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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하얀 비듬, 누런 귀지, 까만 때야, 니들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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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7 15:58 조회 12,33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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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울 것도 많다. 코딱지 보고도 고맙다니! 그러나 읽고 나면 정말 고마워진다. 코딱지도 고맙고 내 몸의 까만 때도 고맙고 귓속의 누런 귀지와 어깨 위의 하얀 비듬들한테도 진심을 담아 한마디 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얘들아, 고마워!’ 표지의 제목 글씨 중 ‘ㅇ’자를 까만 때로 표현했다. 머리카락 위의 비듬들도 둥둥 떠다니고 손톱 밑의 누런 왕 코딱지가 번쩍번쩍 빛을 낸다. 속표지와 내용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온갖 더러운 것들의 총출동이다.

그 더러운 것들 위에는 뿔 달린 검은 세균들이 무기까지 들고 폼 잡고 서 있다. 그런데 마지막 장, 때와 딱지들 위에 위풍당당 서 있던 세균들은 온데간데없어졌다. 대신 그 자리를 지키고 섰는 보안관 모자를 쓴 우리 몸 수비대! ‘어라? 한판 싸움이 일어났던 걸까?’ 싸움 구경처럼 재미난 것도 없는데 여기까지 맛보여 주면 아이들은 너도나도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다음 이야기를 알아내기 위해 책을 차지하려고 대출대 앞으로 몰려든다. 눈에 띄는 빨강 표지 속 유쾌한 그림은 어린이들이 흥미를 갖고 펴 볼 만하고 두껍지 않은 분량과 가로로 된 크지 않은 책 판형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선뜻 집어 들기에 알맞다. 그러나 내용은 결코 만만한 그림책이 아니다.

우리 몸 복잡다단한 구조와 기능을 자세한 그림과 함께 설명한, 오랜만에 출간된 지식 그림책이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고 위험에서 나를 보호해 주는 것처럼 우리 몸을 둘러싸고 있는 피부 역시 나를 지켜주는 또 다른 옷. 피부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수시로 내게 침투해 오는 먼지와 세균들과 맞서 싸우고 있다. 그리고 애써 싸운 흔적으로 눈곱과 비듬, 딱지 등을 남긴다. 입던 옷은 해지고 더러워지면 빨래를 하거나 새 옷을 사 입으면 그만인데 한 벌뿐인 피부가 낡고 더러워진다면? 그래도 문제없다.

우리 몸은 참 신비하기도 해서 어느 부분이 낡거나 상처 입었을 때는 낡고 찢어진 옷을 꿰매고 고쳐 입는 것처럼 피부에도 딱지가 생기고 굳은살이 생겨 상처를 아물게 한다. 그리고 새 살이 돋아 무한 리필 되는 편리한 요술옷이 바로 피부이다. 그렇다고 자라나는 어린이들만 몸이 자라고 새 살이 돋는 건 아니다. 노인들도 속도는 더딜지언정 새 살이 솟는다. 사람은 이처럼 일생을 살면서 계절과 감정, 건강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두께와 다른 색깔의 피부 옷을 여러 벌 갈아입는데, 그것이 이 책이 알려주는 내 몸의 첫 번째 신비다.



심하게 피곤한 날에는 평소보다 눈곱이 많이 끼고 감기 기운이 있을 땐 콧속이 빡빡해질 정도로 코딱지가 많이 생기는 이유, 봄가을 환절기에는 목욕을 했는데도 허옇게 각질이 많이 일어나는 까닭 역시 내 몸이 세균과 싸워 위험을 막아주는 수비대 역할을 한다는 증거이다. 그러므로 몸에 때가 생기고 머리카락 사이 하얀 비듬이 떨어지거나 코딱지가 생기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 이것이 내 몸의 두 번째 신비이다.

‘아하! 내 콧속 코딱지가 그런 대단한 일을 하는구나!’
‘아하! 내 몸의 때는 그래서 생기는 거로군!’

책을 읽던 아이들은 갑자기 코를 씰룩거리기도 하고 책을 읽다 말고 손톱 밑의 때를 살피기도 하다가 책의 중간 부분 ‘왕 코딱지 뽐내기 대회’에서는 기어이 제 콧속을 후비며 책 속의 왕보다 더 왕다운 왕이 내 콧속엔 없는지 찾아내려 안간힘 쓴다.
자칫하면 관심 없이 지나칠 수도 있을 우리 몸의 때와 비듬, 코딱지의 역할. 알고나서 다시 보는 꼬질꼬질 그것들은 내 몸에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들이다. 어느 곳 하나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는 우리 몸 구석구석.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내 몸 구석구석을 24시간 대기하면서 마치 우리 학교의 안전을 지켜주는 학교보안관인 양 믿음직스럽게 제 역할을 하는 우리 몸 수비대 이야기! 이 책을 다 읽은 어린이 중에는 코딱지를 향해 애정 어린 눈빛으로 인사를 건네는 학생도 나올 것 같다.
“코딱지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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