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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7 16:44 조회 7,48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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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을 살펴보니...
7월이 되면 마음이 들뜬다. 무더운 더위 끝에 내리는 소나기 같이 시원한 방학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학교나 학원, 집만을 오가며 책상 앞에서 씨름하는 아이들이 있으니, 그들을 위해 단비 같은 책들을 추려보았다. 먼저 소설 부문에서는 무너져 가는 집과 가족 간의 갈등을 그린 『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 탈북인을 통해 관계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는 『로기완을 만났다』, SF 소설로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우주에 남은 마지막 책』, 여섯 개의 단편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재회』가 선정되었으며,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는 추천위원들의 호평에 힘입어 깊게 읽기 도서로 뽑았다. 에세이집으로는 작가(시인)와 서른다섯 명의 시인과의 대담집 『나는 시인이다』, 작가가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사랑에 관한 이야기 『사랑 바보』가 선정되었다. 아깝게 싣지 못한 책으로는 백일장 키드들의 이야기 『날짜변경선』(전삼혜, 문학동네), 딸의 엄마에 대한 이해 과정을 담은 『엄마의 팬클럽』(정란희, 크레용하우스), 원전 사태로 다시 관심을 모으며 개정판이 나온 『체르노빌의 아이들』(히로세 다카시, 프로메테우스) 등이 있다. 그리고 ‘저자 인터뷰’ 도서로는 『옥탑방 슈퍼스타』(최상희, 한겨레틴틴)와 『타임 가디언』(백은영, 푸른책들)이 물망에 올랐으나, 장애를 딛고 일어선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 『하늘까지 75센티미터』가 최종 결정되었다. 정현아 전남 해남고 사서교사


나는 시인이다
이재훈 지음|팬덤북스|576쪽|2011.04.15|18,000원|고등학생|한국|시
어느 분야건 “나는 ○○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치열한 고민, 완벽에 가깝기 위한 반복, 한 곳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 더 나아가 자아성찰까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요즘 ‘나는 가수다’라는 방송프로그램이 사람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고 있다. 노래가 아름다워 그 노래를 부른 가수의 삶에 관심이 가듯 아름다운 시를 접하면 그 시인의 생애를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35명의 시인들과 대화를 나눈 대답집의 성격을 띤 이 책은 한 명 한 명의 시인들과 만날 때마다 시인이 드러내고자 하는 세계에 대한 경외감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대담을 진행하는 이재훈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그 시를 쓴 시인들을 이해하고 느껴지게 하며 시가 줄 수 있는 감동과 울림을 알게 해준다. 청소년들은 아름다움에 민감하다. 그들이 세대가 다른 음악을 통해서도 위안과 감동을 받듯 시대가 다른 시인들이지만 그들의 생각과 그들의 생애가 녹아든 시를 통해 마음의 울림이 있기를 기대한다. 강애라 서울 대치중 국어교사


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
박선희 지음|사계절출판사|268쪽|2011.04.21|9,000원|고등학생|한국|소설
처음 제목을 보고선 ‘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이란 게 뭘까 궁금했다. 30년 된 그림 같던 유럽식 이층집은 도미노처럼 타일, 마루, 수도, 보일러, 담장, 변기가 차례차례 제 수명을 다하고 스러져 간다. 30년 세월에 집만 제 빛을 잃은 게 아니다. 에스프레소 중독 엄마, 야동 아빠, 일흔이 넘은 나이에 독립선언을 하는 할머니, 이슬람교도 흑인 목수를 따라 캐나다로 날라 버린 언니. 집도, 가족도 총체적 위기다. 과연 무엇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몽주가 팔을 걷어붙이고 마찾사 모임친구들과 벌이는 위기극복 한 판 마술쇼. 이 책을 읽다보면 가족은 무엇이고 가족에게 집이란 어떤 공간인지 되새겨 보게 된다. 30년 된 오래된 집이 도미노처럼 망가지는 과정과 가족들이 하나 둘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서로 서걱서걱해지는 과정을 세련되게 어우러지도록 꾸민 구성이 재미있게 읽힌다. 최유래 자유기고가


