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우리는 모두 전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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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6 22:45 조회 6,489회 댓글 0건본문
2010년 11월 13일로 전태일 열사 40주기를 맞았다.(글을 쓰거나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마다 ‘전태일 열사’의 뒤를 뭐라고 써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행사준비위원회가 쓰듯이 그냥 ‘40주기’라는 말을 쓴다.) 2010년은 유난히 역사 수업에서 꼭 해야 할 이야기들이 많은 해였다. 경술국치 100년, 한국전쟁 발발 60년, 4.19혁명 50년, 5. 18민주화운동 30년 그리고 전태일 40주기. 모든 역사가 그러하듯, 한국 근현대 100년 내의 이 사건들은 모두 맞물리고 연결되어 있다. 이 문제들의 근본적 원인은 땀 흘려 일하지 않고 다른 이들의 착취를 통해 살아가는 소수의 인간들이 만들어낸 지배-착취의 구조의 국가화와 세계화, 그리고 그것의 영속화다. 그 과정에서 대다수 민중은 타인의 욕망의 실현에 의해 자신의 세계와 일상에서 완전히 소외되고 배제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1학기에는 식민지배와 그에 대한 현재적 대안에 대해, 2학기에는 전태일 40주기를 중심으로 수업 시간 간간이 이야기를 하거나 계발활동을 진행했다.
마침 2학기에는 전태일 40주기를 맞이하여 행사준비위원회가 발족하였고, 청계천에 전태일 동상이 서 있는 ‘버들다리’를 ‘전태일 다리’로 이름을 바꾸자는 캠페인이 진행된다고 들었다. 9월에는 학생들과 함께 전태일 다리로 가서 캠페인에 참여했다. 또 11월 13일엔 명명식(서울시에서는 다리 이름을 ‘버들다리’와 ‘전태일 다리’로 함께 쓰기로 했다.) 및 추도식에 참석했다. 마석 모란공원에서 있었던 추도식에는 수많은 야당 대표와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전태일 묘소 앞에서 죄송하다고 백배 사죄하면서, 우리 시대 전태일은 아직도 많으며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의 노동문제를 도외시하는 정부와 사회에 대해 비판하고 앞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모두 같은 말이었고,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사람도 있었다. 추도식까지 함께 같던 학생에게 괜히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어른들이 못나서 미안해. 어찌됐든, 정치인들이 많이 끼어 추도식에서 답답한 감정을 느낀 것은 사실이었다. 다행히 그런 입에 발린 소리들 말고, 진정으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전태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 나왔다. 전태일 40주기를 맞아 4개의 출판사에서 공동으로 출간한 책이었다. 부제는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이고, 처음부터 전태일 열전이 등장한다. 부산의 전태일…, 이런 식으로 표현하기에 ‘전태일’은 비유나 상징어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이름이 ‘전태일’인 사람들의 이야기다.(그러다 보니 안타깝게도 여성 이야기는 없다.) 사장님 전태일 씨도 있고, 만년 알바생 전태일 씨도 있다. 비유나 상징으로서의 전태일도 많이 등장한다. 느닷없이 인간 사회에 나타난 외계인(이주노동자?) 전태일, 전태일과 비슷한 또래의 청년 전태일들의 눈물 나는 에피소드들.
책에도 등장하고, 전태일 그가 스스로 이야기 했듯이, 이름이 전태일이건 아니건 우리는 모두 전태일이다. 전태일의 적자이다. 이름이란 것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역사는 ‘역사’에 그 이름이 기록되지 않는 대다수 민중에 의해 만들어진다. 나도 그렇고,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대부분은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 다수’에 속할 것이다. 기록이 되지 않는다고 기억할 필요까지 없는 것일까? 그래서 역사의 어둠 속에 묻힌 사람들을 기억해보자는 취지의 수업을 11월에 진행했다. 조선시대 농민, 여성 그리고 현대사회에 들어와 6~70년대노동자들,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국제적 노동착취와 공정무역, 그리고 전태일 열사와 ‘연대’의 의미에 대해 모둠으로 발표하는 수업을 해봤다. 발표 수업을 한다니까 처음에는 싫어하던 학생들이 막상 준비를 하면서 꽤 진지해지는 것을 보았다.
전태일 열사에 관해 발표하던 학생은 스스로 준비한 영상을 틀면서 약간 울먹이기도 했고, 평소 수업엔 별로 관심 없던 한 친구는 발표를 듣고 나서 전태일 열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며 다른 자료들을 보여 달라고도 했다. 공식적인 출간일보다 빨리 나온 책 덕분에 학생들에게 나눠준 자료로 책의 마지막 장의 하종강 씨가 쓴 ‘선생님, 노동이 뭐에요?’부분을 사용하기도 했다. 노동문제에 대해 문답형식으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쉽게 풀어 쓴 그 부분을 읽은 학생은 책 전체를 읽어보고 싶다며 개인적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노동문제, 비정규직 문제가 앞으로 자신들의 미래의 문제가 될 것이란 것, 학생들도 다 알고 있다. 그렇지만 상당히 막연하게 느껴왔던 것 같다. 그런데 수업을 진행하면서 노동문제나 사회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시선이 달라짐을 느꼈다. 그리고 미약하게나마 이름 없는 대다수 민중들의 연대가 중요함을, 그리고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전태일 열사가 그런 면에서 우리에게 주는 연대의 의미와 교훈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추도식에서 느꼈던 갑갑함보다,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감정보다 캠페인에 학생들과 함께 참여하고, 수업을 진행하면서 본 학생들의 반응과 태도에서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인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나게 도와주어야 할 것인가? 늘 해왔던 질문이지만 그 답이 좀 더 선명해졌다. 동시에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보였다. 아이들도 분명 느꼈을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우리는 모두 전태일이다. 너는 나다.’
