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합니다! 젊은 날의 방황과 고뇌의 끝에서 바라본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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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2 20:33 조회 7,529회 댓글 0건본문
누구나 성장기에 겪어야 하는 젊은 날의 방황과 고뇌,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던 옛 기억을 『젊은 날의 초상』은새롭게 일깨워주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되돌아본 젊은 날은 현재의 나를 더 잘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아주 오랜만에, 무려 20년도 더 지나 이문열의 『젊은날의 초상』을 다시 읽었다. 20대 초반에 내 얘기처럼 공감하며 여러 번 읽었지만 그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이 소설은 「하구」, 「우리 기쁜 젊은 날」, 「그 해 겨울」로 이어지는 3부작으로 꾸며진 연작소설이다. 작품들은 성장기에 겪어야 하는 젊은이의 고뇌와 방황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그 해 겨울」이다. 광부,어부가 되겠다는 생각과 달리 길을 떠난 주인공은 조그만 산골 술집의 허드레 일꾼인 방우가 된다. 그곳에서 그는 타락한 삶의 실상을 보고 난 후, 자신이 열렬히 도달하고자 하는 ‘결단’에 접근하기 위해 그 집을 뛰쳐나와 바다로 향한다.
태백산맥을 넘어야 하는 백리 길에서 ‘나’는 몇 사람의 길동무를 만나 그들과 대화하면서 자신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눈 덮인 창수령의 육십 리 길과 재를 넘게 되며, 눈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의 실체를 발견한다. 아, 그 경치의 아름다움이라니! “누가 하양과 검정만으로 그 화려하면서도 천박하지 않고 고고하면서도 삭막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작가는 그 아름다움을 ‘전율’이라 말한다.
‘나’는 ‘대진’이라는 작은 포구에 도착하여 바닷가로 나가, 자신을 바다로 이끈 이유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하지만 ‘나’의 방황에 ‘혼연한 종말을 가져다 준 소리’를 듣지 못하며, 오히려 파도에 휩쓸려 떠오르지 못하는 한 마리 갈매기를 보는 순간 “한순간의 위기에 자극된 생명력은 갑작스런 불꽃으로 자신의 의식을 불타오르게 하였다.” “절망이란 존재의 끝이 아니고 진정한 출발”이라는 것을 깨달은 ‘나’는 지금껏 가지고 다니던 유서와 약을 자신의 감상과 함께 바다에 내던지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게 된다.
오랜 방황 끝에 바닷가에 도착한 주인공은 ‘절망이야 말로 가장 순수하고 치열한 정열’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진실로 예술적인 영혼은 아름다움에 대한 철저한 절망 위에 기초한다고. 그가 위대한 것은 그가 아름다움을 창조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불가능한 줄알면서도 도전하고 피 흘린 정신 때문이라고.”
나는 이제 끊임없이 출렁이는 바다와 같았던 젊은 날을 보내고, 안으로 안으로 침묵하는 생의 중반기에 접어들었다. 바다는 어딘가로 떠나라고 자꾸만 등을 떠밀고, 돛단배라도 띄워 네 삶의 깃발을 세우고 항해 하라고 밤새 철썩인다. 그러나 이젠 안다. 저 수평선 너머엔 ‘확실한 앎, 더 큰 가치, 더 큰 사랑’은 없으며, 그것은 오로지 자기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또 사랑과 나눔없이는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그 터널을 지나보니 방황한 시간들은 더 큰 것을 찾고자 하는 탐색의 시간이었고, 무모함은 젊기에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이젠 그런 출렁임을 고등학생인 아들에게서 본다.
사랑하는 지훈아!
꽉 짜인 생활 속에서도 생기발랄함을 잃지 않고 반짝거리는 너를 보면 엄마는 참 고맙다. “고등학교 생활 힘들지 않니?” 하고 물으면 “고등학교도 생각보다 재미있어요.” 하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너에게서 엄마는 햇빛에 반짝이며 바람에 흔들리는 미루나무 이파리들을 본단다. 싱그러운 봄 냄새가 너에게서 나거든. 넌 주말엔 친구 만난다고 파닥거리며 집을 나섰다가 만족한 얼굴로 집에 돌아오곤 하지.
그러나 아들아! 가끔은 일상생활 속에서 일탈을 꿈꾸는 네 행동들이 걱정이 된단다. 나 또한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엄마이기에 하는 걱정이거든. 훈계하려는 마음, 그냥 조용히 공부만 열심히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 그래서 때로는 걱정하는 말들을 하곤 하지. 하지만 너도 겪어야 할 통과의례들은 겪고 가야겠지? 네 인생은 나와는 다를 것이고, 나보다 훨씬 더 재밌게 살 것 같아. 아들아! 엄마 아빠는 언제나 너를 믿고 사랑한단다.
그리고 너는 엄마 아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온전한 존재임을 믿는다. 그러니 엄마 아빠는 언제나 네 편임을 잊지말고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렴. 때론 깨지기도 하고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 때도 있겠지만 넌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야. 그 과정이 삶이란다. 그러나 가슴엔 항상 ‘사랑’과 ‘감사’와 ‘나눔’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지?