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지음|창비|198쪽|2011.04.30|10,000원|고등학생|한국|소설
벨기에를 유령처럼 떠도는 탈북인들에 대한 기사를 읽고 시작된 작가의 상상은 일기 같은 소설로 완성되었다. 인간은 왜 타인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관대한가라는 질문에, 니체는 인간은 스스로를 너무 가까이 보는 반면에 타인은 너무 멀리 어렴풋이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인공 K는 이 거리감을 뒤집어 자신의 연민은 배제하고, 타인에게는 애정을 보낸다. 브뤼셀에서 한 달, 탈북인 L을 뒤쫓으며 K는 연민, 위로, 사랑, 희생 그리고 산다는 것을 깊이 생각한다. 처음에는 ‘이니셜 L’에 지나지 않다가 ‘로’가 되고 ‘로기완’이 될 무렵, K는 김이 되고 자신을 긍정하게 된다. 그 생각들이 담긴 문장은 쉼표 속에서 자주 쉰다. L에 대한 자세한 서술은 이 소설에 담긴 사실의 비중을 궁금하게 하며, 살아남는 것이 사는 이유인 탈북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신중해서 묵직하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자신을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며 서로의 삶에 개입되는 만남이 의미 있는 거라고 말하는 김 작가를 통해서 삶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김광재 학교 밖 독서지도


사랑바보
오소희 지음|문학동네|280쪽|2011.04.07|13,500원|중학생|한국|에세이
서점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다양한 여행에세이들. 대부분 부러움 이상의 감정은 끌어올리지 못한다. 그럼에도 조용히 주목받는 이가 있으니 아기와 여행을 시작한 작가 오소희,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시적인 글로 열혈 독자 무리가 생길 정도다. 어느새 출간된 책만 다섯 권, 아기는 초등학생이 되었다. 신작 『사랑바보』는 그녀의 여행관이 농밀하게 담겼다. 청춘, 중년, 노년의 사랑을 하는 사람, 자기애, 모성애, 동성애에 직면한 사람들을 만나 관찰하고 대화한 기록이다. 그리하여 이건 일종의 연애지침서가 아니다. 이 글의 주인공은 사람이므로 언제 어디를 갔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긍정하고 성장하며 사는 우리와 다르지 않다. 사랑을 잘하고 싶다는 건 잘 살고 싶다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게다. 많이 울고 웃으며 온화하고 치열하게 때론 유쾌하고 깊이 있게 살고 싶다는 것 아닐까? 좁은 세계에 갇혀 아등바등 살아가는 청소년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 일찍이 그런 바람을 심어주고 싶어서다. 이찬미 인천 부흥고 사서


우주에 남은 마지막 책
로드먼 필브릭 지음|김희정 옮김|우리같이|280쪽|2011.04.28|9,800원|고등학생|한국|소설
우리는 아주 먼 옛날에 있었던 일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것처럼 미래에 일어날 일도 알 수 없다. 이 책에는 머릿속으로만 상상할 수 있는 시대가 펼쳐진다. 먼 미래 대지진 이후엔, 향상된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푸르부들과 보통 사람들만 있다. 푸르부들이 사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공간인 에덴.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사는 폐허가 된 도시엔 구역마다 보스가 있고 폭력과 기아가 난무한다. 두 공간은 단절되어 있다. 보통 사람들은 에덴의 삶을 동경한다. 아무도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라이터’는 종이에 글을 쓰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고 살아가고 ‘스파즈’는 ‘라이터’와 함께 동생 ‘빈’을 만나기 위해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감행한다. 이 과정에서 ‘스파즈’와 ‘라나야’는 교감하고 현재에서 긍정의 미래를 찾는 것으로 끝난다.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맞게 준비한다면 뜻하지 않은 재난을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다. 낙관의 미래에 대한 해답은 책 속에 있다. ‘스파즈’와 함께 계속되는 긴장과 흥미로움을 느끼면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배영태 용인 포곡고 국어교사


재회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김미영 옮김|시공사|424쪽|2011.05.01|9,500원|중학생|일본|소설
우리는 살면서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그에 따른 다양한 상황을 겪으며 조금씩 성장한다. 그러면서 지나간 시간 속에 후회와 미련이 많이 남고, 기회를 놓치면서 하지 못한 말도 점점 많아진다. 히로시와 무라타는 “그렇게 살다 보면 가슴 한복판, 그 움푹 파인 곳에 딱 맞게 씁쓸한 ‘나머지’가 쌓이게 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기억을 그들과 같은 곳에 묻어두고, 여전히 실수하며 산다. ‘이 책은 여섯 명의 화자를 통해 각기 다른 재회를 담담한 필체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어느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이 놓여 있다. 옳고 그름이란 어디에도 없었으며, 그 당시의 우리를 다시 만나고 어른의 눈으로 비로소 이해하면서 읽는 내내 일종의 안도감 속에 그 순간들을 용서할 수 있었다.
남여훈 서울 오금중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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