마침 2학기에는 전태일 40주기를 맞이하여 행사준비위원회가 발족하였고, 청계천에 전태일 동상이 서 있는 ‘버들다리’를 ‘전태일 다리’로 이름을 바꾸자는 캠페인이 진행된다고 들었다. 9월에는 학생들과 함께 전태일 다리로 가서 캠페인에 참여했다. 또 11월 13일엔 명명식(서울시에서는 다리 이름을 ‘버들다리’와 ‘전태일 다리’로 함께 쓰기로 했다.) 및 추도식에 참석했다. 마석 모란공원에서 있었던 추도식에는 수많은 야당 대표와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전태일 묘소 앞에서 죄송하다고 백배 사죄하면서, 우리 시대 전태일은 아직도 많으며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의 노동문제를 도외시하는 정부와 사회에 대해 비판하고 앞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모두 같은 말이었고,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사람도 있었다. 추도식까지 함께 같던 학생에게 괜히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어른들이 못나서 미안해. 어찌됐든, 정치인들이 많이 끼어 추도식에서 답답한 감정을 느낀 것은 사실이었다. 다행히 그런 입에 발린 소리들 말고, 진정으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전태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 나왔다. 전태일 40주기를 맞아 4개의 출판사에서 공동으로 출간한 책이었다. 부제는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이고, 처음부터 전태일 열전이 등장한다. 부산의 전태일…, 이런 식으로 표현하기에 ‘전태일’은 비유나 상징어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이름이 ‘전태일’인 사람들의 이야기다.(그러다 보니 안타깝게도 여성 이야기는 없다.) 사장님 전태일 씨도 있고, 만년 알바생 전태일 씨도 있다. 비유나 상징으로서의 전태일도 많이 등장한다. 느닷없이 인간 사회에 나타난 외계인(이주노동자?) 전태일, 전태일과 비슷한 또래의 청년 전태일들의 눈물 나는 에피소드들.
책에도 등장하고, 전태일 그가 스스로 이야기 했듯이, 이름이 전태일이건 아니건 우리는 모두 전태일이다. 전태일의 적자이다. 이름이란 것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역사는 ‘역사’에 그 이름이 기록되지 않는 대다수 민중에 의해 만들어진다. 나도 그렇고,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대부분은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 다수’에 속할 것이다. 기록이 되지 않는다고 기억할 필요까지 없는 것일까? 그래서 역사의 어둠 속에 묻힌 사람들을 기억해보자는 취지의 수업을 11월에 진행했다. 조선시대 농민, 여성 그리고 현대사회에 들어와 6~70년대노동자들,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국제적 노동착취와 공정무역, 그리고 전태일 열사와 ‘연대’의 의미에 대해 모둠으로 발표하는 수업을 해봤다. 발표 수업을 한다니까 처음에는 싫어하던 학생들이 막상 준비를 하면서 꽤 진지해지는 것을 보았다.
전태일 열사에 관해 발표하던 학생은 스스로 준비한 영상을 틀면서 약간 울먹이기도 했고, 평소 수업엔 별로 관심 없던 한 친구는 발표를 듣고 나서 전태일 열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며 다른 자료들을 보여 달라고도 했다. 공식적인 출간일보다 빨리 나온 책 덕분에 학생들에게 나눠준 자료로 책의 마지막 장의 하종강 씨가 쓴 ‘선생님, 노동이 뭐에요?’부분을 사용하기도 했다. 노동문제에 대해 문답형식으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쉽게 풀어 쓴 그 부분을 읽은 학생은 책 전체를 읽어보고 싶다며 개인적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노동문제, 비정규직 문제가 앞으로 자신들의 미래의 문제가 될 것이란 것, 학생들도 다 알고 있다. 그렇지만 상당히 막연하게 느껴왔던 것 같다. 그런데 수업을 진행하면서 노동문제나 사회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시선이 달라짐을 느꼈다. 그리고 미약하게나마 이름 없는 대다수 민중들의 연대가 중요함을, 그리고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전태일 열사가 그런 면에서 우리에게 주는 연대의 의미와 교훈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추도식에서 느꼈던 갑갑함보다,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감정보다 캠페인에 학생들과 함께 참여하고, 수업을 진행하면서 본 학생들의 반응과 태도에서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인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나게 도와주어야 할 것인가? 늘 해왔던 질문이지만 그 답이 좀 더 선명해졌다. 동시에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보였다. 아이들도 분명 느꼈을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우리는 모두 전태일이다. 너는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