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새책 청소년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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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1-06 19:44 조회 6,705회 댓글 0건본문
지난 8월 막걸리 잔치에서 만난 서정홍 시인(『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은 17년 전에는 노동자였고 지금은 농부인 자신이 쓴 시를 책으로 내준 출판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북콘서트에서 작가가 출판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모습은 인사치레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순간에는 진심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독자로서는 어떤 출판사가 감사할까? 당연히 재미있는 책을 출판하는 곳이겠다. 그래서 이달에는 ‘재미있는 책'을 열심히 찾고, 서평 또한 재미있게 쓰자고 여러 선생님과 뜻을 모았다. 좋은 책이지만 우리의 재미 기준과 조금 달라서 소개되지 못한 책은, 강제 이주 정책으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탄 17만 명의 우리 동포 이야기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문영숙, 푸른책들), 절기에 어울리는 한시와 옛사람들의 생활을 느낄 수 있는 송영방 화백 그림도 있는 『한시 마중』(이종묵, 태학사)이 있다.
추천 책을 고를 때 소설 분야는 책이 많아서, 에세이는 청소년 대상이 드물어서, 시집은 아예 가물어서 힘들다. 특히, 시집은 이전에 발표된 시들을 주제에 맞게 엮은 책이 대부분이다. 청소년소설을 쓰는 우리 작가들에게 다양한 소재와 깊이 있는 구성, 좀 더 입체감 있는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책을 기대한다면 시인과 출판사에는 청소년을 위한 시집 출판을 부탁한다. 그리하여 좋은 시집을 두세 권씩 권해주는 날이 온다면 책 추천도 더욱 재미있겠다. 지금까지는 이달에 시집을 추천하지 못한 이유 또는 변명이었다. 김광재 학교 밖 독서지도
리아의 로또 당첨기
케렌 데이비드 지음|전혜영 옮김|개암나무|440쪽|2012.08.30|12,000원|중학생|영국|소설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일확천금을 손에 쥐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어떤 변화를 맞을까? 소설의 주인공 리아는 평범한 열여덟 살 소녀였다. 하지만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로또가 1등에 당첨되면서 삶의 변화를 맞는다. 가족들은 화목해졌고, 리아는 어디를 가나 로또 당첨된 소녀로 주목을 받는다. 많은 돈을 쥐게 된 리아는 자산 관리인을 고용하고 디자이너의 옷을 쇼핑한다. 돈으로 누리는 외적 변화는 화려했지만 십대 소녀 리아의 최대 관심사는 돈보다는 좋아하는 래프이다. 리아는 돈도 사랑도 다 가질 수 있을까? 이 소설은 로또에 당첨될 시에 유용한 매뉴얼 같다. 챕터별로 굵게 표기된 문장은 리아가 미래의 당첨자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그 메시지를 통해 돈이 가지고 있는 명암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당첨금으로 독립을 꿈꾸던 리아가 어떤 가치를 깨닫고 생각의 변화를 맞는지 알아보자. 이재희 실로암점자도서관 사서
사투리 귀신
남상순 지음|창비|199쪽|2012.08.17|9,500원|중학생|한국|소설
TV를 보다 보면 가끔 불편할 때가 있다. 그 지역 사람들에겐 정답고 맛깔스런 사투리가 개그 소재로 희화화되거나 때론 폭력배들이나 사용하는 저급한 언어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사투리는 왠지 촌스럽고, 서울에서는 쉬이 버리고 고쳐야 할 부끄러운 언어가 된다. 이 책의 주인공 연정 또한 서울로 상경하면서 이런 편견으로 인해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고 자신의 언어를 버리려 한다. 하지만 17년 동안 사용해 온 자신의 역사와도 같은 사투리를 고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던 와중에 ‘자기 마을 폐허에 산다는 사투리 귀신이 원래는 아나운서로 사투리를 사용하지 못해 괴로워하며 죽었다는 이야기’와 ‘자신의 어색한 표준말 사용에 사투리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뭐든 바꾸겠다는 친구의 비난’에 주위의 시선과 기대에 맞추려 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자신을 다시 찾게 된다.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 하지만 그렇다고 그 틀 안에 나를 맞추기 위해 진짜 나를 버려서는 안 됨을 알려주는 좋은 작품이다. 정현아 광양 중마고 사서교사
살아 있는 귀신
설흔 지음|창비|280쪽|2012.09.07|11,000원|고등학생|한국|소설
