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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2-10 21:31 조회 8,051회 댓글 0건본문
서평에 쓸 책을 고르다 보면 좋은 책이 많아서 기분 좋을 때도 있지만, 반대인 경우도 있다. <학교도서관저널>에 온 책으로는 부족해서 서점에 들르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신간을 검색하기도 한다.
이럴 때, 아는 사람이 책을 보내오면 정말 반갑다. 과학, 환경 분야는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책들이 많이 출판되지 않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밀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웬만하면 서평을 써주려고 한다. 하지만 책 수준이 떨어지는데 서평을 쓴 적은 없다. 추천하는 데 있어서 윤리의식이 추천위원들에게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런데 기준을 아무리 세밀하게 세워 놓아도 그 기준대로 선정하기는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잣대로 고르다가 마지막에는 마음 깊은 곳에서 들리는 양심에 비추어 본다. ‘내가 만약 <학교도서관저널> 독자라면 어떨까?’ 서평을 보고 책을 샀는데 엉망이라면 정말 화가 날 것이다. 더군다나 내가 그 책에 관련된 사람들과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면? ‘휴, 맞아. 양심을 지켜야 해.’ 우리는 오늘도 다짐을 한다.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만약, 가족이 책을 썼다면? 아니, 내 자식이 책을 썼다면? 설상가상으로 그 책이 엉망이라면? 생각만 해도 어지럽다.
청소년 인권 변호사 강지원 씨가 대선에 출마한다고 한다. 강변호사의 부인은 대법관이다. 그녀는 논란을 없애기 위해 대법관을 그만둔다고 한다. 내 식구가 쓴 책으로 서평을 쓰게 된다면 나도 강변호사처럼 작업을 그만두어야 할까? 신문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잡생각 한 줄 쓴다. 이수종 서울 성사중 과학교사
과학편집광의 비밀 서재
릭 베이어 지음|오공훈 옮김|알에이치코리아|335쪽|2012.07.10|13,500원|중·고등학생|미국|과학사
발명은 누군가의 필요에서 시작되지만 그 결과는 때로 세상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과학편집광의 비밀 서재』에는 과학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유명한 릭 베이어가 모은 다양한 과학적 발견과 발명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우주의 신비를 설명하고 싶어 성경을 연구했던 뉴턴 이야기나 찰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항해를 처음 시작하게 된 사연, 아인슈타인이 발명했다는 냉장고와 보청기 이야기가 흥미롭다. 발견과 발명의 결정적 순간들이 유명 과학자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얼음판에서 스케이트를 타느라 귀가 시려 철사와 털실과 탄력 있는 금속 테로 귀마개를 만들게 된 열다섯 살의 소년에서부터 값비싼 겨울 코트를 구김 없이 걸려고 철사 옷걸이를 만들었던 회사원, 배가 모래톱에 걸렸을 때 배를 쉽게 띄우기 위해 잠수함의 원리를 생각해낸 링컨 대통령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열정과 노력으로 이런 순간들을 만났다. 또한 세계적인 작가 마크 트웨인이나 권투선수 잭 존슨이 냈던 특허에 관한 얘기도 있다. 에피소드는 거의 100개에 이르지만 두세 쪽 정도의 짤막한 얘기들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유효숙 대학강사. 과학교육
물리학을 낳은 위대한 질문들
마이클 브룩스 지음|박병철 옮김|휴먼사이언스|360쪽|2012.06.26|18,000원|고등학생|영국|물리학
미래 사회가 원하는 인재는 좋은 답을 구하는 사람보다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다. 좋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은 모든 사물이나 현상을 새롭게 보게 만든다. 이 책은 물리학에서 주로 관심을 갖는 스무 가지의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다. 물리학자들은 어떤 질문을 하는지, 또 이에 대해 어떻게 답하고 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물리학이 어떤 연구를 하는 학문이며, 그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뉴턴은 사과가 왜 아래로 떨어지는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인류는 중력의 개념을 생각하게 되었고, 이것이 우주를 관장하는 힘 중의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력은 질량과 에너지로 연결되고, 이들은 시공간을 휘어지게 할 수 있다는 상대성이론으로 확장된다. 지금도 중력의 본질을 탐구하는 물리학자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 밖에도 시간이란 무엇인지, 빛이란 무엇인지, 실체의 진정한 본질은 무엇인지 등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 존재하는 근본적이고 다소 철학적인 질문들을 제기하는 것 또한 물리학이다. 칼 세이건이 말했던 것처럼 지금도 우주에는 우리가 밝혀주길 기다리고 있는 믿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여러분은 어떤 질문을 던져 보고 싶은가? 유효숙 대학강사. 과학교육
베이츠하늘소의 파랑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이동희 옮김|파이카|312쪽|2012.07.25|13,000원|중학생|일본|생태
