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 [어린이 과학 깊게 읽기]동물의 입장에서 그들의 마음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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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2-11 17:09 조회 7,887회 댓글 0건본문
『서로를 보다』
윤여림 지음|이유정 그림|낮은산|52쪽
2012.10.10|12,000원|낮은학년|한국|동물그림책
아이들이 어릴 때 같이 간 동물원은 즐거웠다. 동물마다 다른 환경으로 꾸며져 있고, 그들의 서식지와 습성 등에 대한 설명을 아이들과 읽어가며 세상을 둘러보는 듯한 착각에도 빠졌으며, 가끔은 웃음소리를 듣거나 똥을 싸는 모습을 보며 웃었고, 침을 뱉는 모습과 과자를 건네주면 받아먹는 모습 등 신기하고 재밌는 모습이 많았다.
동물원은 아이들을 위해서 당연히 있어야 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동물에 대한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알아간 동물들의 습성과 동물원의 환경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가며 동물원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사자는 사냥을 할 때 외에는 달리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동물원의 사자는 사냥을 하지도 않는데 무척이나 넓은 공간을 우리로 만들어 줬다. 반면, 종일 옮겨 다니는 습성이 있는 늑대 같은 동물의 우리는 좁아 보였다. 공연을 위해 서커스 묘기를 배우는 태국 코끼리에 대한 다큐를 보고나서는 인간이 동물에 행하는 것들이 이기적으로까지 생각되었다. 최근 동물원의 코끼리가 외로워서 사육사와 소통하고자 인간의 주파수에 따라 소리를 따라한다는 기사는 동물원의 동물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작가도 그런 불편함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 같다. 인간이 동물에게 말을 건다. “너는 높이뛰기를 잘해서 이 미터가 넘는 바위도 훌쩍 뛰어오른다던데, 한번 뛰어 볼래?” 야생에서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인간의 마음이다. 또한 동물이 처한 환경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의 생각이다. 동물원의 동물이 대답한다.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 높이 뛰어오를 만한 곳도 없는데, 뭐.” 우리 안에서 본능을 잃어버린 동물의 대답이다. 지식으로 알고 있는 동물의 장점과 특징을 동물원에서는 볼 수 없다. 동물의 대답에 죄책감이 묵직하게 느껴진다. 그린이는 동물들의 마음속까지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글과 그림으로 그 마음이 충분히 전해진다. 인간이 동물의 대답을 듣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른 걸까.
동물들은 우리 안에서 인간들을 바라본다. “너희 사람은 아주 똑똑하다고 들었어. 자연을 이해하는 능력이랑 자연을 파괴하는 능력 모두 뛰어나다고.” 과학자들이 동물과 식물의 종자 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사업가들이 개발이라는 이유로 자연을 파괴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두 가지 모습을 본다. 그저 그들을 그대로 둘 수는 없는 걸까. 인간이 다른 생명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과연 옳은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글은 우리를 사이에 둔 아이와 동물의 대화를 옆에서 듣는 것 같이 읽힌다. 그림은 동물들의 야생에서의 모습과 동물원에서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며 동물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글과 그림이 서로 잘 어울려 작가들이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초등 낮은학년부터 쉽게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 기린과 사자를 보여주러 아프리카까지 갈 수는 없다. 펭귄을 보여주러 남극에 가거나 북극곰을 보러 북극까지 갈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동물원은 내 아이에게 직접 세계의 여러 동물을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인 것이다. 그렇지만 동물원의 동물은 외형만일 뿐이다. 그들의 본성과 습성이 사라지고 그저 외형만 껍데기처럼 남아 있는 동물원의 동물들을 바라보면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동물원이 진화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동물들의 본능과 습성을 지켜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육사와 관리자 들을 TV에서 많이 봤다. 작가는 말한다. ‘세상의 모든 생명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우리가 만들 수 있을까’라고. 우리가 없이 서로를 바라볼 수는 없는 걸까. 이제 동물원이 신기한 동물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장소인 것뿐만 아니라 동물의 입장에서 그들을 생각해보는 진화된 장소로 만들어 보는 것이 좋겠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동물원에 자주 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 속의 동물들 마음을 많이 생각해보고 좀 더 좋은 관계로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