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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2-10 21:08 조회 5,848회 댓글 0건본문
새로운 책을 만날 때 ‘이거다’ 싶은 책은 주로 시리즈로, 예전에 소개한 책들이다. 기획 의도는 참신하지만 편집이나 그림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경우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회, 문화, 역사 분야 책들은 주로 시리즈로 발간되는 경향이며 새로이 개정판으로 출간되지만 ‘개정’이라 표기되지 않은 책들이 많아 살펴보고 선정하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연암 박지원』(배봉기, 산하)은 그런 이유로 제외했다. 『어슬렁어슬렁 동네 관찰기』와 『엉뚱한 머리카락 연구』는 소소한 일상에서 경험하고 관찰하는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울 것 같아서 ‘깊게 읽기’ 책으로 선정했다. 『백발백중 우리 민족 활시위를 당겨라』(김형국, 마루벌)는 내용과 그림체는 무난하지만 설명과 자세한 그림이 달라 아쉽고 『종이는 힘이 세다』(남궁담, 현암사)는 종이의 역사와 역사 속의 종이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의도와는 다른 내용 전개로 제외했다. 초등학생의 책 수준이 나날이 높아지고, 대상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출판경향도 눈에 띈다. 『노자 할아버지 같이 놀아요』(정현주, 학고재)는 제대로 된 노자를 만나는 즐거움을 갖기를 바라며 선정 과정에서 뺐다. 좀 더 다양한 책들을 만나서 한 번 소개된 시리즈 외에 책을 선정하는 즐거운 고민에 빠지게 되길 기대해 본다. 허지연 길꽃어린이도서관 책밭매기독서클럽
땅에서 찾고 바다에서 건진 우리 역사
김영숙 지음|송진욱 그림|책과함께어린이|152쪽|2012.07.31|11,000원|가운데학년|한국|역사
박물관에서 유물을 그냥 눈으로 지나치다가, 도슨트 해설을 들으면 아하~그랬구나 하면서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 유물이 어떻게 발견되어 박물관에 오게 되었는지 속사정 이야기를 듣는다면 어떠할까. 예전에 『쉿, 우리 집 밑에 백제가 살아요』를 썼던 작가가 고고학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전곡리 주먹도끼부터 조선시대 회곽묘 미라까지 13개의 유물 발굴 이야기가 실려 있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유물 발굴 과정에서 만화적 요소를 가미하였다. 게다가 편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입말체로 되어 있어 수월하게 읽어나갈 수 있겠다. 발굴노트에 정보까지 담고 있어 재미와 유익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듯하다. 그저 과거의 유물일 뿐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을 터이다. 허나 복천동 고분군에서 발견된 철제 갑옷이 임나일본부설을 잠재우기도 했다 한다. 과거의 흔적을 찾아 나선 고고학자들의 열정이 오늘날의 역사를 바꾸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 변영이 길꽃어린이도서관 책밭매기독서클럽
만화로 만나는 다산 정약용
김한조 지음|한수자 그림|소금창고|102쪽|2012.07.25|9,000원|높은학년|한국|인물
올곧은 성품의 정약용 뒤로 익살스럽게 보이는 인물들이 다소 궁금해진다. 만화로 만나는 인물 이야기라 하니 내심 기대가 되는데… 어! 그동안 봐왔던 딱딱한 인물의 일대기가 아니다. 잔잔한 수묵화를 감상하듯 붓으로 그려낸 점도 신선하고. 이야기는 정약용이 1801년 신유박해 사건으로 18년간의 긴 유배길에 오르는 데서 시작한다. 유배지에서 만난 사람들을 중심으로 다산의 가르침과 그들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전하고 있다. 이야기를 간결하게 처리하는 만화의 특성과 수묵화의 여백의 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으며 칸칸이 다 담지 못한 내용은 ‘교실 밖 역사 수업’으로 갈음하고 있다. 올해는 다산 정약용이 탄생한 지 2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 기념인물’로 선정된 해이기도 하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제자들을 양성하고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그 큰 가르침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보자. 김경란 서울 양재초 사서
명태를 찾습니다!
주강현 지음|김형근 그림|미래아이|52쪽|2012.08.20|11,000원|모든학년|한국|인문그림책
추운 겨울 덕장에 걸린 명태와 지게 가득 등짐을 명태 박스로 채운 장사꾼의 희미한 미소가 눈에 들어온다. 내 어릴 적 기억 속에 명태는 겨울 간식으로 애용했을 정도로 풍부했었다. 호호 불며 먹던 동태탕과 코다리를 간장에 졸여 먹던 맛. 그리고 명란젓이 들어간 짭짤한 달걀찜. 추운 겨울 꼬들꼬들 적당하게 마른 코다리를 칼로 다듬어 초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어주시던 아버지의 손맛은 추억의 맛이 되었다. 이 책은 배 한 척을 채울 정도로 쌓여 산태라고도 불렸던 국민 생선 명태 이야기를 풀고 있다. 이름의 유래, 습성, 낚시방법을 설명하고 상태에 따라 노가리, 동태, 북어, 코다리 등 이름이 다르니 재밌다. 그림은 수묵화풍으로 과거 흑백사진을 보는 편안함도 있지만 쓸쓸함이 묻어난다. 버릴 게 없는 명태에 쏟은 사랑이 과하여 생긴 인간의 욕심으로, 이제는 우리 바다에서 보기 어려운 생선이 된 명태. 우리는 왜 명태를 기다리는가? 밥상에 둘러앉아 명태와 더불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은 덤으로 얹어본다.
