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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2-10 21:37 조회 6,66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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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축학 개론>은 같은 추억을 다르게 공유한 연인들의 재회를 그려내고 있다. 서로가 첫사랑이었음을 믿으면서도 남자는 자신의 가난으로 여자가 떠났다고 여겼고, 여자는 남자의 변심으로 그 마음이 떠나가 버렸다고 여겼다. 그 기억은 마지막에 지어진 건물처럼 새로 지어질 수 있었다. 얼마 전 특정 기억을 소거할 수 있는 약의 가능성에 대한 뉴스를 접했다. 기억의 저장에 관여된 단백질을 분해하는 약물을 투입함으로써 트라우마에 걸릴 만큼 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이 고통스런 회상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발견된 것이다. 이 달의 후보도서들을 보며 ‘기억’이란 키워드로 책들을 살펴보았다. 아내와의 여행에서 만난 예루살렘을 만화로 담아내어 호평을 받은 기 들릴의 책, 딸과의 추억여행에 얽힌 파리에서 보낸 연구소 생활에서 일상을 담아낸 재주 많은 아빠의 책, 들었던 음악의 선율을 찬찬히 짚어가며 회상과 연상을 이어가는 음악책까지 책이란 어쩌면 세월이 우리에게 남긴 기억의 모음집이 아닐는지. 매캐한 연탄 내음이 떠오르는 만홧가게의 침침한 조명을 떠올리며 만화목록 선정에 매진 중이다. 저널 독자 여러분에게 선보이며 또 다시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기다리며 이달의 기억모음집을 조심스럽게 내밀어 본다. 왕지윤 인천 경인여고 국어교사


굿모닝 예루살렘
기 들릴 지음|서수원, 맹슬기, 이하규 옮김|길찾기|334쪽|2012.08.10|16,000원|중・고등학생|캐나다|만화
이 책은 저자가 이스라엘에서 1년간 체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과 그 원인을 제3자의 시선으로 보여준 만화다. 버마와 북한의 이야기를 선보인 바 있는 저자는 이 작품으로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최고의 작품상’을 수상한다. 무슬림, 유대교, 기독교가 얽힌 예루살렘에 대해 다양한 볼거리와 생각거리를 제공했다는 의미다. 무종교인 저자는 제3자의 시각으로 어떤 편도 들지 않고 분리 장벽, 가자지구, 정착촌과 그곳에서 유배된 팔레스타인 민족의 일상을 보여줌으로 독자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북한에서 1년간 체류한 저자가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겨진 대한민국과 북한의 모습을 어떤 시각으로 담았을 지 궁금증이 생겨날 만큼 이 작품은 밀도감 있고 흥미진진하다. 예루살렘에서의 일상과 장벽을 주로 담았지만 가볍지 않은 이유는 분쟁의 원인을 바라보는 작가의 날카로운 시각 때문이다. 객관성을 담보한 르포 만화를 통해 깊이 있게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을 독자에게 선보일 국내 작가들의 선전도 기대해 본다. 이명옥 자유기고가


꼴라쥬 파리
이기진 글・그림|디자인하우스|363쪽|2012.07.30|15,800원|중・고등학생|한국|문화
2NE1의 멤버 CL의 아빠, 물리학과 교수, 그림 그리는 동화작가, 잡동사니 수집가 등. 모두 저자를 지칭하는 수식어이다. 처음에는 그중 가장 익숙한 ‘CL 아빠’라는 타이틀 때문에 이 책에 호기심을 갖게 되지만 곧 저자의 다양한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꼴라쥬 파리』는 저자가 파리 연구소에서 머무는 1년 동안의 기록으로, 관광지로서가 아닌 진짜 파리의 일상을 보여준다. 파리지엔의 사소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어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사진으로, 그림으로, 글로 담았다. 파리에서의 감정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 글마다 에필로그를 넣었다. 여기에 직접 찍은 사진과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은 생생함을 더한다. 일러스트는 주로 단순한 라인과 색을 사용했지만 디테일한 부분도 잊지 않았다. 딸과의 여행을 시작으로 산책, 골동, 책, 부엌, 카페 등 파리의 소소하면서도 다양한 모습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저자가 책을 쓴 목적의 절반은 분명히 달성된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도 언젠가 파리에 가서 일상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까. 조선혜 여주 세종고 사서


