습이야말로 자라면서 반드시 겪게 되는 소중한 것이 아닐까. 이 책의 특징이라면 멕시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이다. 까무잡잡한 피부와 더운 날씨가 떠오르는 그 나라사람들의 생활은 어떨까? 누구보다 아이들이 접경지역인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책장을 덮고 나면 이들도 우리와 결코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부모는 할인쿠폰을 모으고, 채소를 직접 가꾸는 가운데 아이들은 머리끝을 바싹 추켜올리고, 새 옷을 사고 싶다. 아이들도 안다. 가난하게 사는 게 부모잘못은 아니라는 걸. 부모나 아이나 서로 사랑하는 감정을 드러내는 건 쑥스럽지만 가족이 없다면 우리가 기운을 낼 수 있을까. 이 점에서 이 책은 참 예쁘다. 책 속에 나오는 아이들도 참 예쁘다.
이 찬 미 숙명여대 대학원 문정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