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청소년 인문 깊게 읽기]글쓰기란 사람의 마음과 삶을 키워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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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0-06 19:09 조회 6,873회 댓글 0건본문
『글쓰기 교육 이론과 방법 』
이오덕 지음│고인돌│640쪽│2012.05.10│20,000원│교사・학부모│한국│글쓰기
대형서점에 가보면 글쓰기에 관련된 코너가 하나씩은 마련되어 있다. 대입에 필요한 논술부터 시작해서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작성 등에 관련한 글쓰기 책을 넘어 취미로서의 블로그 글쓰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종류의 글쓰기 책들이 나와 있다. 이처럼 글쓰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지만, 정작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과 고민은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좋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교육은 더더욱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이런 질문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을 하고 있다. 어린이 문학가, 초등학교 교사, 한글운동가로 잘 알려진 저자 이오덕이 자신의 글쓰기 교육의 이론과 방법을 체계화해서 정리했다. 1965년에 『글짓기 교육–이론과 실제』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책상 위의 이론이 아닌 실제 아이들을 가르치며 얻은 경험과 사색을 녹여내어 학교 현장에서 교육 운동의 지도서로 주목을 받았다. 저자는 “우리의 글쓰기 교육은 이론면에서나 실천면에서나 아직도 거의 미개지 그대로”라고 지적했는데, 50여 년이 지난 오늘날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글쓰기가 특수한 기술 교육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모든 어린이들이 다 같이 받을 수 있고 받아야 하는 가장 참된 ‘인간의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어린이를 참되게 키워 가려는 모든 교사가 관심을 가지고 지도할 수 있도록, 그 실제 방법을 보여주고, 필요한 최소한도의 이론을 세우는데 있습니다. 진실을 찾고 진실을 몸에 익혀 살아가도록 하는 참된 글쓰기 교육이 이 땅에 싹터나는데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지은이 머리말)
‘1장 인간을 키워가는 글쓰기 교육’, ‘2장 글쓰기 이전의 지도’를 제외하면 3장부터는 실제 글쓰기 지도의 단계와 지도법, 어린이 시교육의 현상과 지도법에 관한 내용이다. 편집과 두께만 보고 딱딱하고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실상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책장을 넘길수록 이오덕 선생의 주의, 주장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됐다. 글쓰기 이론과 방법에 대한 안내서이면서도, 글쓰기 지도에 대한 철학서이기도 하다. 왜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쳐야 하는지, 어떻게 가르쳐야 표현력이 늘어나고, 생각이 펴고, 논리가 자리 잡는지를 깨닫게 했다.
“글쓰기 교육의 목적은 어린이를 시인이나 소설가로 만드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의 생활을 북돋우어주고 키워 가는데 있다. 자유로운 생활의 표현을 수련하는 길에서 지나간 생활을 반성 비판하게 되고, 정리 통제하게 되며, 다시 감상 비평이란 단계를 통해 더 나은 글쓰기의 내용, 곧 생활을 북돋우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혼과 혼이 서로 부딪치고, 온전히 하나로 융합되어 교육의 극치를 이룰 수 있음은 글쓰기 교육에서만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그 누가 글쓰기를 ‘인생과(人生科)’라고 했던가? 참으로 적절한 말이다.” (16쪽)
이오덕은 한 편의 어린이 글이 있다고 할 때, 그 글은 지은 어린이의 글인 동시에 그 어린이를 낳은 모든 환경의 총화라고 보고 있다. 어린이의 글을 통해 생활과 환경을 진단하는 재료로 파악하고 생활환경까지 파고들어 그러한 글을 쓰게 된 환경적인 영향까지 파고들어 원인을 고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글의 매끄러움만 강조하는 지도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한다. 유명한 시인이 “막대기를 가져와서 / 살짝 건드리니 / 또닥또닥 땅으로 / 떨어지네요”라는 한 아이의 시구절에 대해 “덜어냈으면 더 좋은 시가 되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남겼다. 하지만 이오덕의 생각은 달랐다. “작자의 생생한 행동과 느낌과 마음이 가장 실감나는 대목이다. 어린이의 감동이 가장 잘 나타난 곳을 무참히도 잘라버리는 것은, 떠오르는 생명을 짓밟아버리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어른들의 입맛에나 맞을 고춧가루 양념으로 요리하여 그럴듯한 그릇에 담아놓고는 억지로 먹이고 있으니, 이런 것을 먹고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정신이 건강할 리 없다.”
흔히 말하는 ‘글빨’ 또는 ‘필력’을 갖추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겠다. 하지만 좋은 글이 무엇이고, 그 좋은 글을 쓰면 사람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은 학부모나 교사라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우리나라 글쓰기 교육과 시교육의 잘못된 점을 비판하는 저자의 목소리에서 교육 현실에 뿌리박은 깊은 통찰과 높은 식견을 배울 수 있다. 교육현장에서 하는 어른들 문학을 흉내 내고 기교를 뽐내는 ‘글짓기’를 비판하고, 어린이들이 쓰는 말과 글이 곧 훌륭한 문학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오덕의 『글쓰기 교육–이론과 방법』은 학교현장에서 어린이부터 청소년까지 ‘삶의 성장’을 통한 ‘인간의 교육’의 길로써 글쓰기를 주장하고 있다. 글쓰기 교육의 핵심을 체계적, 실용적으로 꼼꼼히 정리하며, 많은 아이들의 예시 글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번지르르한 말과 글보다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성장하는 한 인간으로 지도하기 위한 교육 철학서를 교사와 학부모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