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어린이 그림책 깊게 읽기]내가 아껴 쓴 물이 가뭄 지역에 비가 되어 내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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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9-05 22:17 조회 8,620회 댓글 0건본문
『맑은 하늘, 이제 그만』
이욱재 글・그림_노란돼지_48쪽_2012.03.27
11,000원_모든학년_한국_환경, 물
마시는 물에서 쉴 새 없이 하수구로 흘러들어가는 물까지 우리 일상에서 물은 늘 숨 쉬는 공기와 같은 존재이다. 쉽고 편리하게 쓰고 있는 물이 사정이 생겨 하루라도 단수가 될라치면 그 전날부터 여기저기 물을 받아 두기 바쁘다. 미리 예고된 단수이지만 잠깐 동안이라도 물이 안 나오면 주변은 온통 불편함으로 가득 찬다. 이렇듯우리에게는 잠시 잠깐의 불편도 허용 못 할 만큼 콸콸 쓰는 물이 아프리카에선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극심한 가뭄으로 단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무분별한 개발로 할퀴어 놓은 지구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등등 세계 곳곳에서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프리카 수단에 살고 있는 아리안에게는 맑은 하늘은 무시무시한 자연재앙일 따름이다. 극심한 가뭄 속에 내몰린 사람들은 물을 얻기 위해 전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린 아리안이 물을 얻기 위해 물이 있는 웅덩이까지는 걸어서 세 시간이 걸린다. 그나마 마실 수 있는 물은 오염된 물이지만 이런 웅덩이라도 있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물을 떠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기린은 뙤약볕 아래 아리안남매에게 고마운 오줌을 선물한다. 고마운 친구란 뜻의 다빠이는 아리안이 지어준 기린의 이름이다. 막막한 현실에서 누구를 원망하기보다는 고맙고 감사한 것을 먼저 챙기는 아무 죄 없는 천진무구한 어린아이와 동물들이 메마른 대지 한가운데로 내몰린 이유는 뭘까? 가슴이 울컥해진다. 같은 지구 하늘 아래 살고 있으면서 지구한쪽 편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믿지 못할 가뭄의 피해는 참혹하기만 하다. 아프리카에서는 지금도 물 부족으로 하루에 약 3,000명의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한다. 오염된 물을 먹을 수밖에 없고, 또 그 물 때문에 병에 걸리고, 어른들은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아프리카의 자연재해는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온 인류의 아픔이기도 하다. 오늘날 여전히 지구 환경오염은 진행 중이고 제대로 보존하지 못한 우리에게 언제든 닥쳐올 자연 재앙에 대한 경각심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맑음이네 가족처럼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콸콸나오는 수돗물에 익숙하다. 그런가 하면 환경오염으로 인해 식수원인 상수도도 믿을 수 없어 여러단계의 정수를 거치고 그도 믿을 수 없어 외국에서 생수를 수입해 먹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나 역시 수돗물을 믿지 못해 정수된 물을 찾는다. 그리곤 혼자만 깨끗한 척 엄마가 주섬주섬 아침마다 모아 놓는 물그릇들이 마땅치 않아 짜증을 내곤한다. 쌀뜨물 한 양지기, 당근 씻은 물 한 대접, 야채 삶은 냄비 물, 우유 곽 헹군 물 등등 내가 보기엔 그냥 하수구에 버릴 물인데, 엄마에겐 모두가 쓰임이 있다. 쌀뜨물은 앵두나무에, 당근 씻은 물은 장미나무에, 우유 곽 헹군 물은 특별히 비실비실한 화초에게 듬뿍 따라줄 것이다. 엄마에게 허투루 버리는 물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나는 맘이 늘 좋지만은 않다. 아침마다 부엌에 주저리 늘어선 물그릇들은 엄마의 느린 걸음만큼 여기저기 흔적을 남긴다. 잠이 덜 깬누군가의 발에 걸려 구정물이 홀딱 넘어가는 날은 어김없이 큰소리가 난다. 그럼에도 여전히 엄마는 아침마다 구정물을 그릇마다 모으시고 여전히 화단의 나무와 화초들은 무럭무럭 잘도 자라난다.
이렇듯 엄마가 나고 자라며 배운 방식 그대로가 알고 보니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조상님들의 지혜로움이었다. 쌀뜨물의 지혜는 현대 과학으로도 입증되어 EM발효액으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허드렛물도 허투루 쓰지 않고 소중하게 썼던 시절이 불과 40년 안팎이라고 한다. 더늦기 전에 사람의 편리함만을 위해 함부로 훼손한 지구 환경오염을 되돌아보고 자연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더없이 가여운 아리안의 슬픔은 이제 대한민국 맑음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새로운 맑음으로 태어난다. 콸콸 나오는 수돗물이 너무 당연했던 맑음이는 이제 그냥 버려지는 빗물조차 아깝기만 하다. “내가 아껴 쓰는 만큼 아리안이 사는 동네에 비가 내리도록 해주세요.”라고 일기장에 쓴 맑음의 기도가 이루어지도록 내가 쓰는 물부터 아껴 쓰는 습관을 실천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