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우리 교실에도 필요한 말,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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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8-04 17:42 조회 6,977회 댓글 0건본문
봄이 점점 자신의 그늘을 넓혀가고 있는 즘에 학교는 소리 높은 아이들의 잔상만을 간직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유년기를 보내는 어리기만 한 학교에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폭력이다. 작년 12월 우리의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사건이 있었다.
“대구에서 자살한 중학생이 동급생들에게 수십 차례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이들 이외에도 숨진 중학생을 폭행한 또 다른 가해자가 붙잡혔습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를 어지럽힌다. ‘도대체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일까?’, ‘왜 이렇게 학교폭력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나?’ 많은 생각들을 하게 했다. 작가 데이비드 맥페일은 『안 돼!』를 펴내며 이렇게 말했다.
“학교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해 싸우는 교사들에 대한 기사를 읽었을 때, 내 마음은 움직였고, 화가 났다. 어른들이 그렇지 못하는 현실에서 어떻게 남을 괴롭히는 것을 그만두라고 아이들에게 말할 수 있겠는가? 어린이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모두에게 세상이라는 운동장이 좀 더 안전해지기를 바라는 나의 희망의 표현이다.”
작가의 외침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어른들에게도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 한국 사회의 모습과는 다른 듯 닮은 폭력성이 그림책 『안 돼!』에도 담담히 묘사되어 있다.
‘전 세계 선생님들께’로 시작하는 그림책에는 노란 머리의 꼬마 주인공이 편지를 쓰고 있다. 편지를 혀로 붙이고 빨간 모자와 외투를 차려입은 아이는 새벽을 가르며 길을 나선다. 갑자기 머리 위로 미사일을 단 비행기가 지나간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아이는 자신의 뒤를 돌아본다. 아침 햇살을 맞으며 서 있는 집들이 보인다. 잔뜩 겁에 질린 창문과 집을 향해 비행기는 미사일을 떨어뜨린다. 산산조각 폭파되는 집들을 뒤로 하고 아이는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일자로 다문 아이의 입에는 의지가 담겨 있지만 슬픔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위협적인 대포를 앞세운 탱크가 아이의 앞에 나타났다. 탱크는 아이의 바로 뒤에서 건물을 향해 대포를 쏘았다.
힐끔 뒤를 돌아본 아이는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대통령얼굴에 낙서를 하는 할아버지를 방망이를 든 경찰과 경찰견이 쫓아가 폭력을 행사한다. 드디어 우체통에 도착한 아이의 앞에는 녹색 모자의 소년이 서 있다. 아이의 빨간 모자가 날아갈 만큼 위협을 하는 녹색 모자의 소년에게 눈물을 꾹 참은 아이가 말한다. “안 돼!” 뜬금없는 말에 소년은 헛웃음을 친다. 다시 폭력을 행사할 듯이 아이를 위협한다. 아이는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소년에게 외친다. “안 돼!” 아이의 흔들림 없는 외침에 소년은 쓰러지고 만다. 드디어 편지를 우체통에 넣은 아이는 다시 돌아간다.
강한 의지가 없다면 “안 돼!”라는 외침을 하지못한다. “안 돼!”라고 말하는 의지가 우리 교실에도 필요하다. 학교폭력에 노출되어 괴로워하는 친구들을 구경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잘못된 것은 알지만 어느 예능 프로에서 외치던 구호처럼 “나만 아니면 돼!”가 우리 교실 가득하다. 오래된철학 문제인 ‘개인이 사회를 만든다 vs 사회가 개인을 만든다’는 개인과 사회는 상호 작용을 한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우리 교실도 마찬가지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안 돼!”라고 외칠 수 있게 된다면 사회는 학교폭력을 용인하지 않게 된다. 또는 교실 문화의 밑거름이 되는 사회가 폭력을 용납하지 않고 단호히 대처한다면 아이들도 학교폭력에서 자유롭게 될 것이다. 무엇이 먼저 실시되어야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어디서 시작하는지가 중요하다.
우체통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아이의 뒤를 따라 소년은 빨간 모자를 집어 들고 뛰어간다. 소년이 가는 길은 밝은 햇살이 머무른다. 경찰과 경찰견은 할아버지와 한가로이 낮은 턱에 앉아 쉬고 있다. 부서진 건물 뒤로 탱크는 쟁기를 달고 밭을 갈고 있다. 하늘에서는 비행기가 자전거를 떨어뜨리고 아이와 소년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골목을 달린다.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문득 편지 내용이 궁금해졌다. 작가는 아이가 편지를 쓰고 있는 새벽으로 우리를 보내준다.
대통령 할아버지께,
우리 학교에는 규칙이 있어요.
밀면 안 돼요.
때리면 안 돼요.
할아버지에겐 어떤 규칙이 있나요?
우리도 이제는 규칙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아이에게도 자전거를 같이 탄 소년에게도 좌절감이 아니라 자긍심을 줄 수 있는 규칙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