엄마 아빠는 빛나는 생명력을 가진 너에게서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을 배우련다. 사랑한다.
- 엄마가.
아주 오랜만에, 무려 20년도 더 지나 이문열의 『젊은날의 초상』을 다시 읽었다. 20대 초반에 내 얘기처럼 공감하며 여러 번 읽었지만 그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이 소설은 「하구」, 「우리 기쁜 젊은 날」, 「그 해 겨울」로 이어지는 3부작으로 꾸며진 연작소설이다. 작품들은 성장기에 겪어야 하는 젊은이의 고뇌와 방황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그 해 겨울」이다. 광부,어부가 되겠다는 생각과 달리 길을 떠난 주인공은 조그만 산골 술집의 허드레 일꾼인 방우가 된다. 그곳에서 그는 타락한 삶의 실상을 보고 난 후, 자신이 열렬히 도달하고자 하는 ‘결단’에 접근하기 위해 그 집을 뛰쳐나와 바다로 향한다.
태백산맥을 넘어야 하는 백리 길에서 ‘나’는 몇 사람의 길동무를 만나 그들과 대화하면서 자신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눈 덮인 창수령의 육십 리 길과 재를 넘게 되며, 눈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의 실체를 발견한다. 아, 그 경치의 아름다움이라니! “누가 하양과 검정만으로 그 화려하면서도 천박하지 않고 고고하면서도 삭막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작가는 그 아름다움을 ‘전율’이라 말한다.
‘나’는 ‘대진’이라는 작은 포구에 도착하여 바닷가로 나가, 자신을 바다로 이끈 이유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하지만 ‘나’의 방황에 ‘혼연한 종말을 가져다 준 소리’를 듣지 못하며, 오히려 파도에 휩쓸려 떠오르지 못하는 한 마리 갈매기를 보는 순간 “한순간의 위기에 자극된 생명력은 갑작스런 불꽃으로 자신의 의식을 불타오르게 하였다.” “절망이란 존재의 끝이 아니고 진정한 출발”이라는 것을 깨달은 ‘나’는 지금껏 가지고 다니던 유서와 약을 자신의 감상과 함께 바다에 내던지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게 된다.
오랜 방황 끝에 바닷가에 도착한 주인공은 ‘절망이야 말로 가장 순수하고 치열한 정열’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진실로 예술적인 영혼은 아름다움에 대한 철저한 절망 위에 기초한다고. 그가 위대한 것은 그가 아름다움을 창조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불가능한 줄알면서도 도전하고 피 흘린 정신 때문이라고.”
나는 이제 끊임없이 출렁이는 바다와 같았던 젊은 날을 보내고, 안으로 안으로 침묵하는 생의 중반기에 접어들었다. 바다는 어딘가로 떠나라고 자꾸만 등을 떠밀고, 돛단배라도 띄워 네 삶의 깃발을 세우고 항해 하라고 밤새 철썩인다. 그러나 이젠 안다. 저 수평선 너머엔 ‘확실한 앎, 더 큰 가치, 더 큰 사랑’은 없으며, 그것은 오로지 자기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또 사랑과 나눔없이는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그 터널을 지나보니 방황한 시간들은 더 큰 것을 찾고자 하는 탐색의 시간이었고, 무모함은 젊기에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이젠 그런 출렁임을 고등학생인 아들에게서 본다.
사랑하는 지훈아!
꽉 짜인 생활 속에서도 생기발랄함을 잃지 않고 반짝거리는 너를 보면 엄마는 참 고맙다. “고등학교 생활 힘들지 않니?” 하고 물으면 “고등학교도 생각보다 재미있어요.” 하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너에게서 엄마는 햇빛에 반짝이며 바람에 흔들리는 미루나무 이파리들을 본단다. 싱그러운 봄 냄새가 너에게서 나거든. 넌 주말엔 친구 만난다고 파닥거리며 집을 나섰다가 만족한 얼굴로 집에 돌아오곤 하지.
그러나 아들아! 가끔은 일상생활 속에서 일탈을 꿈꾸는 네 행동들이 걱정이 된단다. 나 또한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엄마이기에 하는 걱정이거든. 훈계하려는 마음, 그냥 조용히 공부만 열심히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 그래서 때로는 걱정하는 말들을 하곤 하지. 하지만 너도 겪어야 할 통과의례들은 겪고 가야겠지? 네 인생은 나와는 다를 것이고, 나보다 훨씬 더 재밌게 살 것 같아. 아들아! 엄마 아빠는 언제나 너를 믿고 사랑한단다.
그리고 너는 엄마 아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온전한 존재임을 믿는다. 그러니 엄마 아빠는 언제나 네 편임을 잊지말고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렴. 때론 깨지기도 하고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 때도 있겠지만 넌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야. 그 과정이 삶이란다. 그러나 가슴엔 항상 ‘사랑’과 ‘감사’와 ‘나눔’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지?
엄마 아빠는 빛나는 생명력을 가진 너에게서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을 배우련다. 사랑한다.
-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