생물학자는 어떻게, 왜 생물학자가 되었을까? 일본의 저명한 분자생물학자이자 대중적인 과학서를 써내고 있는 저자는 베이츠하늘소의 선명한 파란색 등판을 마주했을 때의 ‘경이로움’이 자신을 평생 생물학자로 살게 했다고 말한다. 선명한 칠흑의 반점이 박힌 벨벳 같은 등판과 길고 우아한 더듬이를 가진 베이츠하늘소는 어느 해 여름, 졸참나무 숲에서 저자의 눈앞에 나타난 이래 글쓴이를 자연의 아름다움을 축복하는 학자로 살아가게 한다. 곤충이라면 사족을 못 쓰던 ‘곤충소년’이 생물학자로 성장해 가는 과정과 연구 생활 및 화제가 된 사건이나 유행, 또는 신변잡기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이 책을 통해 ‘꿈’을 이루어 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겸손하게도 저자는 나이를 먹어서도 계속 좋아하는 무엇인가 한 가지가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좋아하는 그 무엇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준다고 말한다. 과학적인 지식과 더불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것을 즐기는 학자의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책이다. 김정숙 서울 전동중 국어교사
생물학의 역사
쑨이린 지음|송은진 옮김|더숲|280쪽|2012.07.23|14,900원|고등학생|중국|과학
중등과학교사 1정 자격연수 때였다. 사실 오랜만에 듣는 강의라서 기대를 했는데, 재미도 없고 지루하기만 했다. 그러던 중 나를 ‘확!’ 깨우는 강의가 있었다. 유명 대학교수도 아닌, 평범한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는데 과학사를 전공했다고 했다. 과학 개념을 역사와 곁들여 재미있게 강의했다. ‘아, 아보가드로 법칙을 저렇게 가르치면 되는구나!’, ‘아, 운동법칙을 갈릴레이가 죽을 뻔한 이야기로?’ 등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을 과학 수업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중국인 저자가 쓴 이 책은 교사에게는 수업에 아주 유용하게 이용되고, 고등학생에게는 생물을 포괄적이고 재미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우주 개발을 보면 중국 과학기술이 이미 우리를 넘어섰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런 기초 분야까지 발달한 것을 보면 우리는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인의 특징이 들어나 있는 것이다. 중국 창조 설화와 한자로 설명을 곁들이고 있고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인용하고 있어 사회주의 국가 티를 내고 있다. 이수종 서울 성사중 과학교사
수학 시트콤
크리스토프 드뢰서 지음|전대호 옮김|이우일 그림|해나무|336쪽|2012.06.04|15,000원|중・고등학생독일|수학
이 책은 시트콤이라고 하면 ‘~ 하이킥’이 생각나는 내게 수학과 시트콤을 어떻게 연결해갔을까 하는 궁금증을 일으켰다. 1부는 수상한 확률과 통계, 2부는 대수학의 역습, 3부는 해석학의 유혹, 언저리의 기하학을 다루고, 각 부는 ‘주유소 살인사건’, ‘결혼문제’, ‘위조된 논문’, ‘계산으로 이기는 선거’, ‘남자들의 꿈’, ‘맨해튼 거리에서’ 등 모두 17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시트콤 제목 같은 각 장을 펼치면 재미있는 사건이 소설처럼 전개되고 그 사건을 해결할 단서로 수학이 필요해진다. 단순히 벤포드의 법칙, 한붓그리기, 비례식, 피타고라스의 정리, 로그함수 등의 수학 내용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 수학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수학이 정말 우리 생활에 필요한 학문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통계의 허점에 대해 생각해보고, 더 멋진 애인을 만날 확률을 구해보고, 여자의 다리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거리를 삼각함수의 극댓값으로 계산해보고, 끔찍한 교통정체를 연립일차방정식으로 풀어 해결해나가다 보면 수학이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것임을 느끼게 해준다. 각 이야기 끝에 덧붙여진 ‘클로즈업 수학Q’ 문제들도 학교에서 배운 수학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것이기에 도전해보는 재미를 준다. 김희경 서울 상암중 수학교사
진정일 교수, 詩에게 과학을 묻다
진정일 지음|궁리|261쪽|2012.07.30|13,000원|고등학생|한국|과학
요즘은 교육에도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Mathematics)이라고 하여 융합인재교육이 대세다. 과학기술·공학·예술 분야 전문가와 학교 현장의 경험이 풍부한 교사로 연구팀을 구성하여 보다 창의적인 학생을 키우자는 취지인데 융합인재교육은 두고라도 책에서 만나는 과학과 시의 융합이 뜻밖에 신선하다. 액정 고분자의 세계적 개척자라는 저자는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시도하면서 시에 나타나는 과학적 현상을 분석한다. ‘시와 과학의 공통점은?’이라는 질문에 저자는 ‘창조’라고 대답한다. 시는 인간의 마음을 가장 함축된 언어로 표현하는 문학작품이고 과학 술어는 자연의 법칙을 담고 있는 가장 짧은 단어라는 게 답의 이유다. 저자는 여러 시인의 작품을 인용하면서 작품에 담긴 과학 용어를 분석하는데 과학 현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시가 담고 있는 감정의 고갱이를 더욱 명료하게 만드는 과학적인 지식을 오랜 세월 과학에 몸담은 학자답게 풍부하고 매끄러운 말로 전하고 있다. 김정숙 서울 전동중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