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연극으로 성장을 반올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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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8-06 20:33 조회 7,228회 댓글 0건본문
오랜만에 대학로에 연극을 보러 갔다. 대학교 2학년 때 내가 다니던 과 연극학회에서 공연했던 작품이었다. 연극을 보는 내내 옛 추억에 잠겼다. ‘저 배역은 누가 연기 했었는데’, ‘저 장면은 이렇게 표현하네’, ‘저 소품 만드느라 고생했었지’하며 어딘가에 숨어있던 기억들이 하나하나 되살아났다. 문득 그때 함께 했던 친구들이 그리워졌다. 아마 앞으로도 연극을 볼 때마다 그때의 기억들이 떠오를 것이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일단 반가웠다. 개인적인 관심사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읽을 만한 연극 책이 워낙 귀한 터라 더 그랬다. 어려운 이론서나 대본만 묶어놓은 대본집이 아니라 생생한 경험이 녹아있는 완전 친절한 책이다.
초짜들을 위한 연극 제작 설명서
‘중・고등학교 시절 연극 한 편 제대로 본 적이 없는 내가 과연 연극을 할 수 있을까?’ 처음 연극학회에 들어갈 때 걱정과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그때 내가 믿을 건 먼저 경험해 본 선배들뿐이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을 땐 다른 사람의 경험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딱히 가르쳐 줄 사람도 없고, 처음으로 연극을 시도하는 선생님이나 학생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다. 아마 이 책을 접하게 된다면 구세주를 만난 심정일거다. 『학교에서 연극하자』는 연극 초보들이 ‘주제는 어떻게 잡고 대본은 어떻게 쓰지?’, ‘연습은 어떤 단계를 거쳐서 해야 할까?’ 맨땅에 헤딩할 때, 연극 한편이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친절하게 함께해 줄 것이다. 학교현장에서 수년간 연극을 지도해 온 구민정, 권재원 선생님의 경험에서 묻어나는 tip들은 무엇보다 유용하겠다.
이 책에는 청소년의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좋은 연극 다섯 편이 실려 있다. 어떤 대본을 만나느냐에 따라 연극의 질이 달라지는데 중학교 예술제 수준에 맞게 만들어진 만큼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교육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수업료를 돌려주세요>는 ‘학창 시절이 우리 인생에 부여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한다. 오직 시험만이 학교생활의 전부라고 생각함으로써 잊고 있었던 중요한 것들을 깨닫게 한다. <네 꿈을 펼쳐라>는 획일적인 꿈만을 강요하는 어른,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능동적으로 펼쳐나가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그린다. 공연용 작품 외에도 교실 수업을 위한 작품도 있다. 어려운 글을 대화체 연극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토론하고, 협력하여 성공적인 교육효과를 거둔 사례가 있다.
저자는 ‘연출 노트’까지 시원하게 공개했다. 분위기, 동선, 조명, 음악, 인물, 의상 등등 연출시 신경 써야 할 세심한 부분까지 일러준다. 그래도 모자라다면 ‘못 다 한 이야기’를 펼치자. 학교 연극반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솔직담백한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순둥이 승현이가 깡다구 있는 석환 역을 연기하려면?’, ‘배우들끼리 사귀는 바람에 엉망이 됐다고?’, ‘대사를 다 못 외웠다고?’ 등 공연준비 중에,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들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법을 알려준다.
동료교사 중에 중・고등학교 시절 연극 활동을 했던 친구가 있었다. 자신이 학창시절 느꼈던 감동과 기쁨을 잊지 못해 교사가 되어서도 연극반 운영을 하고자 한다. 그 친구에게도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동아리 운영을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메이킹 스토리’의 연극반 1년 운영 노하우는 큰 용기가 될 것 같다.
연극 한 편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힘을 합쳐서 만든 연극은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일깨워 주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엄청난 교육적 경험을 제공한다. 나 역시 처음엔 캐릭터 분석, 복식호흡, 발성, 연기 등 모든 것들이 생소하고 어려웠다. 내가 아닌 다른 인물이 된다는 게 영 쑥스럽고 어색했지만 많은 준비와 노력 끝에 결국은 해냈다.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연극이 끝난 후 우리에게 보내준 많은 사람들의 박수와 함성, 커튼콜의 감동을. 그리고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좀 더 풍부하게 만들고, 성장하게 했다고 믿는다.
학교에서 연극하자. 연극으로 성장을 반올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