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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7 17:03 조회 7,181회 댓글 0건본문
새 책을 살펴보니...
얼마 전 우리나라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으로 임산부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더니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과 미국, 중국에서 항생제에 저항력을 가진 장출혈성 슈퍼박테리아가 빠르게 퍼져 사망자가 늘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소식이 연달아 들려온다. 슈퍼박테리아는 항생제를 개발해서 남용하기 전에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박테리아는 환경이 불리하면 이웃의 박테리아와 유전자를 일부 교환해 적응력을 높이는 특성이 있어 새로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순식간에 강화하여 더욱 강력한 항생제를 개발하는 시간보다 훨씬 빠른 시간 안에 내성을 갱신한다고 한다. 또 한 세대의 길이가 짧고 순식간에 분열하기에 몸에 들어온 항생제가 배설되는 시간이면 다시 내성을 가진다고 하니 손쉽게 항생제를 남용하면서 타고난 면역력을 잃고 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져 버린 생물체들이 어떤 공격을 받을지, 그 공격을 어떻게 막아내고 살아남을지 도무지 장담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번 호에는 생태계 내에서 생물을 관계 맺게 하고 기생과 공생의 경계에서 진화하며 인간과 함께 해 온 기생충 이야기, 코페르니쿠스부터 나탈리 앤지어에 이르는 과학 고전을 읽으며 과학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에게 맥을 짚어 주는 책, 과학자가 대중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 위험한 원자력 에너지와 한계에 다다른 화석 에너지 대신 인류에게 지혜와 희망을 줄 대체 에너지를 찾아 나선 두 여자의 여행기 등 다양한 책을 골랐다. 김정숙 서울 신도림중 국어교사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정준호 지음|후마니타스|318쪽|2011.05.25|13,000원|중학생|한국|생명과학
여덟 살 때인가, 동네에 약장사가 와서 멋진 차력쇼를 선보였다. 내가 넋이 빠진 동안 그는 자원자를 모집했고 어느새 나는 그가 준 약을 먹었다. 잠시 후 그는 내 엉덩이를 까더니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사람들은 소리를 질렀다. 끔찍하게도 기생충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라니? 책에는 기생충에 관한 과거일화들을 볼 수 있다. 의학 단체들이 사용하는 뱀과 지팡이 모습을 한 상징은, 사실 메디나충을 치료하는 모습을 본따 만든 것이다. 일본 목판화에는 연어를 먹고 7척에 달하는 촌충을 배출하는 모습도 있다. 기생충에 감염되면 많은 피를 잃게 되어 철 결핍성 빈혈이 생기는데, 이 때문에 흙이나 페인트 조각처럼 이상한 물건을 먹는 이식증에 걸린다. 이것을 기회로 맛있는 흙을 팔아 떼돈을 번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재미있는 일화를 곁들여 기생충에 관한 것을 설명해서 난 순간 기생충이 너무 친근해졌다. 하지만 곧 어렸을 때 내 몸에서 나온 기생충이 생각나서 깜짝 놀랐다. 이상한 것들을 좋아하는 남학생들이 이 책을 열독하는 모습이 왜 상상이 될까? 이수종 서울 성사중 과학교사
말문 트인 과학자
랜디 올슨 지음|윤용아 옮김|정은문고|260쪽|2011.04.21|13,000원|중고등학생|미국|교양과학
책 제목과 어울리게 저자는 과학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수다를 풀어놓고 있다. 비밀 아닌 비밀 하나… 대다수의 과학자 또는 과학 전공자가 자신의 전공 말고는 거의 알지 못하고 때로는 “세상에, 그런 연구를 어떻게 할 수가 있지?” 하는 경외와 무시와 자부심과 공포가 뒤섞인 감정을 느낀다는 것. 물리학자는 생물학에 대해 “암기할 것이 너무 많다”고 고개를 젓고, 생물학자는 물리에 대해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이상적인 상태를 가정하고 문제를 풀다니” 하면서 혀를 차는 격이다. 저자는 이것을 정확하게 꼬집고 신랄하게 비판하며 과학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함을 말하면서, 과학자에게 “두 개의 언어를 구사하라”고 주문한다. 그것은 대중을 위한 언어와 과학자를 위한 언어로, 특히 대중을 위한 언어는 철저하게 대중의 입장에서 걸러지고 선택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제 과학은 과학자만의 것이 아니라 전 인류가 함께 생산하고 공유하는 과학의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 대중에게 다가가는 유쾌하고 겸손한 과학자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오윤정 이화여대 대학원 과학교육과
Mr. 아인슈타인, 시간 여행에 도전하다
후타마세 도시후미 지음|김성희 옮김|소와당|171쪽|2011.04.25|10,000원|중고등학생|일본|교양과학
타임머신에 대해 다루면서 빛, 시간, 공간, 중력, 블랙홀, 빅뱅 등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까지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모은 책. 대부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해 들어봤지만 그 내용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타임머신의 출발이 상대성 이론임은 알고 있다. 이 책은 그 혼란의 실타래를 풀어준다.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고, 이 두 가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필요한 개념인 중력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그러면서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물리학계의 속사정과 어려움, 오늘날까지의 물리학 발전사를 함께 보여준다. 놀라운 것은 100여 년 전에도 과학이 이렇게나 발전했었다는 사실. 지금 물리학자들이 내놓는 이론은 모두 100여 년 전의 생각(발상)에서 출발한 것이고, 어떻게 보면 100년 사이 발전한 것은 이러한 생각을 증명하는 기술일 뿐, 생각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은 상대성 이론이 오늘날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가 빠져 있다는 것. 그것까지 담았다면 상대성 이론이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올 듯하다.
