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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새책 엄마와 아들, 책으로 교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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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4-21 22:59 조회 7,34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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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
윌 슈발브 지음|전행선 옮김|21세기북스
2012.12.21|440쪽|15,000원|고등학생|미국
에세이

현재 도서관에서 독서모임을 운영한다. 이제 겨우 세 차례지만 참석 인원은 매번 두세 명. 진행자의 자질 부족 탓일까. 아니면 다들 책에 관심이 없는 걸까. 독서모임이야말로 책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위안을 얻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사실을 아는 나로서는 아쉽기 그지없다.
그러다 뜻밖의 책 이름을 만났다. 작년 말 출간된 『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 친구도 아니고 낯선 타인도 아닌 엄마라니. 서구에 비해 독서문화가 약한 우리나라에서 엄마와 책 이야기를 장시간 주고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더구나 병으로 죽어가면서도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은 엄마와 나눈 대화라니.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을까.
북클럽은 대개 병원 대기실 커피 자판기 앞에서 시작된다. 저자의 엄마는 췌장암 말기다. 엄마가 “(요즘) 무슨 책 읽고 있니?”라고 아무렇지 않게 물으면 아들 역시 그 질문을 던진다. 책의 종류는 가리지 않는다. 특정한 날짜를 정하거나 횟수를 정해놓지도 않는다. 등장인물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고 어떤 때는 상반된 소감도 나누며 서로 읽은 책을 소재 삼아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 책은 책을 소개하는 에세이라기보다 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날들에 가깝다. 엄마 없는 삶은 어떨까. 죽어가는 심정은 어떤 걸까. 저자는 이별 준비를 한다. 늘 엄마의 건강 상태와 기분을 확인한다. 실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자랑스럽다는 말로 대신하는 그런 아들이다. 혹 대화 주제가 심상치 않다고 느껴지면 조심스러워 하다가 머뭇대며 물어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죽음에 대한 책은 읽기가 힘들지 않아요? 등장인물이 암에 걸렸을 때는 더 그렇지 않은가요?”

“음, 나는 암으로 죽는 게 심장마비나 다른 질병, 또는 사고나 뭐 이런저런 이유로 죽는 것보다 슬프다고는 생각지 않아. 그냥 다 삶, 진짜 삶의 일부일 뿐이잖니. 우리가 죽음을 그리는 책을 다 제외해버린다면, 읽을 만한 게 별로 남지도 않을 거야.”
독서모임을 하다보면 말하는 사람의 성품에 간간이 놀라곤 한다. 책을 통해 나누는 대화는 잡담과 다르기에 평소엔 모르는 깊은 내면이 있구나 하고 감탄한다. 엄마는 오랜 기간 책을 읽어온 사람이 보여주는 기품과 지혜를 아들한테 전해준다. 평생 난민 구호 활동을 하며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온 엄마. 그런 엄마를 떠나보내야 하는 아들은 마음이 복잡하다. 그러다 역시 책을 통해 새로운 통찰을 얻는다.

“나는 어머니가 사랑했던 책을 기억하게 될 테고, 아이들이 충분히 나이 먹으면 그들에게 그 책을 주고, 그것이 바로 할머니가 사랑했던 책이라고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리고 수십 권의 책과 수백 시간의 병원 방문을 함께하는 동안 책이 인간을 서로 가까이 다가가서 친밀하게 머물도록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내게 보여주었다. 심지어는 이미 충분히 가깝게 지내던 어머니와 아들이라도, 그리고 둘 중 한 사람이 세상을 뜬 이후에도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엄마는 이 세상에 없어도 책은 영원히 남는다. 엄마가 했던 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보여준 페이지……. 엄마가 사랑해 마지않은 작가의 눈으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 책의 주인은 바뀌어도 손때 묻은 책을 통해 당신을 떠올릴 수 있다. 심지어 나 아닌 다른 사람도 이 책을 읽은 사람을 상상할 수 있다.
이 책은 속독이 어울리지 않는다. 한 장, 한 장 천천히 읽어야 한다. 엄마와 아들이 어떻게 교감하는지, 그 안에서 책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들여다봐야 매료된다.

앞으로도 책을 통해 나란 사람에 대해, 또 우리가 사는 세상과 인생에 대해 진실하고 친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두세 명만 참여하는 독서모임이라도 이 북클럽을 지속해야 한다고 믿는 나는 회원모집 공지사항에 저자의 엄마, 메리 앤 슈발브 여사가 들려준 이 말을 덧붙이고 싶다.

“그게 바로 책의 여러 역할 중 하나 아니니. 말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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