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청소년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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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2-10 21:21 조회 6,118회 댓글 0건본문
추천도서를 꼽노라면 어른이 읽고 싶은 책과 청소년이 읽고 싶은 책은 분명 다를 거라는 생각을 한다. 누가 읽어도 삶에 도움이 되고 힘을 주는 책을 고르고 싶다. 이번 달엔 제법 진지한 작품이 많다. 마음 같아선 어떤 책이든 재미있게 보아주면 좋겠다. 다 소개할 순 없지만 추천하기에 무리가 없는 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영국의 인기 작가 닉 혼비가 극찬한 『갈까마귀의 여름』(데이비드 알몬드, 비룡소)은 다양한 환경에서 자란 소년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간 속에 내재된 선과 악의 모습을 파헤친다. 『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김선우 외, 단비)는 제주 강정마을 사태를 열세 살 아이의 눈으로 담아낸 동화책이다. 올해 초 방문한 강정마을은 생각보다 무척 아름다운 곳이었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작가들이 힘을 모아 작품을 썼다. 『맨홀』(박지리, 사계절출판사)은 2년 전 『합체』로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가의 신작이다. 우연히 살인 사건에 연루된 소년을 통해 복잡한 내면을 현실감 있게 나타내며 실체를 알 수 없는 인생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이찬미 인천 삼산도서관 사서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시마다 소지 지음|김소영 옮김|두드림|310쪽|2012.07.27|13,500원|중・고등학생|일본|소설
셜록 홈즈의 61번째 사건 파일이 등장한다. 제목만으로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책이다. 특히 홈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나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권할 만하다. 작가인 시마다 소지는 실존인물인 나쓰메 소세키가 쓴 『런던 비망록』과 왓슨의 것으로 짐작되는 미발표 원고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실감나게 풀어 나간다. 런던에 등장한 미라, 하룻밤 사이에 미라가 된 킹즐리를 홈즈는 어떻게 보았을까! 글을 읽다보면 나쓰메와 왓슨의 시점이 교차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같은 상황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사건을 추리하는 재미가 있다. 탄탄한 구성과 사실적인 상황 설정 그리고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추리소설 특유의 마력이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한다. 홈즈와 왓슨 그리고 실존 인물 나쓰메가 함께 풀어가는 런던 미라 살인 사건의 결말을 빨리 확인해 보기 바란다. 배영태 용인 포곡고 국어교사
내가 사랑한 여자
공선옥, 김미월 지음|유유|276쪽|2012.07.20|12,000원|중학생|한국|에세이
중견 작가 공선옥과 젊은 신예 김미월 작가가 사랑한 25인 여자들의 이야기다. 그녀들은 왜 굳이 여자들만 사랑하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남자의 뒤에 설 수밖에 없었고 그보다 한참 뒤에 시작할 수밖에 없는 차별의 대상이었던 여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예술가, 작가, 철학자, 혁명가, 가수, 과학자, 기생 등 ‘온전한 나’의 삶을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여자들 앞에 놓인 벽을 조금씩 허물어 준 여자들이다. 그녀들의 삶을 그대로 따르라고는 못하겠다. 대부분은 불행한 삶을 살았다. 있는 듯 없는 듯 세상에 순응하며 살 수도 있었지만 ‘나’를 죽이면서 살 수 없는 여자들이었다. 차라리 그런 삶은 진짜 죽은 것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약자를 위해 헌신하는 고운 심성만큼 아름답게 산 여자도 있다. “개인의 자유분방함을 뛰어넘어 인류의 자유를 위해 헌신하는 자유를 누렸다고 할까.”(61쪽) 다니엘 미테랑에 대한 평처럼 그녀들의 삶이 우리에게 빛과 소금이 되고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예주영 서울 숙명여고 사서교사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서정홍 지음|보리|156쪽|2012.07.16|10,000원|고등학생|한국|시
