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청소년 문학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0-06 19:00 조회 6,586회 댓글 0건본문
소설 21권, 에세이 4권, 시 3권, 그림책 1권, 이번 호 서평을 위해 살펴본 책이다. 책을 쌓아 놓고 한 권 한 권 보는 일이 행복이자 고통이다. 머리로 만나는 또 다른 세계가 가슴에 울림까지 주면 그 잔잔한 행복에 젖어, 서평 쓰는 작업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진실이 느껴지지 않아 안 읽히고, 자꾸 반복해서 만지작거리게 되는 책을 만나는 고통 또한 있다. 청소년 문학이 상을 받은 외국작가들 작품으로 출판되는 경향이 여전해서 그런 책들을 살펴보는 일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일단 공감대가 적고 번역 문장이 매끄럽지 않아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고, 내용면에서도 유난히 자극적인 내용이 강조되어 번역되진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번 달에 살펴본 책 중 『블랙쥬스』, 『누가 내 칫솔에 머리카락 끼웠어』, 『난 열다섯 한 번도 그거 못해 봤어』의 책들은 적어도 나에겐 그런 인상을 주었다. 그에 반해 서평쓰기에 선택 받진 못했지만 모리에토의 『아몬드 초콜릿 왈츠』는 글 속에 녹아있는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는 작가의 말이 공감이 가고, 클래식 음악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게 해주었다. 문학책이라고 규정하긴 그렇지만 『이것이 완전한 국가다』라는 책은 12명의 정치 사상가의 유토피아를 엿본 의미가 있다. 특히 도서관에 헌신하고 있는 저자의 첫 그림책 『별 소년 쌍식이』는 청소년을 위한 그림책이란 의미에서 언급하고 싶다. 강애라 서울 대치중 국어교사
개 같은 날은 없다
이옥수 지음|비룡소|303쪽|2012.04.20|11,000원|중학생|한국|소설
살다보면 살아내야 할 여러 고비를 만나지만 의지를 가지고 고통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개같이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인생은 없다고 믿고 싶다. 크고 작은 상처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폭력에 의한 생채기는 쉽게 아물지 않고 자꾸만 덧이 난다. 폭력의 정도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잣대로 재단할 수 없지만, 가족이나 가까운 이들에게 당한 습관적인 폭력이거나 어린 시절에 당한 폭력은 더욱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주변에서 무심히 넘기는 가족 사이의 폭력을 요란스럽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두려움을 이기고 폭력의 아픔을 인식하고 치유하고자 할 때가 깊고도 절망적인 늪에서 빠져 나올 준비가 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나 자신을 진정으로 내가 사랑하기 시작함은 수렁 속에서 빠져 나올 나뭇가지를 잡은 것이고, 누군가 그런 나를 응원해 주고 있다면 잡은 나뭇가지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상처를 주는 이도 사람이고 상처를 치료해 주는 이도 사람이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간의 근원적 삶의 의미라고 했나보다.
강애라 서울 대치중 국어교사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류시화 지음|문학의숲|146쪽|2012.04.28|8,500원|고등학생|한국|시
류시화 시인의 시는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낭송되는 시로 손꼽힌다. 1989부터 1998년까지 21번의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그의 대표작인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그리고 15년의 긴 침묵 후에 펴낸 56편의 시가 담긴 세 번째 시집. 침묵 끝에 나온 말 한 마디는 애절하면서도 아름다우며, 마주잡은 두 손의 그림을 통해 오랜 기다림을 위로 받을 수 있다. 오랜 기간 미발표 상태에서 써 온 시들을 모은 것이라 시의 소재와 주제가 매우 다양하다. 삶에는 시로써만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시인. 젊은 독자들은 쉰을 넘긴 시인의 인생을 투명하게 관조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이 시집을 통해서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기에 ‘나는 누구의 가슴속에 있는 것일까, 내 가슴속에는 누가 있는 것일까’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리라 생각한다.
