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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어린이 과학 깊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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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9-05 22:31 조회 6,59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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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수업 (1-4교시)』
편집부 지음_오창길 옮김_다네무라 에이코 감수
한울림어린이_170쪽_2012.04.10_24,000원
가운데학년이상_일본_생명과 죽음

뜰 앞에서 쨍아가 죽었습니다./ 과-꽃나무 밑에 죽었습니다./ 개미들이 장사를 지내준다고/ 작은 개미 앞뒤서서 발을 맞추고/ 왕개미는 뒤에서 딸-랑딸랑/ 가을볕이 따뜻이 비초이는데/ 쨍아 장례 행렬이 길게 갑니다. (천정철 시)

오늘 우리 아이들에게 읽어주려고 꺼내든 우리시 그림책이다. 쨍아는 ‘잠자리’의 사투리다. 아직 초여름이고 잠자리가 오는 가을은 아직 멀었지만, 죽은 잠자리가 예쁜 꽃으로 피어나는 알록달록한 그림이 슬프지만 아름답게 다가오기에 소개하고 싶었다. 아이들은 ‘쨍아’라는 제목이 마음에 드는지 ‘쨍아’, ‘쨍아’ 하며 입으로 단어를 오물거리고 “쨍아가 누구야?” 하며 호기심을 보였다. 그러나 이내 ‘죽었습니다’라는 충격적인 첫 소절에 긴장하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그 긴장을 풀지 못한다. 대체 이 아이들을 긴장시킨 것은 무엇일까?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마지막을 맞이하는 ‘죽음’이라는 것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은 아닐까? 사실 아직도 배울 것이 많은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해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른들에게도 어려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이해시킬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생명이라면 언젠가 죽음을 마주하게 되고, 죽음은 ‘삶’과 등을 마주하고 있는 존재이므로 제대로 된 인식을 심어주는 일은 중요하겠다.

일본에서 나온 이 책은 ‘생명의 수업’이라는 큰 제목 안에서 1교시 생명이 시작돼요! 2교시 생명이 끝나요! 3교시 생명은 소중해요! 4교시 생명을 지켜요! 이렇게 네 권으로 나뉘어 있다. 각 권은 같은 형식으로 편집되어 있지 않고, 각각 주제에 맞는 방법으로 생명을 다루고 있다. 먼저 1교시 생명이 시작돼요!를 살펴보자. 성교육을 할 때 볼 수 있는 그림과 설명이 들어 있다. 내용도 생물과 성교육의 중간 어디쯤이다. ‘뭐 다른 내용이 없네’라고 여길 때쯤 소중한 생명의 존재로 태어난 ‘나’라는 존재의 소중함,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가 나온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가 발휘되는 부분이다.

‘산다’는 것은 근사한 일이에요. ‘생명’은 멋진 거예요. 내가 나답게 산다는 건 나 이외에는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에요. 기적적으로 받은 생명을,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기 자신을 점점 빛나게 만들어 가요. (1권 생명이 시작돼요! 37p.)
2교시 생명이 끝나요!는 죽음과 마주한다. 이것은 가족의 죽음일 수도, 나의 죽음일 수도 있다. 실제 사례를 통해 ‘나’의 문제로 다가오게 하는 점은 평범하지만, 나의 죽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죽음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참신함이 다가온다. 3교시 ‘생명은 소중해요!’ 이제 생명의 범위를 확대시켜나간다. 단순히 학대, 자살, 이런 내용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따돌리는 것을 말한다. 장애인, 에이즈 환자의 사례를 등장시켜 편견과 오해 없이 배려하는 모습을 배울 수 있다. 생명의 범위를 넓혀 타인과 더불어 사는 삶으로 확장시킨 것에 억지스러움은 있을 수 있지만, 크게 본다면 모두가 소중한 생명이라는 것에 포함될 수 있겠다.

4교시 생명을 지켜요! 응급구조사, 호스피스를 대표로 하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을 알려준다. 하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타인의 노력과 한 사람을 마지막까지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껏 돕는 모습을 통해 삶과 죽음이 자연스럽게 생명의 큰 울타리 안에서 이어지고 있음을 알게 한다. 마지막은 먹거리를 통해 생명을 이어받는 것, 즉 한 생명(벼)이 우리의 생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죽음이 생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라는 것을 바로 피부로 와닿게 전한다.

책을 보는 내내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명과 죽음이라는 이 무거운 단어들을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나누어 놓을 수 있을까?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렇게 잘 분류할 수 있었을까? 일본이라는 지리적 환경 특수성에서 비롯된 책이 아닐까 한다. 작년 3월에 일어난 일본 대지진, 그전에 일어난 고베 지진 등을 통해 생명과 죽음을 글보다 생활에서 먼저 접한 아이들이 느끼고 있을 혼란을 체계적으로 보듬어주려는 어른들의 배려가 아닌가 싶다.

사실 ‘깊게 읽기’는 주로 우리 출판물을 소개하는 지면이다. 이달에 이 책을 소개한 것은 ‘생명을 포괄적으로, 그리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나누는 우리 책은 없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성교육, 생명의 소중함, 자연, 질병 등 다양한 생명 관련 서적은 있지만 그것들이 통합된 우리 책도 어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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