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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청소년 문학 깊게 읽기]느린 마음·느린 열애· 느린 닿음·느린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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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2-11 17:14 조회 6,19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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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 마음』
문태준 지음|마음의숲|399쪽|2012.09.17
13,000원|고등학생|한국|에세이

2012년 10월 22일 이른 아침. 조간신문에서 눈에 띄는 기사는 ‘저성장・장기 불황 시대에 살아남으려면’과 ‘단일화의 정치’였다. 하지만 산책길에도 생각나는 기사는 따로 있었다. 교육 섹션 지면의 ‘청년 사회적 기업가가 청소년에게 전하는 메시지’에 소개된 한동헌(30. 마이크로임팩트 대표)이야기. “그는 명문대 졸업 후 글로벌 기업에 입사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문화·강연 기업(2010년)을 설립했다. 취업난으로 스펙 쌓기에만 열중인 대학생들에게 꿈과 열정을 되찾게 해주고 싶어 기획한 일이었다. 그의 변화는 해외 교환학생 경험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를 벗어나니 공부 잘해서 명문대에 가는 게 최고라는 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며, 그는 사람의 가치를 ‘주변 사람에게 끼친 긍정적 영향의 정도’로 결정지었다.

그가 청소년에게 주는 메시지는 ‘왜(why)’ 라는 질문이라며, 이 질문이 진짜 내 모습을 찾는 첫걸음이 된다고 했다.”
진짜 내 모습을 찾는 방법의 하나는 한동헌 대표 말대로 ‘왜(why)’라는 질문을 꾸준히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속도는 느림이 어떨까? 우리 모두 ‘버스커 버스커’가 노래하는 “빠름 빠름”에 익숙해 있지만 말이다. 시인 문태준이 말하는 『느림보 마음』은 2009년에 같은 제목으로 출간된 책이다. 이번 책은 개정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새로 쓴 30편의 에세이를 새 책으로 묶으려다 예전 책을 업그레이드했다는 일. 다음에도 그럴 것이라니 흥미로운 일이다. 독자로서는 새 책을 샀는데 이전 책을 함께 사는 셈이라 한 편으로는 시간이 흐른 후의 내 감상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겠지만, 경제상으로는 밑지는 일일 수도 있으니 일부 독자에게는 무척 서운한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서운함은 곧 사라질 거다. 시인이 조근조근 들려주는 정갈하고 따듯한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길 터이니. “나무의 눈동자 같은 도토리들도 져 내린다. 익거나 다 익어 떨어지는 것들이 가장 아름다운 모양새를 드러내는 때가 바로 가을이다.”(45쪽)로 시작되는 「가을 과일이 익는 속도만큼」이란 글은, “문득 가을 과일이 익는 것을 바라보면 우리에게도 스스로의 심지를 굳게 하고, 수확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가을 과일이 익는 속도만큼만 할 일이니, 그보다 더 빠르게 수확하려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 그것이 가을을 멋지게 사는 일일 것이다.”(50쪽)로 끝나는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시인의 글이라서 그럴까? 단문으로 이어지는 산문들이 웅숭깊어 머뭇거리게 한다.

다정하고 속이 깊은 시인의 시선은 부모님, 고향집, 아내, 아이들, 나무, 꽃, 매미 등 일상과 자연에 오래 머물러 있다. 또, 귀가 얇은 시인은 그 모든 곳에서 들리는 소리를 열심히 듣는다. 그리고는 느릿느릿 마음을 열고 사랑을 하고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간다.

시인이 쓰는 산문에는 대개 시 한 편이 등장해서 때로는 ‘시집’을 읽는 듯 착각이 들고, 가끔 등장하는 불경은 생각의 폭을 넓혀 준다. 입때껏 시집이 아닌 책에서 이렇게 많은 시를 읽기는 처음.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수많은 시 중에서, “너무 멀리 까지는 가지 말아라 / 사랑아 / 모습 보이는 곳까지만 / 목소리 들리는 곳까지만 가거라 / 돌아오는 길 잊을까 걱정이다 / 사랑아 ”(345쪽) 라는 나태주 시인의 「부탁」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야금야금 아껴가며 시인의 느림 속도에 맞추어 읽다보니 시인이야말로 주변 사람에게 긍정적 영향을 많이 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자기만의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주는 한동헌 대표나 문태준 시인과의 만남은 “인간의 삶 속에 빛이 되도록 스며들도록 하고 싶다”는 알베르 카뮈 말과 겹치면서 내게 사람의 가치란 무엇이냐를 묻는다. 표지 속 초록 달팽이에 끌려 읽기 시작한 책에서 예상치 못한 질문을 만났지만, 기쁜 일임에는 틀림없다. 느리게 때론 조금 빠르게 나만의 속도로 ‘답’을 찾고 나면 한층 성장한 나를 만날 수 있어 진짜 내 모습에 닿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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