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합니다! 청소년에게 권하는 그림책 - 내 안의 슬픔 들여다보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4-21 22:10 조회 12,677회 댓글 0건본문
청소년과 어른들이 더 감동받는 책
작년 10월 어느 목요일이었다. 평소처럼 학교 밖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 위해 『무릎딱지』를 준비해 갔다.(학교 밖 아이들은 매주 목요일 저녁 9시부터 나와 함께 그림책을 읽고 있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 열다섯 살부터 스무 살 정도의 청소년들이다)
막 그림책을 펼쳐 들고 읽어 주려는데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이 들어왔다. 그림책을 공부하고 있는 친구에게 뭔가를 전해주려고 왔단다. 멋쩍어 하면서 물건을 전해주고 나가려는 여학생에게 “그림책 보고 가. 선생님이 읽어 줄게.” 하니 그냥 나가려고 한다. ‘가려나 보다’ 싶어 그냥 그림책을 읽기 시작했다.
『무릎딱지』
샤를로트 문드리크 지음|올리비에 탈레크 그림한울림어린이|2010
“엄마가 오늘 아침에 죽었다.”
『무릎딱지』의 첫 문장을 읽었는데 나가려는 여학생이 몸을 돌리고 나를 쳐다본다. 첫 문장이 마음을 움직였나 보다. 그래서 그림책 읽기를 멈추고는 “이 책 다 읽는데 5분이면 돼. 같이 보고 가.” 했더니, 머뭇거리다 자리에 앉는다. 『무릎딱지』를 읽어 주기 시작했다. 그날 그 여학생은 내가 그림책을 읽어주는 내내 눈이 빨갛게 되도록 울었다. 쉴 새 없이 눈물이 나왔다. 왜 그토록 우는지 묻지는 않았지만, 가슴 한 가운데 맺혔던 뭔가를 그림책이 건드렸던 것 같았다. 다른 아이들도 울먹거렸다.
책놀이를 공부하는 선생님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니 다들 눈시울을 붉힌다. 같은 학년을 맡고 있는 선생님들도 “이 책은 아이들이 보는 것보다 어른들에게 더 맞는 그림책”이라 하신다. 그림책 『무릎딱지』는 글이 많지 않고 그림도 단순하다. 내용에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거나 사건의 전개가 복잡하지도 않다. 그냥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그만그만한 그림책이다. 『무릎딱지』는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우수도서로 선정된 책이다. 말하자면 유아나 어린이들에게 권하는 그림책이란 뜻이다. 그런데 이 그림책을 읽는 청소년과 어른들이 더 ‘감동이다’라고 말하는 책이다. 엄마를 잃은 아이의 마음을, 행동을, 생활을 담담히 그려나가는데 읽는 사람마다 마음이 찡하다고 한다.
내 안의 슬픔을 들여다보고 소통하는 책
무릎딱지는 어느 날 엄마가 죽은 작은 아이의 이야기이다. 엄마가 죽고 아빠와 단둘이 남게 된 아이는 아침 빵을 지그재그로 발라주지 않는 아빠에게 짜증을 내지만 가엾은 아빠를 걱정하고 오히려 돌봐준다. 엄마가 죽은 지 몇 밤이 지나자 아이는 엄마 냄새가 새나가지 않도록 창문을 꼭꼭 닫는다. 엄마 목소리가 새나가지 않도록 귀를 막고, 입을 다문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괜찮아 우리 아들, 누가 우리 아들을 아프게 해? 넌 씩씩하니까 뭐든지 이겨 낼 수 있단다.”
눈을 감으면 엄마가 팔을 활짝 벌리고 아이를 안아 준다. 그러면 아픈 게 다 나아 버린다. 어느 날 마당을 뛰어다니다 넘어져서 무릎에 상처가 난다. 아픈 건 싫지만 엄마 목소리가 또 들려온다. 그래서 아파도 좋다. 아이는 엄마 목소리를 계속 듣기 위해 무릎에 딱지가 앉기를 기다렸다가 손톱 끝으로 긁어서 뜯어낸다. 다시 상처가 나서 피가 또 나오게. 피가 흐르면 엄마 목소리를 또 들을 수 있으니까. 아이가 엄마를 잊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칠수록 상황은 더 악화되지만 『무릎딱지』는 내 안의 슬픔을 들여다보고 아픈 상처와 소통하고 치유하는 방법을 작은 아이를 통하여 우리에게 보여주는 책이다.
가끔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갑자기 잃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하기도 하는데, 생각만 해도 아득하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기 마련이다. 아니 어쩌면 벌써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15년 전 아버지를 여의고, 얼마 전 형을 떠나보냈다. 그때의 슬픔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슬프기보다는 오히려 아팠다는 표현이 더 나을 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된 뒤에 받은 슬픔도 그렇게 쉬 가시지 않는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엄마를 잃은 어린 아이의 슬픔은 차마 짐작하기 어렵다.
