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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어린이 인문 깊게 읽기]미술치료, 아이를 들여다보기 위한 창 - 교육, 함께 고된 성장통을 견뎌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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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0-06 18:50 조회 6,60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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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스케치북 그림에 번진 상처를 어루만지다』
김태진 지음_어바웃어북_332쪽_2012.05.03
16,000원_교사・학부모_한국_교육

저자는 미술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점차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청소년 심리상담, 가족치료, 미술심리치료 등을 공부했다는 저자의 경력을 보건대 이 책이 최근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는 미술치료시각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입시위주의 파행된 교육과정운영, 한 줄 세우기식 교육으로 밀려 난 인성교육의 부재, 집단 따돌림과 낮은 자존감 등 총체적 난국인교육현장에서 미술이라는 큰 틀 속에서 아이들을 이해하고 문제를 찾아 접근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미술치료는 대안 중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엄격한 자기검열을 거치게 되는 글이 아닌 자유로운 선과 형태로 표현함으로써 아이들이 말할 수 없었던, 목 놓아 외쳤음에도 외면당했던 억눌리고 왜곡된 내면의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고 눈여겨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술치료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해석 능력이 부족한 경우 자칫 선무당이 사람 잡을 수 있는 까다로운 분야이기도 해서 많은 연구와 노력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이 책은 ‘나를 만나다’, ‘나를 사랑하다’, ‘나를 만들어 가다’ 세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단계별로 저자와 아이들, 아이의 내면,아이와 아이들이 서로 소통하는 과정으로 구성되어 아이들의 실명(또는 가명)과 함께 아이들이 만들고 완성한 구체적인 작품을 함께 싣고 있다. 첫 부분에서는 이 학교를 찾아온 아이들과 처음 만나는 저자의 경계의 벽을 허물기 위한 조심스러운 탐색전이 담겨 있다.

먼저 대표적인 투사검사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동적 집, 나무, 사람그리기(Kinetic House, Tree, Person Test)를 통해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고자 한다. 과학적 심리검사의 맹점이기도 하지만 이 검사만으로는 아이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어렵고 다층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므로 섣부른 진단은 지양되어야 한다.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며 아이들의 시선에서 이해하고자 했던 저자의 노련함을 결코 간과할 수 없겠지만 저자가 아이들의 작품을 보고 ‘~할(한) 것 같다’라고 염려 섞인 목소리로 아이들의 작품을 합리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부분에서는 어쩐지 의아함이 들었다. 아직 돈독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아이와의 심층적인 개인 상담을 통한 배경지식이 충분히 쌓여있지 않은 단계라면 꼬리표 붙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설픈 오지랖인데 ‘인제야 나를 만나는’ 아이를 이해하기 위한 많은 자료들 중의 하나로 그치는 게 더 낫지않을까.

그 밖에 저자가 소개한 활동으로 그림으로 하는 자기소개, 동적 학교생활 그리기(Kinetic School Drawing), 어항 속에 담긴 우리 가족 이야기 등이 있다. 스케치북과 색연필, 크레파스, 물감, 찰흙만이 주어졌을 뿐인데 그동안 그 답답한 교실에 갇혀 꾸역꾸역 단어를 암기하고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어대던 아이들이 맞나, 안쓰러울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날을 세운 상처 입은 아이들과 치밀한 탐색전은 나를 사랑하고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거쳐 철옹성 같은 단단한 벽에 가느다란 금이 생기면서 점점 허물어가기 시작한다. 저자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미술활동은 거창하게 창의성을 계발하고 표현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 도식적인 목표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에게 일탈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을 만나고, 분노하고 스스로와 화해하는 장을 마련해 주고자 하는 것이다. 경쟁이 아닌 공동 작업을 통해 서투르지만 타인과 소통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알려 주고자 하는 것이 저자가 의도한 것이다. 멋진 작품을 완성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자화상을 맞추고 찰흙 모형 집을 쌓고, 넓은 바닷가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어른들의 편견과 독선으로 생채기를 입고 끝으로 내몰렸던 아이들은 점점 치유되어 가고 회복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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