오윤정 이화여대 대학원 과학교육과
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
최성일 지음|연암서가|292쪽|2011.05.25|13,000원|고등학생|한국|교양과학
저자는 지금, 혼수 상태로 누워 있다.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출판저널>, <도서신문> 기자를 역임했다. 제목처럼 외관상 그는 인문주의자다.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1・2・3・4・5』, 『베스트셀러 죽이기』 등을 저술했으며 날카로운 비평가로 활동했다. 그런 그가 과학책 읽기를 주제로 낸 것이다. 선정된 책이 과학을 전공한 본인이 봐도 그리 쉬운 책은 아니다.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 같은 고전적인 책이 있는가 하면, 칼 세이건에 관한 『칼 세이건 코스모스를 향한 열정』, 『코스모스』 같은 최신 우주과학에 관한 책도 있다. ‘그래도 왜 우리가 굳이 화성(같은 곳)까지 가서 살아(남아)야 하나?’라고 뽑은 제목은 그의 날카로운 비평 정신을 볼 수 있다. 나도 매료되었던 스티븐 제이 굴드의 『다윈 이후』를 ‘참 아름다운 과학책’이라고 이름 짓고 있다. 역시 인무주의자다운 어법이다. 인문주의자의 색채는 『베일 속의 사나이 오펜하이머』, 『원자폭탄, 그 빗나간 열정의 역사』에서 빛을 발한다. 벼락같지만, 아름다운 그의 비평을 다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손 모아 기도한다.
이수종 서울 성사중 과학교사
에너지 세계 일주
블랑딘 앙투안・엘로디 르노 지음|변광배・김사랑 옮김|살림|425쪽|2011.04.12|14,800원|고등학생|프랑스|환경
블랑딘과 엘로디는 다른 기술자들과 더불어 ‘프로메테우스’라는 단체를 설립한다. 이 단체는 초등학생들에게 에너지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용 키트를 만든다. 이 둘은 한계를 느끼고 변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했다. 전 세계를 돌면서 에너지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찾는다. 일곱 달 동안 만난 사람이 200여 명이고, 총 15만 9,100킬로미터에 걸쳐 17개국을 돌았다. 에너지 문제의 해결책은 다양하고 현실적이며 경험에서 우러난 것들이다. 또한 기술적이고 사회적이며 경제적이다. 대륙과 상황, 문화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해결책은 시민, 기업가, 연구자, 공무원 등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들은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해결책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 결과가 이 책이다. 책은 크게 공급과 수요의 순서로 나누어졌고 다시 다섯 개의 주제에 따른 독립된 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을 따라가면서 에너지 과다 소비자인 나를 반성했다. 이수종 서울 성사중 과학교사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
위베르 리브 지음|강미란 옮김|열림원|175쪽|2011.04.27|13,000원|중학생|프랑스|우주과학
1970년대부터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섰다는 프랑스 최고의 천체물리학자 위베르 리브가 말하는 우주의 모든 것. 곧 열다섯 살이 되는 손녀와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우주와 그 역사, 그리고 인생의 비밀에 호기심을 품은 모든 이에게 영감을 주는 책이다. 위베르의 우주 이야기는 결국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찾고자 하는 데서 출발하며, 45억 살이 넘는 태양처럼 지구도 오랜 시간 역사를 유지하려면 모든 세대가 지혜와 지식을 공유하고 전수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모든 세대가 지혜와 지식을 공유하는 일은 곧 각자의 이기심과 편협함을 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우주가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이고, 인간이 계속해서 진화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라는 것이다. 이는 또한 평생 하늘을 바라보며 우주와 인간에 대해 끊임없이 사유해 온 천체물리학자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그리고 삶에 지칠 때면 눈을 들어 밤하늘을 보기를 권한다. 무수히 쏟아지는 별빛들이 당신의 삶이 얼마나 존엄하고 위대한 배려 속에서 존재하는지를 일깨울 것이라고.
김정숙 서울 신도림중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