허지연 길꽃어린이도서관 책밭매기독서클럽
세종의 비밀 프로젝트, 훈민정음 파헤치기
권기경 지음|엄영순 그림|지경사|107쪽|2012.07.30|8,500원|높은학년|한국|역사
동생이 하는 게임을 들여다봤더니 녀석이 채팅창에 ‘ㄱㄷ’ 하고 자판을 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그 뜻을 물으니까 그것도 모르냐는 표정으로 대꾸한다. “기다리라고, 기달.” 학생들은 줄임말을 쓰고, 가게에서는 물건에도 존칭을 쓴다. 한글이 병들고 있다. 이 책은 훈민정음의 과학적 원리뿐만 아니라 세종의 이야기를 비롯한 훈민정음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자세히 담았다. 훈민정음에 대해 알고 나니 저절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훈민정음 과거 시험, 연산군의 훈민정음 탄압, 한글 시와 소설 등 훈민정음을 통해 보는 조선 역사도 재미있다. 우리글에 대한 책인데, 책 이름에 영어가 들어가고 내용에 한자어를 많이 쓴 점이 아쉽다. 어린이 인문 분야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책이라 부담스럽게 여길 수 있으니, 동화 『세종대왕이 숨겨둔 비밀 문자 훈민정음 구출 작전』도 함께 읽는 건 어떨까. 잘 알고 나면 자연히 귀하게 여기게 된다. 우리 아이들이 훈민정음에 대한 책을 꼭 읽어야 하는 까닭이다. 김수정 서울 장안초 교사
으스스한 그림여행
엘리자베스 뉴베리 지음|이순미 옮김|소년한길|24쪽|2012.06.20|12,000원|낮은학년|영국|예술
학교도서실에선 가끔 “무서운 책 찾아주세요.”라고 하는 아이들을 만난다. 재미있는 책을 알려 달라는 것과 함께 가장 많이 듣는 주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사서가 되려고 왜 무서운 이야기를 읽고 싶어 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무섭다고 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노력했다. 막상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나면 한동안 무섬증이 들어 힘들어 하기도 하는, 이 웃기는 녀석들에게 귀신이 나오는 이야기, 전쟁이야기, 악마적 심성의 주인공 혹은 괴물이나 맹수가 등장하는 이야기 등을 소개했는데 이제 이 아이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책이 한 권 더 늘어서 반갑다. 이 책에는 지금까지 알아낸 무서운 이야기가 유명 화가의 그림과 함께 등장한다. 똑같은 것을 보면서 누구는 무섭다 하고 누구는 무섭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무섭다고 느낄 수 있는 것도 뭔가를 알아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림과 함께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 그림들이 왜 무서운 그림인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신정화 서울 삼광초 사서
파라오가 될래, 미라를 만들래? 고대 이집트의 별난 직업 100가지
크리스틴 부처 지음|마사 뉴비깅 그림|정수연 외 옮김|시공주니어|96쪽|2012.07.19|9,500원|가운데학년
캐나다|역사문화·직업
아이 콜(eye kohl)이 미용뿐만 아니라 햇볕과 파리가 옮기는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니, 이 책은 이집트인들의 생활과 문화를 다양한 직업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장애인, 노약자와 같은 소외 계층까지 사회 안으로 편입시키려고 노력했다는 이집트 고대사회는 선택의 폭이 크지 않았음에도 직업의 종류와 하는 일이 세분화되어 있었다. 파라오의 오른쪽 부채 담당관, 나일강에서 일하는 세탁부, 갈대 베는 사람, 붉은 땅에서 일하는 채석공, 물지게꾼 등 피라미드의 맨 아래 계층에서 고된 일을 담당했던 하인과 노예들까지 소개하고 있어 당시 이집트 사회 곳곳 구성원들의 삶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많은 직업을 소개하려고 했기 때문에 분류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이 되지만 당시가 피라미드형 사회체제였음을 감안하여 소개를 계층적으로 구성하거나 아니면 장소(나일 강, 사막, 신전 등) 중심으로 소개하는 등 좀 더 일관성을 갖추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한지연 서울 삼광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