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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소설 읽는 봉구가 묻고 과학 하는 곰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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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6 22:47 조회 7,58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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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대한 몇 가지 오해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과학에는 인간이 없다’와 ‘과학에는 이야기(story, narrative)가 없다’는 것이다. 비본질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문제의 핵심을 바라보면서 근본을 밝혀내는 데 집중하는 학문이 과학이라고 할 때, 그 과정에서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일 터. 그러므로 이 과정에서 추출된 과학적 사실과 개념이 냉철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적 사실과 개념도 실은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이야기를 풍부하게 품고 있다면? 중학교 국어교사인 민성혜가 쓰고 중학교 과학교사인 유재홍이 감수한 『소설이 묻고 과학이 답하다』는, 이야기를 통해 과학에 대한 문턱을 낮추려는 과학 비非전공자의 시도라 할 수 있다.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과학책을 쓰다니!’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세계적인 스테디셀러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책세상)의 저자인 더글러스 애덤스와 『거의 모든 것의 역사』(까치글방)를 쓴 빌 브라이슨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두 저자는 모두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 그러나 자료를 조사하고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들은 과학자 못지않은 과학 지식을 갖게 되었다.

다시 말해 대학에서 과학을 배우지 않았을 뿐, 과학을 배우지 않은 것이 절대 아니라는 의미이며, 이 책 역시 이런 시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감행한 다른 시도는 과학 교양서에 코믹한 요소를 가미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과학 교양서의 역사가 길고 시장과 큰 서구의 여러 국가에서는 그 역사와 도서 인구만큼이나 과학 교양서의 분야와 성격도 다양하다. 전공자조차 단 한 쪽도 쉽게 넘기지 못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시詩처럼 아름다운과학 에세이도 있고, 한바탕 자지러지게 웃을 수 있는 코믹물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과학 교양서는 대체로 정갈하거나, 소박하거나, 뚝심 있지만 다소 무뚝뚝한 편이다. 아동 과학 교양서 중에는 코믹한 스토리를 적극 활용한 도서가 간혹 있지만, 청소년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서 중에서는 찾기 어려운 것이 그동안의 현실이었다.

이 책은 과학 문외한인 ‘소설 읽는 봉구’가 엉뚱 발랄하게 사건을 만들거나 질문을 던지면, 무뚝뚝한 ‘과학 하는 곰’이 귀찮다는 듯 뚝딱 사건을 종결하고 질문에 답을 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두 캐릭터, 즉 두 사고체계가 부딪히는 순간에 유쾌함도 극대화되는 것. 바로 여기서 과학을 알고 싶지만 선뜻 접근하지 못하는 독자들의 접근도 본격화된다. ‘소설 읽는 봉구’가 던지는 질문이 바로 비과학 전공자 또는 과학 초심자들이 갖는 보편적인 의문인 까닭이다. 소설이 묻고 과학이 답하는 지점에서 소설과 과학이 만나는 문이 활짝 열린다. 이쯤에서 진실을 하나 털어놓자면, 봉구의 질문이야말로 과학자들의 질문이라는 것이다.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 우주 안에 지구에만 생명이 살고 있을까? 그렇다면 생명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나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생명의 기원을 알 수 있을까? 밤하늘을 보면서, 울창한 숲을 거닐면서, 또는 책상머리에 앉아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바로 탐구이자 연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진정한 장점은 여기서 시작된다. 과학의 역사를 통틀어 지속되어 온 질문이자 현재 과학의 주요 연구 주제가 다름 아닌 ‘내 안에 있다’는 진실, 바로 그것! 20세기 중반 이후, 과학은 과학의 세부 영역 안에서 결합과 통섭을 계속 시도해왔다. 원자와 원자 구조 등을 통해 물리와 화학이 한데 뭉쳤고, 생명체 안에서 일어나는 반응에 집중하면서 화학과 생물학이 벽을 텄다. 그리고 20여 년 전부터는 물리학과 생물학이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문학과 과학이 소통하지 못할 이유도 없지 않을까? ‘소설 읽는 봉구’와 ‘과학 하는 곰’처럼 서로 다른 사고체계와 다른 관점이 만나서 대화하고 소통하기를 원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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