『무릎딱지』는 엄마가 죽고 아빠와 단둘이 남은 어린 아이가 슬픔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엄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어떻게 삭히는지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은 슬픔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짧은 문장과 단순한 그림 구조는 독자로 하여금 작은 아이 어깨 뒤에서 아이의 생각과 행동을 눈으로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나를 쉽게 동화되도록 만들어 준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 그림책을 읽은 청소년과 교사들에게 가슴 찡하게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자녀를 두고 있는지라 자연스레 알게 된 것이 요즘 우리 청소년들은 너무 바쁘다는 것이다. 경쟁의 쳇바퀴 속에서 잠시 딴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내야 한다. 밤이 늦어야 집으로 돌아온다.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다. 자신을 돌아다 볼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내 안에 자리 잡은 고통, 슬픔, 불안과 같은 상처를 쓰다듬어 주기 어렵다. 상처를 그대로 묻어두면 자연스레 치유되기도 하지만, 너무 큰 상처는 켜켜이 쌓이게 마련이다. 문학적 체험을 생활의 체험으로 승화시키는 것도 쌓인 상처를 어루만져 주기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그림책 『무릎딱지』가 바로 그런 책이다. 청소년들이 무릎딱지를 읽으면서 작은 아이가 되어 울어도 보고, 내 안의 상처를 들여다볼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겹쳐 읽으면 좋은 책
『무릎딱지』를 펼쳐보면 붉은 색이 바탕으로 흐르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불편하거나 눈에 거슬리지는 않는다. 바탕에 붉은 색이 흐르는 그림책으로 『친구랑 싸웠어』(시바타 아이코 지음, 이토 히데오 그림, 시공주니어), 『하얀 늑대처럼』(에릭 바튀 지음, 교학사) 등이 있는데 느낌이 사뭇 다르다. 이들 그림책도 함께 보면서 붉은 색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무릎딱지』와 다르게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을 드러낸 그림책 『내가 가장 슬플 때』(마이클 로센 지음, 틴 블레이크 그림, 비룡소)와 견주어 보면서 읽어도 좋을 것이다. 또는, 여섯 살에 엄마를 잃고, 가난하지만 따뜻한 메이 아줌마에게 입양되어 행복하게 지내다 열두살에 사랑하는 메이 아줌마를 잃은 슬픔을 이겨내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그리운 메이 아줌마』(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사계절출판사)와 함께 겹쳐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작년 10월 어느 목요일이었다. 평소처럼 학교 밖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 위해 『무릎딱지』를 준비해 갔다.(학교 밖 아이들은 매주 목요일 저녁 9시부터 나와 함께 그림책을 읽고 있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 열다섯 살부터 스무 살 정도의 청소년들이다)
막 그림책을 펼쳐 들고 읽어 주려는데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이 들어왔다. 그림책을 공부하고 있는 친구에게 뭔가를 전해주려고 왔단다. 멋쩍어 하면서 물건을 전해주고 나가려는 여학생에게 “그림책 보고 가. 선생님이 읽어 줄게.” 하니 그냥 나가려고 한다. ‘가려나 보다’ 싶어 그냥 그림책을 읽기 시작했다.
『무릎딱지』
샤를로트 문드리크 지음|올리비에 탈레크 그림한울림어린이|2010
“엄마가 오늘 아침에 죽었다.”
『무릎딱지』의 첫 문장을 읽었는데 나가려는 여학생이 몸을 돌리고 나를 쳐다본다. 첫 문장이 마음을 움직였나 보다. 그래서 그림책 읽기를 멈추고는 “이 책 다 읽는데 5분이면 돼. 같이 보고 가.” 했더니, 머뭇거리다 자리에 앉는다. 『무릎딱지』를 읽어 주기 시작했다. 그날 그 여학생은 내가 그림책을 읽어주는 내내 눈이 빨갛게 되도록 울었다. 쉴 새 없이 눈물이 나왔다. 왜 그토록 우는지 묻지는 않았지만, 가슴 한 가운데 맺혔던 뭔가를 그림책이 건드렸던 것 같았다. 다른 아이들도 울먹거렸다.
책놀이를 공부하는 선생님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니 다들 눈시울을 붉힌다. 같은 학년을 맡고 있는 선생님들도 “이 책은 아이들이 보는 것보다 어른들에게 더 맞는 그림책”이라 하신다. 그림책 『무릎딱지』는 글이 많지 않고 그림도 단순하다. 내용에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거나 사건의 전개가 복잡하지도 않다. 그냥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그만그만한 그림책이다. 『무릎딱지』는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우수도서로 선정된 책이다. 말하자면 유아나 어린이들에게 권하는 그림책이란 뜻이다. 그런데 이 그림책을 읽는 청소년과 어른들이 더 ‘감동이다’라고 말하는 책이다. 엄마를 잃은 아이의 마음을, 행동을, 생활을 담담히 그려나가는데 읽는 사람마다 마음이 찡하다고 한다.
