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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어린이 문학 깊게 읽기]아이들과 공감하는 작가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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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3-12 21:25 조회 5,27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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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에 햇살 냄새』
유은실 지음|이현주 그림|비룡소|88쪽|
2012.10.25|8,500원|낮은학년|한국|동화

2012년 우리 동화 출판이 우울하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은 한 해가 다 마무리되지 않아 정확한 통계를 잡기는 어렵지만, 매년 350~360종 정도 나오던 우리 동화책의 출판 부수가 10~15% 가량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동화의 모습은 더 볼품이 없다. 저학년 동화의 대부분은 ‘인성, 배려, 학교 생활’ 등의 부제를 달고, 무엇인가 가르치려는 의도를 서슴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저학년 시기는 유아 때 즐겁게 읽던 그림책을 발판으로 적당한 분량의 글책을 읽어야 하는 때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 아이들의 관심은 자기 자신과 친구, 가족들에 대한 발견과 관계 형성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 시점에 ‘좋은 동화’는 한 인간의 철학과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동화작가는 한인간의 좋은 스승이 될 수 있다. 우리 어린이 문학에서 1930년대의 현덕이나 1980년대의 이원수, 1990년대의 권정생은 그 역할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지금의 초등 저학년은, 그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머쓱해져 버린 ‘선행학습’의 피해를 고스란히 몸으로 겪어내고 있다. 안다는 것이 주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노는 것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미처 깨닫기도 전에 어른들의 선행 계획에 따라 학습을 해내는 시기가 되어버렸다. 학교에 들어간 ‘학생’이라는 이유에서 말이다. 이 시기에 읽을 대부분의 동화는 교묘히 지식책을 닮아간다. 동화작가들도 이 시기에 읽을 작품을 쓰지 않는다. 아이들에 대해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문학의 맛을 알기도 전에 문학에서 단절되어 버린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하는 책 읽기 교육의 첫째는 문학을 향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한 해가 다 가는 즈음에 만난 유은실의 『내 머리에 햇살 냄새』는 앞에서 말한 우려에 대한 아주 다행스런 불빛이었다. 이 책에는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2011년 『나도 편식할 거야』(사계절출판사)에서 이미 보여준 캐릭터 구축의 힘을 바탕으로 저학년 아이들의 정서를 쉽고 재미있게 잘 표현해냈다. 아이들을 충분히 관찰하고 그들과 공감하고 있는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수록 단편 중 하나인 「기도하는 시간」에 나오는 ‘선미’를 보자.

할머니와 사는 선미네 집에 전도사님이 아이스크림을 사오셨다. 아빠가 아프고, 그 아픈 아빠를 간병하기 위해 엄마도 집을 비운 이후에 처음 먹는 아이스크림이었다. 그릇에 주먹덩이만큼 퍼 담았다. 엄청난 기대를 안고 한 입 먹으려는 순간, 식사 기도가 시작된다. 전도사님의 기도는 절절하다. 선미네 식구 모두, 선미네 작은 집 식구 모두, 선미네 고모집 식구 모두를 일일이 보살피신다. 기도 내용을 들어보면 선미네 집도 그 주변도 살기가 그리 녹록치는 않은 모양이다. 선미도 열심히 기도한다. ‘하나님, 전도사님이 눈앞에 아이스크림이 있다는 것은 기억하게 해 주세요. 이렇게 기도 하다간 다 녹아 버린다는 걸 잊지 않게 해 주세요.’ 처음 주먹덩이만 하던 것이 점점 녹아 아이스크림 녹은 물에 밤톨만 한 것이 동동 떠 있다. 눈물이 난다. 그런데 어른들은 선미가 기도하느라 울었다고 생각한다. 더 눈물이 난다.”(81쪽)

읽고 있으면 그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우스운데 슬프다. 선미 마음이 된다. 또 다른 단편 「백일 떡」에 나오는 지민이에게도 그렇다. 낯가리는 지민이에게 동생 백일 떡을 돌리는 사건이 생겼다. 그래야 동생이 건강하단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이의 난감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창비, 2005)으로 시작된 유은실의 동화 발자국은 매우 다양한 관심으로 표현되었다. 그리고 그 발자국은 어느 순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요 몇 해 유은실의 동화는 저학년을 향해 있다. 산뜻하고 유쾌한 그의 글쓰기는 저학년 동화에 매우 적합하다. 아직은 그가 앞에서 말한 대가들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아이들의 현상을 잘 전달해주는 것에 아울러, 아이들 삶에 어떤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다면, 이 시대의 저학년 동화를 대표하게 될 것 같다. 유은실의 다음 발자국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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