시집을 읽는 재미 중 하나는 아무 데나 펼쳐 읽어도 된다는 거다. 책갈피가 필요 없다는 말. 하지만 경남 합천 황매산 기슭에서 생태학교를 운영하며 농사를 짓는 시인의 시를 읽고 나면 소설을 읽은 듯하다. 시인의 두 아들은 독립했고 아내와 농사를 짓는데 아내조차 없는 날은 감나무 가지 위 까치랑 친구 되어 밥을 먹는다. 산밭에 갈 때 괭이자루 끝에 고추잠자리가 앉으면 사뿐사뿐 걸어가고,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에 돈 많은 친구에게는 자랑 좀 하지 말라는 시를 쓴다. 누렇게 익어 가는 호박 앞에서는 나도 저렇게 모난 데 없이 늙어가고 싶다 말하고, 사람이 그리워 새벽녘에 시를 쓴다고 한다. 일곱 살 구륜이와도 친하고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와도 친하다. 그리고는 내가 농사지은 쌀로 밥을 해먹으면 저절로 착해진다고 한다. 시는 쉽고 시인의 생활은 자연스러워 읽는 내내 편안했다. 삶에서 무르익은 시를 읽다 보니 시인이 궁금해져 막걸리 잔치로 이름 붙인 작가와의 만남을 신청했다. 김광재 학교 밖 독서지도
사진아 시가 되라
주상태 지음|리더스가이드|260쪽|2012.08.10|12,000원|중학생|한국|시
요즘 같은 시대에 시인도 아니면서 꾸준히 시를 쓰고 남들에게 스스럼없이 보여주며 해맑게 웃는 이가 또 있을까. 내가 만난 주상태 선생님은 그랬다. 알고 보니 새내기 교사 시절부터 20년 간 시 교육을 해왔다. 국어 수업의 일부라서 한 게 아니라 진심과 힘을 다해 집중했다. 아직 초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학생들과 뛰놀고 이야기하며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시를 알려주려고 했다. 이 책은 자칭 닭털주 선생님이 아이들과 만든 시집이다. 무엇보다 사진을 무기 삼아 쉽게 시 짓는 방법을 소개했다. 또 시란 무엇인지 선생과 아이의 대화 형식을 통해 풀어냈다. 아이들이 사진을 보고 직접 쓴 시는 다양한 감성의 차이를 보여준다. 같은 사진을 두고 제각각 다른 시도 보인다. 청소년을 보면 가끔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감동을 받는다. 끼적거린 메모나 일기처럼 마음을 터놓고 쓴 시들에서 요새 아이들이 보인다. 귀엽고 솔직하며 유치하고 진실하다. 컬러 제본이 아니라 아쉬움이 남지만 선생님의 변함없는 열정과 탁월한 아이디어가 담긴 의미 있는 책이다. 이찬미 인천 삼산도서관 사서
제2우주
선자은 지음|자음과모음|236쪽|2012.07.25|10,000원|중・고등학생|한국|소설
제2우주라는 제목과 평행우주론, 빅뱅 실험, 집 안의 최첨단 실험실 등의 요소는 이 책을 SF 장르라고 여기게 한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이 책은 사춘기 소녀가 ‘나는 누구인가?’, ‘과거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라는 철학적 질문을 통하여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성장소설이다. ‘왕재수’ 같은 아버지와 단둘이 살면서 온갖 불만을 품고 살던 주인공은 우연히 공간 이동을 통하여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 처음에는 그 세계를 벗어나려 애쓰지만, 점차 그 세계의 매력에 빠져든다. 하지만 예정된 결과는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편으론 또 다른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면서 주인공은 결국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하여 주인공은 자신이 살던 세계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깨닫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어쩌면 주인공처럼 현재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고 살고 있을 사람들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주는 책이다. 또한 추리형식의 구성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흥미를 잃지 않게 해준다.
박병배 영남사이버대 강사
첫사랑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이유림 옮김|양철북|252쪽|2012.07.17|9,500원|중학생|독일|소설
『구름』의 저자가 아니었으면 제목만으론 흥미가 가지 않을 책이었다. 2차 대전이 배경인 이 작품은 한니라는 독일 여자아이와 프랑스 전쟁 포로와의 사랑이야기다. 마치 나쁜 짓을 저지르는 부모를 지켜봐야 하는 자식처럼 전쟁을 일으킨 나라의 국민들이 갖는 두려움과 원망, 그리고 슬픔이 진하게 배어있다. 달콤하지도 풋풋하지도 않은, 가슴이 싸하고 묵직한 이들의 첫사랑이 그 어떤 반전의 글보다도 강력하게 전쟁의 비극성을 느끼게 해준다. 전쟁은 일상의 사소한 기쁨조차도 철저하게 없애버리고 전쟁 중에도 전쟁이 끝난 후에도 사람들을 죽게 한다. 한니는 아버지와 큰오빠를 전쟁 중에 잃고 막내 동생 알프레드는 전쟁 후유증으로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한니는 전쟁이 있는 나라에 태어난 죄로 황폐해져 가는 마음을 안고 평생 살아간다. 프랑스에 돌아간 필리프는 전쟁이 끝나기만 하면 한니를 찾을 생각이었지만 너무 지친 나머지 뒤로 미루어졌다. 이렇게 전쟁은 사랑도 인생도 계획도 다르게 흘러가게 한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강애라 서울 대치중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