꿈꾸는 카메라
고현주 지음|네잎클로바|264쪽|2012.08.06|17,000원|중・고등학생|한국|사진
작가는 카메라에 꽃 같은 희망을 담고 싶다고 한다. 『꿈꾸는 카메라』는 가슴에 사랑의 꽃씨를 품은 소년원 아이들의 성장을 찍은 사진 이야기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마음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힘들지만 아픔까지도 드러내게 함으로써 서로 소통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영혼의 눈으로 찍은 사진과 상처를 드러낸 글이 읽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건 그 안에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토닥여 주고 싶은 마음이 책장을 천천히 넘기게 한다. 가만히, 무심히, 고요히, 깊이 보라는 말은 눈으로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 것도 마음을 다해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함을, 그리고 그것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길임을 알게 한다. “기억하고 찍고 다시 기억하고 찍고를 반복하는 동안 결핍이 그리움이 되고, 아팠던 기억도, 슬픈 기억도, 나쁜 기억도 다 녹여내 푸르른 청춘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라는 작가의 바람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은 언제나 우리의 미래이니까. 그들이 꽃 같은 희망이니까. 진연후 자유기고가


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
김조광수, 김도혜 지음|알마|316쪽|2012.06.20|16,500원|중・고등학생|한국|영화・인권
이 책은 최근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라는 첫 장편영화를 연출한 김조광수 감독을 영화 프로듀서 및 제작본부장으로 일하는 김도혜 씨가 인터뷰해서 엮은 책이다. 동성애자 김조광수 감독의 성 정체성 혼란 및 동성애적인 연애담보다는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고 그 이유로 감옥에 수감됐었던 학생운동가로서, 독립영화・상업영화・퀴어영화(동성애자를 비롯한 성 소수자들을 다룬 영화) 등의 다수의 영화를 제작・기획했던 영화제작자로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 지지 등에 앞장서는 인권운동가로서의 김조광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중점적으로 다룬다. 김조광수 감독은 “게이도 자기 일 잘하고 명랑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김조광수와 영화계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보수적인 시각으로 동성애자들을 배척하며 살고 있는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우리는 이성애자로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이보라 전남 담양고 사서교사


모차르트 오마주
김미경 지음|서해문집|272쪽|2012.05.30|12,900원|중학생|한국|에세이
음악과 그림, 그리고 따뜻한 시가 함께 있어 마음에 잔잔한 일렁임을 주는 풍경. 그런 것이 있다면 바로 이 책, 『모차르트 오마주』가 아닐까. 국어교사인 저자는 자칫 어렵고 지루한 클래식으로 치부될 수 있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감수성 어린 언어로 읽어준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틀어놓은 채 그녀의 이끌림에 따라 글을 읽다보면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음악에서 그림처럼 섬세한 언어가 그려진 시로, 시처럼 마음에 박혀오는 거장들의 회화로, 그리고 다시 모차르트의 음악으로 쉴 새 없이 예술의 영역을 넘나들며 여행을 하게 된다. 음악과 함께 책 한 권을 다 읽고 난 뒤에는 가만히 앉아 모차르트의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는 미술관에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책 말미에는 모차르트의 연보도 함께 실려 있어 대표곡의 작곡 시기와 함께 그의 생애를 한눈에 정리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음악을 직접 찾아 들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는 까닭에 책과 함께 음악파일이 제공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민희 자유기고가


아티스트의 스케치북
줄리아 로스먼 지음|이지선 옮김|아트북스|192쪽|2012.08.01|17,000원|중・고등학생|미국|미술
이 책에 소개된 화가,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 그림책 작가 등 44인의 스케치북은 그들의 아이디어 보관창고이자, 일기장이며, 작품을 위한 기초 작업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다. 완성된 작품이 아니어서 더 발랄하고 재치 있는 스케치북 속 작업은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이들에겐 새로운 창작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며,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만큼 개성 있고 창의적이다. 작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흐름도 접할 수 있다. 다만 보는 재미보다 읽는 재미는 덜 해, ‘번역에 좀 더 공을 들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시간은 잘도 흘러간다. 가는 시간을 잡아 두기 위해 어떤 이는 사진을 찍고 어떤 이는 글로 남기지만 책 속의 작가들은 그림으로 그들의 생각과 느낌을 기록한다. 아티스트들의 스케치북은 숨어 있는 창작의 본능을 꿈틀거리게 한다. 서툴지만 우리도 우리가 보낸 시간의 흔적을 오롯이 남긴 작은 스케치북 하나 갖고 싶게 한다. 박혜경 국립전통예술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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