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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청소년 문학 깊게 읽기]대자연 속 한 인간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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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0-06 19:03 조회 6,29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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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
미우라 시온_오세웅 옮김_RHK|327쪽
2012.04.21_12,000원_중・고등학생_일본_소설

도시 삶에서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그것을 실행에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과 꿈은 갖고 있지만 막상 발을 떼려고 하면 발의 무게가 천근만근이다.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나 교육 혜택과의 이별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자연 속 삶을 선택한 사람이라고 해서 그렇게 잘 적응할 수 있는 것만도 아니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없거나 자연과 동화된 삶을 지향하지 않는다면 고단한 삶의 연속이다. 생각지도 못한 불편함을 계속 겪게 될 것이다.

유키는 자연 속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당연히 도시 일탈은 유키와 거리가 멀다. 그런 유키가 가무사리 숲으로 향한다. 스스로 선택한 길은 아니다. 유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담임선생님과 부모님이 합작한 길이다. 임업에 종사하게 된 유키. 가무사리 숲에서의 1년은 그렇게 시작된다. 남에게 보여주지 않기로 한 유키의 1년간의 일기를 한 번 훔쳐보자.

10대의 언저리. 유키는 적당히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살려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1년 동안 가무사리 숲에서 임업에 종사하게 된 것이다. 정부에서 보조금을 내주는 녹색 고용 제도를 이용하여 임업 연수생이 된 유키는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또 다시 소형 트럭을 타고 드디어 가무사리 숲에 도착한다. 가무사리 숲의 집들은 모두 띄엄띄엄 떨어져 있고 100여 명 정도의 인구에 주민 대부분은 60대 이상이다. 낯선 삶의 현장을 접한 유키는 탈출을 시도하려고 하지만 엄두를 내지 못한다.

유키는 요키와 한 팀이 되어 나카무라 집안 소유의 산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된다. 산 속 생활에 익숙해질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던 유키는 점점 낯선 삶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작가의 외조부가 임업 관련 종사자여서 그런지 작품 속 임업 현장을 세세하게 묘사해 놓고 있다. 벌채 작업, 나무 운반 작업 등의 산일이 쉽게 이해될 정도다.

숲 속 생활에서 맞이하게 되는 마을의 축제나 산신의 존재는 독자의 궁금증을 계속 자아낸다. 특히,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산신의 존재는 인간을 대자연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산신의 딸이 등장하는 부분은 가히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굳이 숲 속에 살지 않는다 하더라도 글을 읽는 동안 산신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유키 또한 비과학적인 상식을 가슴 벅차게 받아들인다. 유키는 가무사리 사람들이 숲을 얼마나 신중하게 관리하고 또 오랜 세월 동안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는지를 알게 된다. 마을 사람들 역시 유키를 신뢰하고 가무사리 산 사당에 들어가도록 허락한다. 유키는 곧 마을 사람들 그리고 가무사리 숲 생활에 동화된다. 자연의 질서와 변화를 알게 되고 마을의 관습을 인정하게 되면서 유키는 이제 가무사리 숲의 일원이 된다.

인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랑이야기다. 유키는 산일을 하면서 만나게 된 가무사리 초등학교 교사인 나오키를 좋아하게 된다. 나오키는 형부인 나카무라 사장을 짝사랑한다. 유키의 계속되는 구애에도 끄떡없던 나오키는 서서히 유키에게 마음을 연다. 유키나 나오키 모두 가무사리 마을의 ‘나아나아(느긋하게, 천천히, 한가로이 정도로 해석)’ 정신을 지니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나는 아마 이대로 가무사리 마을에 계속 살 것이다. 임업이 적성에 맞는지 어떤지는 아직 모르겠다. 젊은 사람은 거의 없는 마을에 있다면 내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확실하지 않다. 나오키와 결혼할 수 있을까? 아무리 그래도 결혼은 시기상조일 것이다. 이런 생각을 시작하면 여자들이 많은 요코하마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래도 아직은 가무사리 마을에 대해,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산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 (326쪽)

유키는 대자연의 품에 안겨 있는 숲 속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자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 거기에 결혼을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유키는 아직 도시 청년의 길과 자연에서의 소박한 길의 교차로에 서 있다. 유키는 여전히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유키는 이제 어린 나이에 인생을 결정해야 한다는 거북함은 없다는 것이다. 1년 전의 유키는 아닌 셈이다. 특이한 소재와 마력을 지닌 작가의 필력이 독자를 이끈다. 한 번 손을 대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 가무사리 숲에서 유키와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제, 고교생에서 성인의 길목에 들어선 유키의 행로와 사랑 이야기가 꽤나 궁금하다. 유키는 다시 1년간의 일기를 쓸 것이다. 아니 앞으로 몇 년간을 쓸지 모른다. 다음 해에 유키의 일기를 다시 훔쳐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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