우리 고전 문학에는 기이한 삶과 우여곡절 많은 인물이 많다. 그중 『금오신화』는 흔히 귀신과 인간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로 회자된다. 작가 설흔은 지은이 김시습의 생애와 심리에 주목했다. 김시습은 세조가 단종의 왕위를 빼앗자 관직을 버리고 방랑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그의 나이 고작 이십 대, 소심한 반항으로 절개를 지켰다고 하나 세상에 대한 모순, 사육신에 대한 죄책감, 한때 천재 시인이라 불리던 회한 등 고통과 번뇌로 얼룩졌을 거라 추측한다.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자는 귀신과 다름없으리라. 이 책엔 산중에 칩거하는 김생과 속내를 알 수 없는 선무당 딸 상아, 난데없이 나타난 정체불명의 홍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작가는 김생과 홍의 심경을 파고든 교차 서술, 김시습이 남긴 많은 시, 『금오신화』의 탄생 비화를 얽어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냈다. 『금오신화』에 나오는 다섯 편의 이야기가 색다른 방식으로 녹아들었으니 꼭 비교해서 읽어야 더 좋은 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찬미 인천 삼산도서관 사서
식탐
서명숙 지음|시사인북|268쪽|2012.09.03|13,000원|중・고등학생|한국|에세이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올레 길을 만든 저자는 일찍이 먹는 즐거움을 먼저 알고 있었다. ‘가버린 끼니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좌우명이 비장하기까지 하다. 밤낮없이 일하던 기자 시절에도 끼니는 대충 넘기는 법이 없었다니 먹는 것에 대한 집념과 사랑의 깊이를 이루 다 헤아릴 수나 있을까.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서명숙 상회’에서는 각종 진귀한 식재료들을 취급했었고, 아버지의 비호(오히려 우대) 아래 음식 앞에서는 남녀차별을 겪어보지 않았다니 ‘식탐 본능’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으리라. 제주 서귀포 매일시장의 식탐 공주에서 치유의 길을 만든 현재까지 저자가 먹은 음식들과 그것에 얽힌 이야기들이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하숙하던 여고시절 친구들과 주인집 부엌에 몰래 들어가 호떡을 굽다 초가지붕을 홀라당 태운 일화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글맛과 길맛이 살아있는 맛깔나는 이야기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길이 치유와 화해를 이루었다면 음식 또한 그러하다고 한다. 진정한 식탐은 자신의 몸을 해하지 않는다.
예주영 서울 숙명여고 사서교사
우주 비행
홍명진 지음|사계절출판사|268쪽|2012.08.24|10,000원|중・고등학생|한국|소설
‘우주 비행’이라는 제목만 보면 공상과학 소설 속의 우주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의 우주는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그것은 청소년들이 방황을 통하여 찾게 되는 정체성의 다른 이름이다. 또한 이쪽과 저쪽 그 어느 곳에서도 속할 수 없는 탈북민들이 느끼는 한국 사회이다. 이 책은 탈북청소년인 승규가 무기력한 상태에서 주위 사람들과 좌충우돌하면서 적응해나가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성장 소설이다. 탈북청소년이라는 새로운 시선을 보여준다는 점과 양쪽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탈북민들의 내면을 다양하게 보여준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진 매력이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진지해지거나 무겁게 주제에 접근하기보다는 개성 있는 여러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재밌는 에피소드 속에 자연스럽게 주제 의식을 드러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현대 사회의 보이지 않는 수많은 경계 속에서 방황하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이다. 박병배 전 한겨레문화센터 강사
천 개의 언덕
한나 얀젠 지음|박종대 옮김|비룡소|504쪽|2012.08.25|13,000원|고등학생|독일|소설
천 개의 언덕이 있다는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르완다에서 백일 만에 백만 명이 죽었다는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너무 먼 나라 이야기 같을 것이다. 지구상 분쟁 지역의 열네 명의 아이들을 입양하여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사는 지은이 역시 참 현실감 없는 사람이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사실이고, 동시대에 일어난 일이며 곧 우리의 이야기다. 영문도 모른 채 함께했던 이웃들이 돌변하여 가족을 살해하고 유린하는 것을 목격한 소녀 잔 다르크 우무비에의 2년간의 이야기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참혹하다. 그 잔 다르크를 가슴이 낳은 딸로 안고 어루만지는 지은이 역시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8살짜리 소녀의 눈에 펼쳐진 모순 덩어리 세상이 역사를 인식하는 지은이의 눈과 어우러져 조심스레 펼쳐진다. 어울리지 않는 이 이중구조 속의 두 이야기는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든 것도 또 다시 열고 살아가게 만드는 것도 다 인간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우리의 근대사와 너무나 흡사해서 슬프고도 씁쓸하다. 강애라 서울 대치중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