내 안의 슬픔을 들여다보고 소통하는 책
무릎딱지는 어느 날 엄마가 죽은 작은 아이의 이야기이다. 엄마가 죽고 아빠와 단둘이 남게 된 아이는 아침 빵을 지그재그로 발라주지 않는 아빠에게 짜증을 내지만 가엾은 아빠를 걱정하고 오히려 돌봐준다. 엄마가 죽은 지 몇 밤이 지나자 아이는 엄마 냄새가 새나가지 않도록 창문을 꼭꼭 닫는다. 엄마 목소리가 새나가지 않도록 귀를 막고, 입을 다문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괜찮아 우리 아들, 누가 우리 아들을 아프게 해? 넌 씩씩하니까 뭐든지 이겨 낼 수 있단다.”
눈을 감으면 엄마가 팔을 활짝 벌리고 아이를 안아 준다. 그러면 아픈 게 다 나아 버린다. 어느 날 마당을 뛰어다니다 넘어져서 무릎에 상처가 난다. 아픈 건 싫지만 엄마 목소리가 또 들려온다. 그래서 아파도 좋다. 아이는 엄마 목소리를 계속 듣기 위해 무릎에 딱지가 앉기를 기다렸다가 손톱 끝으로 긁어서 뜯어낸다. 다시 상처가 나서 피가 또 나오게. 피가 흐르면 엄마 목소리를 또 들을 수 있으니까. 아이가 엄마를 잊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칠수록 상황은 더 악화되지만 『무릎딱지』는 내 안의 슬픔을 들여다보고 아픈 상처와 소통하고 치유하는 방법을 작은 아이를 통하여 우리에게 보여주는 책이다.
가끔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갑자기 잃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하기도 하는데, 생각만 해도 아득하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기 마련이다. 아니 어쩌면 벌써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15년 전 아버지를 여의고, 얼마 전 형을 떠나보냈다. 그때의 슬픔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슬프기보다는 오히려 아팠다는 표현이 더 나을 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된 뒤에 받은 슬픔도 그렇게 쉬 가시지 않는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엄마를 잃은 어린 아이의 슬픔은 차마 짐작하기 어렵다.
『무릎딱지』는 엄마가 죽고 아빠와 단둘이 남은 어린 아이가 슬픔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엄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어떻게 삭히는지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은 슬픔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짧은 문장과 단순한 그림 구조는 독자로 하여금 작은 아이 어깨 뒤에서 아이의 생각과 행동을 눈으로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나를 쉽게 동화되도록 만들어 준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 그림책을 읽은 청소년과 교사들에게 가슴 찡하게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자녀를 두고 있는지라 자연스레 알게 된 것이 요즘 우리 청소년들은 너무 바쁘다는 것이다. 경쟁의 쳇바퀴 속에서 잠시 딴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내야 한다. 밤이 늦어야 집으로 돌아온다.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다. 자신을 돌아다 볼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내 안에 자리 잡은 고통, 슬픔, 불안과 같은 상처를 쓰다듬어 주기 어렵다. 상처를 그대로 묻어두면 자연스레 치유되기도 하지만, 너무 큰 상처는 켜켜이 쌓이게 마련이다. 문학적 체험을 생활의 체험으로 승화시키는 것도 쌓인 상처를 어루만져 주기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그림책 『무릎딱지』가 바로 그런 책이다. 청소년들이 무릎딱지를 읽으면서 작은 아이가 되어 울어도 보고, 내 안의 상처를 들여다볼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겹쳐 읽으면 좋은 책
『무릎딱지』를 펼쳐보면 붉은 색이 바탕으로 흐르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불편하거나 눈에 거슬리지는 않는다. 바탕에 붉은 색이 흐르는 그림책으로 『친구랑 싸웠어』(시바타 아이코 지음, 이토 히데오 그림, 시공주니어), 『하얀 늑대처럼』(에릭 바튀 지음, 교학사) 등이 있는데 느낌이 사뭇 다르다. 이들 그림책도 함께 보면서 붉은 색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무릎딱지』와 다르게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을 드러낸 그림책 『내가 가장 슬플 때』(마이클 로센 지음, 틴 블레이크 그림, 비룡소)와 견주어 보면서 읽어도 좋을 것이다. 또는, 여섯 살에 엄마를 잃고, 가난하지만 따뜻한 메이 아줌마에게 입양되어 행복하게 지내다 열두살에 사랑하는 메이 아줌마를 잃은 슬픔을 이겨내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그리운 메이 아줌마』(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사계절출판사)와 함께 겹쳐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