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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청소년 인문 깊게 읽기]100여 년간 광장시장을 지키며 꿈을 키우고 그 꿈을 이루어온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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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2-10 21:27 조회 7,14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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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 이야기』
김종광 지음|샘터|278쪽|2012.07.10|14,800원
중・고등학생|한국|경제・사회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지 20여 년이 지난 나에게 서울은 이제 제2의 고향이다. 사람들은 크게는 나라에서부터 자신의 지역, 고장, 동네 곧 땅에서 각자의 삶을 영위하며 살아간다. 또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 대해 아련한 향수 같은 것을 느끼며 늘 본향을 찾듯이 고향을 찾아간다. 자신의 뿌리를 찾듯이 그 땅의 정체를, 고향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이 책은 그러한 부류의 책이다. 광장시장의 처음 발생 내역에서부터 근대사의 흐름에 따라 어떤 일이 있었는지, 또 그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서민들의 여러 인생사 이야기를 옴니버스 소설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낸 이야기책이다. 역사적 고증과 사실, 풍부한 자료가 함께 어우러져 읽는 이로 하여금 전혀 지루하지 않게 구성되어 있다. 더구나 15가지의 소설에서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마치 우리 옆집의 아저씨, 내가 알고 있는 고향의 어느 아줌마 이야기처럼 정겹게 그려져 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산 증인이기도 한 광장시장,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 민주화운동, 새마을운동 등 현재까지 모든 역사적 순간들을 끌어안아 온 광장시장에 대해 우리는 그동안 어떤 의미를 부여해 오고 있었을까.
“왜놈들이 종로로 들어오는 것만은 기필코 막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먼저 종로에 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진고개 일대는 이미 일본 땅이 되었습니다. 남대문로는 물론 구리개 일대까지 먹혀들었습니다. 우리는 종로만이라도 지켜야 합니다. 청계천 이북으로 종로와 이현(배오개)을 잇는 상권을 계획해야 합니다. 일본 상권이 청계천을 건너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우리의 새로운 상설시장은 종로와 이현을 잇는 중심에 위치해야 합니다.” (33~34쪽)
일제의 갖은 술수와 탄압에도 시장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온 데에는 재래시장 상인들의 의지와 정부의 은밀한 후원이 있었음을 자료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특히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손에 잡힐 듯한 비교적 가까운 시대의 여러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광장시장 밥순이가 되어 밥상쟁반을 이고 배달하며 번 돈으로 헌책방에서 시집들을 사고 습작을 하며 서서히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밥순이 시인 이야기는 시로써 밖에 저항할 수 없는 그 시대의 상황과 광장시장에 대한 모습이 어우러지며 잔잔하게 그 당시를 회고하게 한다. 광장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생을 담아낸 만화와 광장시장을 홍보하는 만화 등 광장시장 이야기로 만화가의 꿈을 이루어 가는 대학생 만화가 이야기, 광장시장 곳곳을 알뜰히 뒤져 자신에게 맞는 개성 있는 스타일을 추구하는 구제옷 마니아 이야기, 수차례 고비를 맞을 때마다 장사를 하며 실패해도 결코 광장시장을 떠나지 않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며 가게를 지켜온 사람들, 그리고 그 가업을 이어가는 사람들 이야기가 그곳에 있었다.

또한 청소년 전태일과 광장회사 직원의 우정담 이야기, 1967년 체코 세계여자농구 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여자 농구팀과 광장시장과의 뗄 수 없는 눈물겨운 이야기는 그 전후 사연을 유쾌하면서도 뭉클하게 담아냈다. 광장상가에 수십 년 동안 세 들어 있었던, ‘광장카바레’를 중심으로 춤을 추는 사람들 이야기 등 우리나라 대표 재래시장 광장시장 안에 서민들의 작은 행복과 눈물과 한숨과 가슴 아픈 작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연들이 담겨 있다.



모두가 최첨단화, 대형화, 고급화를 외치며 싹 뜯어 엎고 더 크게 더 예쁘게 더 특이하게 짓고 포장하는데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오래된 방식 그대로 가장 늦더라도 가장 자연스럽게 변화하려는 것, 그곳이 광장시장이다. 그리고 그 광장시장의 주인들은 ‘가장 무식한 방법이 가장 현명하다’고 믿는 사람들이다.(164쪽)

사람과 사람이 정을 나누고 좀 무식해 보여도 옛날 방식을 고수하며 인정이 넘치는 장사로 가고자 하는 재래시장 서민들의 의지가 있는 곳이 광장시장이고, 그러했기에 지금까지 100년이 넘는 세월을 꿋꿋하게 지켜오지 않았을까?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도시인들은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고장에 대해서조차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 고층 아파트들이 빽빽이 들어선 이곳도 개발되기 이전에는 어떤 사람들이 울고 웃으면 살았는지, 또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을지, 지금의 내 이웃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사랑을 하며 살고 있는지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여기 이 땅 위에 고스란히 묻혀 있을 것 같았고, 그 이야기들을 발굴해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서로의 가슴 속에 묻어둔 그 이야깃거리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어 같이 나누고 싶은 마음이 불현듯 이는 것이다. 이것이 문자화된 글의 위대함이 아닐까? 자신의 삶 속에만 갇혀 있지 말고, 그것을 풀어내고 그 이야기를 통해 서로 다른 삶들이 연결되어 더 큰 삶의 교향곡으로 심포니를 만들어가는 화음을 듣고 싶은 것이다.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는 그런 메아리들이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아스팔트길을 걸으며, 창으로 비춰 나오는 저 수많은 불빛 속에서 피어나는 많은 이야기들을 찾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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