한아름 인천 소래도서관 사서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장영희 지음|예담|232쪽|2012.05.10|12,800원|중학생|한국|에세이
‘사랑하세요’라는 말은 가끔 공허하게 들린다. 좋은 말이지만 대상과 이유가 모호하여 뼛속까지 울림을 주지 못하니 그렇다. 이 책은 2006년에 ‘청소년을 위한 인문특강’에서 故장영희 교수가 ‘문학과 인생’에 대해 강의한 내용을 녹취해서 정리한 것이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번역가, 수필가, 칼럼니스트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저자가 말하는 ‘문학의 힘’은 설득력이 있다. 인간의 삶은 관계 맺기의 연속이며 어떻게 살며,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지 않는가. 문학은 남이 되는 연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간다움을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애지욕기생愛之欲其生 즉,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을 살게끔 하는 것이다.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팍팍한 사회에서 문학은 문학도만의 영역이 아니다. 문학을 공부했기에 환자를 잘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대 교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책 속에 언급된 수많은 작품들을 읽고 싶어질 것이다. 예주영 서울 숙명여고 사서교사
어머니전
강제윤 지음|박진강 그림|호미|232쪽|2012.05.01|15,000원|중학생|한국|에세이
5월! 가정의 달에 어울리는 어머니를 소재로 한 몇 권의 책을 만났다. 그중 『꽁당 보리밥』(보리), 『찔레꽃』(보리)과 『김용택의 어머니』(문학동네)를 제치고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소설이다’라는 부제 때문이다. “내가 학교만 다녔으면, 글을 알았다면, 내 살아온 이야기를 쓰면 소설책 몇 권은 족히 될 거라는” 할머니 말씀도 생각났다. 시인이자 섬 여행가인 강제윤이 쓴 책에는 36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배경은 모두 섬이고 섬 여행은 계속되고 있으니 이야기는 진행 중이다. 이야기 속 시간은 옛날 같지만 실은 현재다. 섬에서 세월의 변화와는 무관한 듯 살아가는 어머니들 모습의 공통점은 자연에 순응하면서 식구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억척스레 사셨다는 거다. 이제 자식들을 분가시킨 어머니는 자식에 대한 그리움을 감추고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면서 오늘도 밥상을 차린다. 책에서 만난 어머니는 한 분 한 분 모두 사랑스럽고 위대하다. 내 어머니도 그렇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김광재 학교 밖 독서지도
카윌라위브
마지 펠레그리노 지음|김선희, 신재일 옮김|우리교육|296쪽|2012.04.20|11,000원|중학생 |미국|소설
‘카윌라위브’는 삶이 위협받는 환경에서 엄마와 오빠를 만나기 위해 매일 기도하며 발걸음을 떼는 소녀의 이야기다. 주인공 토마사는 총성이 들리고 군용 트럭이 즐비한 곳에 살지만 책과 옷감 짜기를 좋아했던 평범한 소녀였다. 어느 날 잠을 깨 보니 사라진 엄마와 오빠를 찾기 위해 나머지 가족과 길을 나선다. 그 길에는 가족을 잃는 아픔도 있고 국경을 넘나드는 위험천만한 상황도 있다. 위태로운 날들의 연속이지만 언젠간 헤어진 가족과 만날 날을 기다리며 기도한다. 몸을 놓일 땅이 없다는 절망적인 환경이지만 토마사는 좌절하기보다는 아빠를 도와 힘을 싣고 어린 동생을 챙기는 13살답지 않은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 토마사가 느끼는 두려움은 꿈을 통해 드러난다. 토마사가 꾸는 꿈을 읽으면 아이에겐 감당하기 힘든 현실에 더욱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책을 덮은 후에는 ‘카윌라위브(조심해)’란 말의 무게로 토마사와 비슷한 상황의 아이들을 생각해 보게 되는 소설이다. 이재희 실로암 점자도서관 사서
휴먼 코미디
윌리엄 사로얀 지음|정회성 옮김|308쪽|2012.04.25|12,000원|중학생|미국|소설
전쟁이 한창인 도시의 풍경은 어떨까? 비록 전쟁의 한복판에 서있진 않더라도 누군가의 아들 또는 형제가 전쟁에 나가고, 그런 소식을 시시때때로 접한다면 그리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휴먼 코미디’, 제목만으로는 책 내용을 쉬이 짐작할 수 없다. 더군다나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미국의 가상도시 이야기라는 걸 알았다면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역으로 제목 속에서 유쾌한 전쟁이야기를 상상했다면 낭패다. 이 책은 참혹한 전쟁 이야기도 혹은 반대로 유쾌한 전쟁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1930년대 한 마을의 소소한 일상을 다루고 있다. 내용을 알고 나면 ‘인생극’이라는 역자의 번역이 일면 수긍되다가도 너무 평온한 마을의 일상은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그 속에서 전사통지서를 전달하는 열네 살 주인공만이 유일하게 전쟁에 내던져진 느낌이다. 튀어야만 사는 세상, 소재도 내용도 너무 자극적인 것에 길들여진 우리에게는 다소 밋밋하지만, 그 잔잔한 일상이 때론 더 깊은 여운으로 남기도 한다. 정현아 광양 중마고 사서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